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서울 강남의 유명 학교인 숙명여고에서 성적 조작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성적 급상승 시 의심부터 할 수밖에 없는 현 교육체계가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성적이 급상승 한 학생들의 부모가 해당 학교의 교사로 재직하고 있다는 심증만이 의혹의 근거로 제시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사실 확인 여부를 떠나 학생부 전형 종합 평가 등 주관 개입의 여지가 많은 교육제도를 개선해 불신을 상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란은 숙명여고 2학년 쌍둥이 학생 A양과 B양이 1학기 기말고사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일기 시작했다. 두 학생은 해당 학교 교무부장의 자녀였고, A양과 B양의 지난해 성적이 각각 121등, 59등이었던 것이 알려지며 '성적 조작'의혹이 제기됐다.

강남지역 고3 학생의 한 학부모는 16일 CBS라디오'김현정의 뉴스쇼'와의 통화에서 "(성적 상승은)칭찬할 만한 일이고 그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매도하고 싶지 않지만, 아빠가 같은 학교의 교무부장 선생님이라는 사실이 그 의심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다"면서 "또 이전에 수시, 학종 제도에 대해 학부모·학생들 사이에 불신이 매우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연합뉴스)

이 학부모는 "아이들이 하는 말이 공정하다는 생각만 들면 자기가 시험을 잘 보든 못 보든, 대학을 잘 가든 못 가든 그 결과는 자기가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인데, 이런 일이 터지면 믿지를 못하고 더 힘들어진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시, 학종 등 교내 성적 평가에 대한 불신이 깊어 이런 상황이 발생할때마다 학생들이 좌절감에 빠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특정 학생의 스펙 조작, 생활기록부 조작, 시험지 유출 사건 등으로 합격이 취소되는 사건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립위원장도 같은 방송에서 "현재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근본적인 개편을 하지 않으면 학교와 교사가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입시사정관제 형태인 학생부 종합 전형이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은 일선 교사들도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학생부 교과 전형의 반영 비율을 높이고 학생부 종합 전형을 과감하게 폐지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 학부모들의 불신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김 위원장은 의혹이 불거진 두 학생의 심경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사실 확인을 떠나 이미 두 학생은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없을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며 "감사 결과 사실로 확인된다면 당연히 규정에 따라 명확하게 처리를 하면 된다. 그런데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어린 학생들이 받게 될 상처, 말로 형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성적이 오르면 '너 정말 열심히 했구나'라고 칭찬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우선 의심과 부정의 눈초리로 먼저 보는 세태가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덧붙였다. 교내 성적평가에 대한 공정성이 명확하게 확립돼 있었다면 학교와 교사, 학생을 향한 불신의 눈초리가 이렇게까지 쏠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한편, 현재 의혹이 불거진 숙명여고는 교육청에 성적감사를 의뢰한 상태다. 또한 학교 자체적으로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꾸려 학업성적관리상 절차 전반을 재점검 하겠다는 방침이다. 13일 서울시교육청은 특별장학사 3명을 숙명여고에 파견하고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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