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올 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는 가운데 냉방시설 이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은 상태지만,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누진제의 부당성을 제기해온 곽상언 변호사는 "지금 정부와 한전은 여름이 지나가기만 기다린다"며 "누진제는 사계절 내내 적용된다. 국민들이 누진제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뻔히 보고서도 폐지하지 않고 완화하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곽상언 변호사는 8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새아침'과의 통화에서 "누진요금제의 목적이 전기요금을 증폭시켜 사용량을 억제하겠다는 것인데 사용 억제의 이유가 없다면, 사용 억제를 통해 부당성만 입증됐다면 그런 요금 규정을 둘 이유가 더 이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누진제를 검토해보라는 지시를 하셨지만 근본적으로 국민의 고통을 완화시키려면 누진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통해 7~8월 가구당 전기요금을 약 20%정도 낮추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지만 '누진제 폐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7일 우체국 직원이 세종시 조치원읍 한 다세대주택 우편함에 한국전력공사가 발송한 7월분 전기요금 청구서를 넣고 있다.이날 백운규 산업자원부 장관은 "전기요금 누진제를 7월과 8월 두 달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곽 변호사는 "한전과 정부가 주장하는 누진제 목적은 수요 억제, 저소득층 보호다. 주택용 전기는 수요를 억제해도 된다는 발상으로 산업용과 일반 상업용 경우에는 수용 억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 말은 일반 주택에서 사용하고 있는 전기는 국가 경제 전체에 도움이 안되기 때문에 억제해야 한다는 기본 논리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주택용 전기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3%에 불과해 소비 억제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전체 전기 사용량 중 산업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율은 55% 이상, 일반 상업용의 비율은 22~23% 정도인 상황에서 전기 사용 수요를 억제하려는 목적의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곽 변호사는 "저소득층을 보호한다고 정부와 한전은 주장하는데, 실제로 누진제 때문에 가장 피해를 많이 보는 분들이 최저소득 계층이다. 기초생활수급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본다"면서 "국민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도 누진제는 하루빨리 폐지돼야 하고, (한전은)지금까지 누진제를 통해 부당하게 수취한 전기요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변호사는 누진제의 원인으로 한전이 독점기업이라는 점을 꼽기도 했다. 곽 변호사는 "한 나라에 하나의 회사가 모든 전력을 공급하는 경우는 대한민국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주택용에만 고율의 누진요금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도 당연히 없다"며 "해외의 경우 여러 전력 판매 회사가 서로 경쟁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징벌적이고 약탈적인 요금규정 자체를 둘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은 2016년까지 100KW/h를 단위로 총 6단계의 누진요금제를 유지했다. 당시 1단계와 6단계의 요금배율은 11.7배였다. 2017년부터 실행된 현 누진제는 총 3단계로 이루어져 있으며 1단계와 3단계의 요금배율은 3배다. 정부와 한전은 한 차례 누진제를 손보았으므로 한시적이지만 3단계를 2단계로 줄여 징벌적 구간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곽 변호사는 "지금도 400kW/h가 넘게 되면 최고 구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4인가구 한달 평균 전기 사용량은 약 350kW/h 되는데 거기에 선풍기 두 대만 틀면 바로 최고 요금으로 진입하게 된다. 그래서 징벌적 요금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라면서 "누진제는 사계절 내내 적용되는 것이다. 폐지해야 국민들이 고통받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전기요금이 내려가면서 국민들이 전기를 마구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곽 변호사는 "이런 생각은 국민을 바보로 아는 것이다. 쌀값 내려가면 밥을 한 공기 먹다가 열 공기 먹나"라고 반문했다.

곽 변호사는 "우리나라 국민은 정말 착한 국민이다. 누진제 때문에 실제로 전기 사용을 매우 아끼고 있다"며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사용하고 있는 전기 사용량은 OECD 평균 국가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그 원인 중 검증된 것은 누진제밖에 없다. 그럼에도 누진제를 폐지하게 되면 전기를 막 쓴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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