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쌍용자동차가 2009년 정리해고 사태 당시 파업 참가자의 '내부 붕괴'를 유도하고 정부 부처와 공조를 모색한 쌍용차 내부 비밀문서가 드러났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문건 기사를 보며 모든 장면이 2009년도가 오버랩 됐다"며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비밀문서다. 당시 경영진이 임직원을 도려내야 할 암, 지방덩어리, 이렇게 주장했던 사실이 정말 분노스럽다"고 토로했다.

한겨레는 지난 4일 쌍용자동차 내부 '노조 와해' 비밀문서 100여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쌍용자동차는 2009년 "이런 기업(쌍용차)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국고 낭비다. 구조조정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발언을 근거로 "수술대에 오른 이상 암과 지방 덩어리 확실히 제거하여 굳건한 체력으로 시장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산 부문 경영정상화 방안 보충자료' 문건을 작성했다.

이후 쌍용차는 '노동조합 단체행동 세부 대응방안'이라는 문서를 임원회의에 올리며 '비상대책종합상황실'을 꾸리고 "내부 붕괴를 통한 사태 해결"을 꾀했다. 문건에는 수사·정부기관과의 공조 방안도 함께 명시됐다. '평택지방검찰청 공안담당검사', '평택경찰서 정보과', '경인지방평택노동청 근로감독관'의 유선번호가 함께 기재됐으며 "점거농성시 즉각적으로 공권력 투입이 가능하도록 사전협의"가 명시됐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등이 쌍용차 해고자 복직을 위한 오체투지를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득중 지부장은 6일 MBC라디오 '이범의 시선집중'과의 통화에서 문건이 실제로 실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저는 파업 당시 조직쟁의 실장이었다. 문서에 따라서 진행됐다는 것을 다시 또 확인하게 됐다"며 "채증조, 방어조 등을 운영했던 상황을 공장 내에서 다 봤다. 경찰 진입을 유도하기 위해 구사대와 사측 관리자들이 불필요한 마찰을 야기시켰다"고 회상했다.

김 지부장은 "저희들은 공장진입 문제를 두고 부딪치면 마찰이 일어날 수밖에 없으니 이 문제를 대화와 교섭으로 하자, 왜 함께 한솥밥을 먹던 우리가 서로 부딪쳐야 되는지 몰겠다는 얘기를 수차례 했다"며 "그런데 갈고리로 울타리를 뜯어내는 상황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수면가스 살포를 통한 노조 진압도 계획했다. 당시 쌍용차는 해고를 피한 직원들에게 파업 조합원들을 압박하는 '강경책', '진압책', '회유책'을 정리해 메일로 전송했다. 메일에는 "수면가스를 살포한 후 파업자 수면 상태에서 진압"하는 방안이 포함됐고, 쌍용차지부는 이를 입수해 폭로했다. 김 지부장은 "수면가스라고 저희들이 도장공장 안에 있으면 마찰 불상사 때문에 저희가 잠든 저녁에 수면가스를 살포한다, 이런 얘기까지도 문서가 있었다"면서 "추측은 했지만 이번처럼 구체적인 문건은 언론을 통해 처음봤다"고 토로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 119명은 2015년 해고자 복직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아직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합의 3년이 지난 현재 복직자 수는 45명으로 지난 6월 27일 120명 해고노동자 중 한 명인 김 모씨가 '생활고'로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해고노동자는 119명으로 줄었다. 쌍용차지부는 사측에 향후 복직 일정을 제시할 것을 요청했으나 사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현재 협상은 중단된 상태다. 해고노동자들은 대한문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복직을 기원하는 '오체투지', '119배' 등을 진행 중이다.

김 지부장은 "10년째 정리해고 투쟁 중이다. 정리해고라는 것이 가정을 무너뜨리고 인간마저 파괴하는 상황"이라며 "회사가 어려워졌다고 함부로 해고해서는 안 된다. 정리해고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 대해 함께 힘을 모아주시고, 끝까지 지켜봐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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