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를 선언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하는 규제다. 대출을 통해 사업확장을 도모하는 산업자본을 규제하기 위해 마련된 조치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제기되는 가운데 경제지, 보수언론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스마트폰을 이용해 케이뱅크의 계좌 개설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8일자 경제지 1면 헤드라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완화로 모아졌다. 서울경제는 <인터넷銀 '은산분리 족쇄' 푼다>, 한국경제는 <'3호 인터넷전문銀' 출범 빨라진다>, 매일경제는 <IT기업, 인터넷은행 주인된다> 기사를 헤드라인으로 내세웠다.

서울경제는 <"규제개혁 물꼬 트겠다"는 문 대통령의 약속>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7일 규제혁파 행보를 본격화했다"며 "첫걸음은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정보기술 등 산업자본의 지분보유 한도를 확대해 인터넷은행의 운신폭을 넓혀줘야 한다는 주문"이라며 "특히 입법으로 뒷받침해줄 것을 국회에 촉구해 더욱 반갑다"고 썼다.

매일경제는 <산업자본 지분 제한하는 인터넷은행 대못 규제, 국회가 나설 때>사설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며 "현재 인터넷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은 5개로 대부분 산업자본인 정보기술 기업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 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5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다행스러운 것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자유한국당은 이미 인터넷은행 규제 완화를 당론으로 정했으니 법제화에 시간을 끌 이유는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언론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해 긍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조선일보는 <18년 옥죈 '銀産분리' 규제 IT기업에 한해 풀어줄 듯> 기사에서 "'재벌의 은행 지배를 금지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18년간 국내 인터넷 은행 발전을 옥죄어 온 '은산 분리' 규제의 빗장이 풀릴 전망"이라며 "비금융기업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가질 수 없게 한 은산분리 규제가 풀리면 인터넷 은행들이 자본을 늘려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IT 기업의 혁신을 받아들여 기존 은행권에선 찾아볼 수 없는 새 금융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면 헤드라인으로 <"인터넷銀 규제 혁신" 은산분리 완화 시동> 기사를 게재하고, <규제혁신 속도 내는 文, 지지세력 반발 극복이 관건> 사설에서 다른 분야의 규제완화까지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와 정부가 혁신성장을 위해 부쩍 규제 혁신의 가속페달을 밟는 모양새"라며 "모바일뱅킹 등 이른바 핀테크 산업에서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는 중국을 볼 때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규제완화는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인터넷전문은행뿐 아니라 규제 혁신의 메스가 시급한 분야가 한두 군데가 아니다"라며 바이오산업, 영리병원 도입, 유통산업 발전 등을 거론했다. 동아일보는 "일부 시민단체와 이해관계자들의 반대로 수년째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동아일보는 "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방문한 날도 참여연대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의당 등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대통령이 은산분리라는 대선공약을 어긴다는 비난을 쏟아냈다"며 "이처럼 규제 혁신에 대한 가장 큰 장벽 가운데 하나가 문 대통령 지지 세력들의 반대 목소리"라고 비난했다.

▲8일자 경향신문 27면 정동칼럼.

반면 진보진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에서 "문재인 정부와 삼성 간의 거리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가깝고 그 추세는 계속 강화되고 있다"면서 "명분도 실익도 없는 '케이뱅크 구하기'에 거의 모든 경제팀이 매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국민들을 먹이고 입히기 위해 좋은 정책을 고심하고 힘들여 추진해도 시간이 부족한 마당에,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기존의 공약을 헌신짝처럼 버리면서까지 무리를 하고, 남은 사람들은 그것을 막기 위해 아까운 시간과 정력을 허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교수는 "거대 산업자본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거대 산업자본은 국정농단사범이라는 혐의에도 대통령을 독대할 수 있고, 이미 사실상 폐기된 은산분리 완화 논의를 쓰레기통에서 꺼내며 먼지를 털어 대통령을 앞세워 국회를 당당히 통과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 이 정도의 권력을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곳은 없다. 오직 끝없는 경각심과 교과서적인 금융원리에 입각한 주장 정도만이 이런 권력을 간신히 통제할 수 있을 뿐"이라며 "그런데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그 힘에 물들어 이런 원칙을 허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스스로 '공정 경제'를 주장해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정부는 시장에 대한 공정한 질서를 수호하면 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특정자본의 투자는 정부와 대통령이 고민할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성준 사무국장은 "지금 시급한 것은 인터넷 은행 관련해 '공정한 규제' 방안과 '금융 공공성'의 재정립이지, 결코 규제완화가 아니다"라며 "문재인 정부는 그래서 은산분리 완화는 대체 누구를 위한 특혜성 규제완화인지, 삼성 이재용인지, KT의 외국자본인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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