*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최성민이 시즌 3번째 선발로 등판해 5.2이닝 2실점으로 외형적으로는 호투했지만, 시즌 첫 패배를 안았습니다. 최성민은 2가지 측면에서 아쉬웠습니다.

첫째, 사사구가 너무 많았습니다. 최성민이 내준 사사구는 무려 9개인데, 수준급의 선발 투수가 두 경기에 걸쳐 허용한 사사구 숫자와 맞먹었습니다. 피안타가 단 2개에 그치며 적시타를 허용하지 않았지만 2실점이 모두 볼넷과 연결되었음을 감안하면, 볼넷이 패인입니다. 사사구와 같이 상대에게 손쉽게 허용하는 출루는 투수 본인뿐만 아니라 야수들을 맥 빠지게 만드는 악영향을 감안하면 반드시 줄여야 합니다.

▲ 최성민 ⓒ연합뉴스
둘째, 상대에게 출루를 허용한 후, 1차적으로 위기를 모면했지만, 이를 이닝 종료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실점했다는 것입니다. 4회초 선두 타자 박석민이 안타로 출루했지만, 강봉규가 치고 달리기 작전 이행에 실패하며 박석민이 2루에서 횡사했는데, 이럴 경우 주자가 정리되었으니 더 이상의 출루와 실점을 막아야하는 것이 선발 투수의 책무입니다. 하지만 최성민은 곧바로 강봉규와 오정복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했고 선취점이자 결승점을 내줬습니다.

6회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사 1, 2루에서 오정복의 타구를 정성훈의 호수비로 병살타로 연결시켰으면, 2사 3루에서 실점하지 않고 이닝을 종료시키는 것이 최성민의 책무였습니다. 하지만 적시타도 아닌 폭투로 허망하게 실점하면서, 선발 차우찬이 호투 중이었고 불펜이 탄탄한 삼성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습니다.

재활과 신고 선수 강등을 극복하고 다시 정식 선수로 등록되어 1군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는 최성민은, 그의 고교 1년 선배 이형종의 행보와 비교하면 분명 대견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만일 오늘도 사사구로 주자를 모아둔 상황에서 적시타를 허용했다면 초반 대량 실점으로 무너졌을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구속이 뛰어나지 않아 제구로 승부하는 최성민이 사사구가 많다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많지 않습니다. LG가 4강행이 좌절된 가운데 시즌 막바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선발 등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사구가 많다는 것은, 팀의 승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년 시즌 선발 등판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투수진이 9이닝 동안 2실점으로 막았다면 제몫을 다한 셈이라 타자들이 3점 이상 뽑으며 승리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데, 타자들의 부진은 보다 심각했습니다. 9이닝 동안 5개의 병살타로 자멸했는데, 단 1개의 진루타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어제 우천 취소로 인해 이틀 동안 쉰 것이 독이 된 듯 합니다.

3회말 1사 후 김준호가 볼넷으로 출루한 뒤, 박용택이 진루타를 기록했다면, 박경수의 2루타에 김준호가 홈을 밟아 LG는 선취 득점했을 것이고 승부의 향방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용택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박경수의 2루타에도 불구하고 득점에 실패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7회말 무사 1, 2루에서 작은 이병규가 희생 번트에 실패한 뒤 병살타로 찬물을 끼얹은 것입니다. 희생 번트라는 것은 투수의 투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비슷하게 들어올 경우 타자가 시도하는 것이 정석인데, 작은 이병규는 두 개의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내며 병살타 혹은 삼진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고했습니다.

LG처럼 장타력이 부족하며 이대형을 제외하면 도루 능력을 갖춘 선수도 없는 상황에서, 팀 배팅으로 진루타를 기록하지 못할 경우 연속 안타 3개가 나와도 득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희생 번트를 포함한 진루타 능력은 필수인데, 누차 언급한 바와 같이 이 같은 약점은 다년 간 전혀 보완되지 않고 있습니다. 즉 짜임새 없는 모래알 타선이 LG의 실체라는 것입니다.

4회초 런 다운 플레이 실패로 인해 선취점을 내준 것까지 감안하면 수비의 기본기 역시 낙제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제 경기까지 LG의 실책숫자가 최소 4위(75개)이지만 오지환의 클러치 실책으로 내준 경기를 감안하면 최소 4위라는 순위가 무의미함을 알 수 있습니다. 내년 시즌을 앞두고 LG가 보완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가 바로 팀 배팅 및 선구안, 수비와 같은 기본기입니다. 타격 자세 수정이라든가 장타력 보완과 같은 문제는 차후의 과제입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