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민주평화당의 새 당 대표로 정동영 의원이 선출됐다. 정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에 방점을 찍고 다당제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선언했다. 현행 선거제도는 승자독식형 소선거구제로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서울 여의도 K-BIZ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전국당원대표자대회에서 정동영 의원은 압도적인 지지 속에 당 대표로 선출됐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들 농민들 노동자들의 삶을 개선할 길은 정치개혁에 있다"며 "70년 동안 양당제로 굳어온 거대양당 체제를 혁파하고 민주평화당이 앞장서서 다양한 국민들이 자신들의 대표를 국회로 보낼 수 있는 다당제의 선거제도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연합뉴스)

정동영 대표는 "장병완 원내대표와 손잡고 민주평화당이 숫자는 작지만 자유한국당을 견인하고 민주평화당이 중심에 서서 더불어민주당을 설득하고, 바른미래당과 정의당과 협력해서 5당 연대를 만들어 선거제도 개혁을 이뤄야 한다"며 "소상공인 정당을 만들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게하고, 농민들이 다른 정당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농민당을 만들어 국회에 들어오면 되고, 청년당, 여성당, 환경당이 들어오면 진정한 합의제인 다당 민주주의가 된다"고 강조했다.

정동영 대표가 주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1등만 당선되는 승자독식구조의 소선거구제와 달리,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기 때문에 사표가 발생하지 않고 민심이 그대로 의석에 반영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사표심리가 사라지기 때문에 유권자들은 거대정당에 투표할 필요없이 소신에 따라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표를 던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따라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다당제 구조를 정착시키기에 적합한 선거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앞서 지난해 9월 국민의당 시절 정동영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민정연대'를 추진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여야 4당이 비례성을 보장하는 선거제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로 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민정연대 추진 간담회 모습. (연합뉴스)

선거제도 개혁은 정치권의 오랜 숙원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고 노회찬 전 의원 등 진보진영의 정치인들은 줄기차게 선거제도 개혁을 주장해왔다. 천정배 민주평화당 의원은 미디어스와 만난 자리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가장 근본적인 정치개혁의 원동력"이라며 "선거제도 개혁만 제대로 이뤄진다면 다른 건 모두 양보해도 좋다"고 밝히기도 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이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여당이 되면서 다소 미온적인 입장으로 선회했지만, 민주당 역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당론으로 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당론으로 정하고 있지만, 손학규 전 대표, 권오을 전 의원 등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민정연대 추진에 유일하게 동참하지 않았던 자유한국당의 입장변화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난 7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개헌 논의가 이뤄지면 국가 권력구조 개편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 권력구조 혁신 이 세 가지 문제는 필연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기존의 입장에 함몰되고 매몰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손학규 전 대표 싱크탱크인 동아시아미래재단이 주최한 <변화의 시대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개편> 토론회에서 자신이 1999년 출판한 책을 거론하며 "당시 제가 주장한 게 내각제, 중대선거구제, 연동형 비례대표제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자유한국당 내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했던 '친박'이 사실상 '폐족'이 되고,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하며 소선거구제의 피해자가 된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적기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지난 6월 <장벽없는 정치시장을 위하여> 토론회에서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주간은 "한국당이 이런 상태로 다음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는 이 시점이 선거제도 개혁의 좋은 시점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 적합한 환경에서 정동영 대표가 선거제도 개혁 과제를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기 위해서는 교섭단체 구성이 필수적이다. 국회 원구성 협상 당시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할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 모임인 평화와 정의 교섭단체에서 맡을 예정이었다. 선거제도 개혁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보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드루킹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은 고 노회찬 전 의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평화와 정의 의원 모임은 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했다. 평화와 정의 의원 모임의 교섭단체 지위 상실로 현재 정개특위 위원장을 어느 당에서 맡을 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무소속으로 남아있는 손금주, 이용호 의원 등의 민주평화당 입당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동영 대표는 지난달 30일 cpbc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 인터뷰에서 "순창의 이용호 의원과 만났고 대화를 나눴다"며 "노회찬 의원의 투신 이후에 우리 시민들의 노 의원에 대한 추모의 물결 그리고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노 의원의 유지가 있다면 평화정의 연대의 교섭단체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대표는 "노회찬 의원의 유지를 받들어 평화정의 연대교섭단체 참여를 결단해달라고 간곡히 촉구했고, 두 의원께서는 고민하겠다는 답을 했다"면서 "또 울산의 민중당 김종훈 의원도 있다. 교섭단체는 여러 정당과 무소속 의원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노력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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