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도전 골든벨'이 출연 학생의 정답판에 적힌 '동일범죄 동일수사', '낙태죄 폐지' 등의 문구를 모자이크 처리해 논란이 일고 있다. KBS는 공식입장을 내어 "공영방송은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는 정치·종교·문화적 이슈의 경우,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해명했지만, 앞선 방송에서 여성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보이루' 같은 단어가 방송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일 KBS 1TV '도전 골든벨' 908회 방송에서는 '최후의 1인'에 도전한 이 모 학생의 정답판 일부가 모자이크 처리된 채로 방송됐다. 방송 직후 해당 학생으로 추정되는 한 트위터 이용자가 자신의 계정에 "저 골든벨 나가서 '동일범죄 동일처벌'이랑 '낙태죄 폐지' 써뒀는데 (KBS가) 그거 다 가려버렸다"는 내용을 게재하며 편집 논란이 일었다.

KBS 1TV '도전 골든벨' 8월 5일 방송 화면 갈무리

'동일범죄 동일처벌'은 지난 5월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을 계기로 등장한 구호다. '홍대 누드 몰카 사건'은 여성모델 안 모씨가 홍대 회화과 수업 도중 남성 누드모델의 나체 사진을 불법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한 사건으로 안 모 씨는 사건발생 열흘만에 구속 기소됐다. 이에 많은 여성들은 경찰의 불법촬영 수사가 성별에 따라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혜화역, 광화문 등의 장소에서 이를 규탄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동일범죄 동일처벌'은 해당 시위 현장에서 쓰이는 대표적인 구호다.

논란이 확산되자 KBS '도전 골든벨' 제작진은 7일 공식입장을 내어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제작진은 "도전 골든벨은 청소년들이 여러 분야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옹호한다"면서 "하지만 공영방송은 '첨예하게 주장이 엇갈리는 정치적·종교적·문화적 이슈의 경우, 한쪽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방송할 수 없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제작진은 "청소년 출연자가 이러한 이슈 다툼에 휘말려 입게 될 피해를 우려하여, 항상 녹화 전에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 취지를 벗어나는 멘트는 자제하라'고 사전 고지해왔다"며 "현재 해당 학생이 작성한 글, 사진, 개인정보 등이 온라인 상에서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해당 학생에게 피해가 우려된다. 이 또한 건강한 토론의 영역에서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원칙에 따라 답판에 적힌 글 일부를 모자이크 처리했다. 시청자 여러분의 이해를 구한다"고 덧붙였다.

KBS 1TV '도전 골든벨'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

그러나 지난 3월 18일 방송된 '도전 골든벨' 888회에서 한 남학생이 정답판에 적은 '보이루'라는 단어가 별도의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도전 골든벨' 시청자 게시판에는 "보이루는 되고 낙태죄 폐지는 안 되나", "보이루는 되고 동일범죄 동일처벌은 왜 모자이크 처리를 했나"등의 시청자 의견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보이루'는 여성의 성기를 비하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용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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