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회가 특수활동비(특활비) 대부분을 폐지하기로 하면서 특활비를 둘러싼 논란이 일단락되었지만 외교·안보·통상 목적의 국회의장단 몫 특활비 일부를 남겨두고, 내역 공개도 연말로 미루면서 논란을 남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는 외교·안보·통상 목적으로 특활비를 남겨둔 데 대해 "해외 방문할 때 특활비로 금일봉을 준다는 것 자체가 예산 용도와 맞지 않다"며 "외교·안보·통상 때문에 꼭 필요한 돈이라고 말한 게 납득이 어렵다"고 비판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제외하고 모든 특수활동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특활비 내역에 대해서도 연말까지 준비 기간을 거쳐 정보를 공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하승수 대표는 17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과의 통화에서 "상당한 진전은 있었다"면서도 "완전히 배제하는 게 아니라 의장단이 사용할 부분을 남겨놓겠다는 발표 내용은 상당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 대표는 외교·안보·통상 목적을 명분으로 의장단 몫 특활비를 남겨두는 것은 예산 용도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 대표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사건 수사나 정보수집 활동에 쓰게 돼 있는데 국회가 그런 일을 하는 기관은 아니지 않나"라며 "언론을 통해 나온 이야기를 보면 가령 금일봉이라든지 격려금이라든지, 의장단이 해외 방문을 하거나 또는 외빈이 왔을 경우 사용하는 돈이 있다는 것인데 이 자체가 예산 용도와 맞지 않는다.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어제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은 남겨진 특활비를 구체적으로 어디에 사용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익 때문에 필요한 것으로 더 이상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 대표는 "만약 그런 게 있다면 어느 정도 선에서는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며 "도대체 어떤 국익을 위해 영수증도 없이 써야 하는 돈이 꼭 필요한 것인지 설명 책임은 국회에 있다. 설명도 하지 않고 무조건 이해해 달라고 하는 건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번 특활비 폐지 논의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과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 간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국회의장은 '특활비를 100% 다 없애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얘기했지만 유 사무총장이 '이 돈도 없앤다면 국회해산이나 마찬가지'라는 강경 입장을 내면서 일부 남겨놓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는 것이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이 16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오늘부로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제외하고 모든 특수활동비를 폐지한다"고 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 대표는 '국회 해산이나 마찬가지'라는 유 사무총장의 발언에 대해 "굉장히 극단적인 발언이다. 도저히 납득이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특활비는 처음부터 있었던 게 아닌 1990년에 생긴 것으로 업무추진비, 특정업무경비 등의 다른 예산 항목들이 있음에도 특활비 완전 폐지가 국회 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하 대표는 최근 국회 특활비 내역 정보공개청구 1심에서 승소했다. 국회는 이에 항소했고, 항소를 유지한 상태에서 준비를 거쳐 연말 특활비 내역을 공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 대표는 "올해 연말까지 기다려달라는 말인데, 대법원에서 두 차례나 확정판결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지연하는 것 자체가 사실 불법"이라며 "국회가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고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라고 꼬집었다.

한편, 국회는 피감기관으로부터 해외출장 지원을 받은 것은 '부정청탁금지법'위반 소지가 있다며 국민권익위원회가 밝힌 국회의원 38명에 대해 명단을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른바 '갑질 출장'명단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신청했던 하 대표는 "너무 말이 안 된다. 피감기관 예산도 국민 세금"이라며 "만약 다른 기관 공무원들이 그런 일을 했다면 이렇게 쉬쉬할 수 있을까. 국회가 끝까지 비공개로 한다면 정보공개 소송을 또 제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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