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4일 한국언론학회, 한국방송학회, 한국언론정보학회 등 언론 3학회가 주최한 정부조직개편 세미나에서 합의제와 독임제를 융합한 형태의 '미디어커뮤니케이션위원회'가 정부조직 개편안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미디어 관련 정부 조직개편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더해졌다. 관련 시민사회와 학계가 정부조직개편의 필요성과 대안을 논의해온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오후 2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언론 3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문재인 정부의 방송통신 정부조직의 진단과 개선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사회는 정인숙 가천대 교수가 맡았고, 김재영 충남대 교수, 이상원 경희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토론자로는 김형일 극동대 교수, 정미정 박사,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 강지연 자유한국당 수석전문위원이 참석했다.

▲14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문재인 정부의 방송통신 정부조직의 진단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미디어스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미디어 관련 규제와 진흥 업무를 일원화하자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 현재 규제는 방송통신위원회, 진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할로 분리돼 있어 업무상 충돌이 발생하고 효율성이 저해된다는 취지에서다.

이상원 교수는 "방송통신 융합 환경과 글로벌 사업자의 시장 진출 등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규제와 진흥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심화, 이종기술 및 이종 산업 간 융합 사례가 증가할 것을 고려해 규제와 진흥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원 교수는 "부처간 중복된 권한을 조정하되, 과도한 통합은 지양해 공룡부처를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4월 열린 언론정보학회 현안세미나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김형일 극동대 교수는 당시 발제자로 나서 방송통신 유관 업무를 통합관리하는 '정보미디어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미디어 규제와 진흥 업무를 일원화 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위원회'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언론정보, 방송영상, 광고홍보, 인터넷언론, 소셜미디어, 1인 미디어 등을 모두 아우르는 미디어정책을 총괄하는 가칭 미디어커뮤니케이션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과기정통부 및 문체부에서 방송 관련된 미디어 진흥 정책, 디지털 콘텐츠 업무, 방송통신 표준기술, 뉴미디어, 국내외 신문, 인터넷신문, 정기간행물, 디지털뉴스, 독립제작사, 아리랑TV 국제방송 부분, 광고 등 흩어져 있는 미디어 정책 관련 기능을 미디어커뮤니케이션위로 이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진흥, 규제 일원화에 따른 의사결정 속도 저하는 독임제적 요소를 가미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의사결정이 더디면 공무원들이 일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며 "그래서 기존의 독임제적 요소를 도입해 사안에 따라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독임제 요소를 가진 건 그대로 인정하게 하는 것을 법조문에 명문화 하자는 것"이라며 "지금 하는 규제 부분들, 방송사업자 허가·재허가, 불공정 시정조치, 시청자 권익침해 등의 사안은 당연히 합의제에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이런 식으로 하면 산업활성화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상 수석전문위원은 현재 방통위가 갖고 있는 통신 규제는 과기정통부로 이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통신의 개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며 "통신은 단순히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정보통신의 개념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안 수석전문위원은 "5G, IoT, 빅데이터의 시대다. 가장 기본이 되는 건 ICT 정보통신기술이다. 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기초이고 원칙"이라며 "단순히 통신을 커뮤니케이션의 개념으로 생각하고 통합된 미디어커뮤니케이션위원회에 존치하면 문제가 된다. 이건 과기정통부에 이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조직 개편 과정을 시민들에게 공론화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이상원 교수는 "조직개편의 공론화 과정을 위해 전문가 위원회를 설치하고,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참여 및 감시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범위 외에는 공공기관의 조직과 인력운영에 관해 공개하고, 조직개편 과정의 공개화를 통해 투명성과 정치적 책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출범 1년이 넘었지만 미디어 정부조직 개편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미정 박사는 "정부조직 개편 방향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필요한 건 분명히 있다. 정부 정책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중요한 문제라는 점이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것이 있다. 정부에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미정 박사는 "정책 목표 자체가 없는 건가. 아무도 관심이 없는 건가. 현재 구조가 나쁘지 않기 때문인가"라며 "안 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진행된 세미나 인사말에서 한국언론정보학회장을 맡고 있는 전규찬 교수는 "지난 두 정권의 방통위가 철저히 시민의 의견과 다른 길로 갔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한 건 분명했다"면서 "지난 시간 동안 시민사회의 평가는 혹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의지의 문제 보다 미디어정책에 대한 정부의 콘트롤 타워가 없다는 평가가 고개를 들고 있다. '청와대 정부'라는 말이 회자되는 상황이지만 청와대 안에 미디어 정책 전문가가 전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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