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특검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던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쫓아가 휴대폰으로 목부위를 가격하고, 뒷덜미를 거칠게 잡아끌어 살이 움푹 패는 상처를 입힌 폭행범 천모 씨 신병처리에 대한 시민들 비판이 거세다. 비록 김 지사가 병원에 입원을 하는 등의 호들갑을 떨지는 않았지만 누가 보아도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당한 폭행보다 더 심한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두 피의자에 대한 경찰의 대처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김성태 대표 폭행범은 현장에서 체포되어 곧바로 구속 수감된 반면 김경수 지사 폭행범은 아프다는 핑계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버젓이 SNS를 통해 김 지사 구속을 요구하는 등의 행동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도대체 누가 피해자고 누가 피의자인지 분간하기 힘든 상황이다.

'드루킹' 여론조작 지시 혐의를 받는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8일 새벽 영장이 기각되자 대기 중이던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렇게 피해자와 피의자가 헷갈리는 상황을 만든 장본인은 경찰이다. 전 국민이 지켜보는 가은데 김경수 지사를 폭행한 현행범을 아프다는 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체포가 아닌 입원을 허용한 것부터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미온적인 경찰의 태도에는 언론이 침묵한 영향이 크다. 과거 김성태 대표 폭행범의 경우 피의자의 신분과 배경을 파헤쳤다. 급기야 피의자 부친에게까지 인터뷰를 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그러나 천모 씨의 경우는 너무 달랐다. 어떤 언론은 그가 이재명 지사 반대시위를 했던 전력을 중시했고, 이전 이재명 지사의 손가혁 출정식에서 연설을 한 사실은 보도하지 않았다.

이런 경찰과 언론의 이해하기 힘든 대처 속에 유사한 폭력사태는 또 발생했었다. 김경수 지사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위해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던 중에 김 지사 지지자가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김경수 지사가 폭행당했던 때와 거의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경찰은 유구무언의 상황이다. 현장의 경찰들은 보수단체 회원들의 거친 행동에 거의 방관자처럼 보였다는 후문도 들렸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지지자들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지난 10일 특검 소환 조사를 받고 귀가하던 김 지사를 폭행한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 폭행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비 및 경호 대비를 철저히 하지 못한 데 대한 책임을 모면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 박정, 박광온 의원 등이 현장을 급히 찾아 경찰에 항의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지난 14일에는 김경수 지사 팬클럽 등 민주당 지지자들이 서울 서초경찰서를 방문해 폭행 사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한 항의를 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경찰은 16일 천모 씨에게 20일까지 출석요구서를 발송했다고 한다. 정치인에 대한 폭행은 중하다면서 김성태 폭행범을 즉각 구속시켰던 것과는 너무 다르고, 느슨한 수사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폭행범에 대한 처벌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팽배하다. 피의자가 현행범이고, 김 지사의 피해가 명백한데도 경찰이 이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여러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언론도 잇따른 김경수 지사와 지지자들의 폭행 피해에 대해서 도통 관심을 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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