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남자의 자격>은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자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지라는 너무나 단순한 이 주제는 의외로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누구나 새해가 되면 한 가지씩의 자신의 목표를 세우기 마련입니다. 언제나 작심삼일로 끝나기는 하지만 이를 꾸준하게 지켜나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남격은 다시 한 번 작심삼일을 해보게 합니다.

약속 남발 사회에서 말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다

말의 성찬이 가장 특별한 집단은 정치인들입니다. 숱한 말들로 자신에게 표를 던져주기를 바라고 그렇게 얻어진 권력에 취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잊고, 한 없이 도끼자루 썩는지도 모른 채 도포자락 올리고 차가운 물에 발 담그고 유유자적하기만 합니다.

김태호, 신재민, 조현오로 이어지는 인사 청문회에서 드러나는 파렴치한 행각들은 국민들을 다시 한 번 정치에 무관심하라고 강요하기만 합니다. 그 어느 누구와 비교해도 부도덕한 그들이 권력의 실세에 앉으려고 하는 모습들을 바라보며 과연 그들은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고 살아왔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합니다.

고위 공직자로서 그 누구보다 도덕적이어야 할 인물들이 자신들이 가진 지위를 남용해 자신만을 위한 부 쌓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던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지요.

남격 멤버들은 자신이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 '남아일언중천금'이라는 말을 듣고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자신이 지금껏 방송을 통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고민해보게 되고 VTR로 나오는 상황에서도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도 모를 정도로 그들도 우리도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과 허튼 희망들을 이야기하고 살아왔었습니다.

큰형 이경규는 영어 레벨 테스트를 6개월 후에 다시 하겠다는 말이 씨가 되어 다시 그 지옥 같은 공간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나이 오십이 넘어 익숙하지 않았던 영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요. 더욱이 전 국민에게 공개되는 상황에서 치러지는 공개 테스트는 더욱 민망할 뿐입니다.

담배와 커피에 찌들어 사는 국진은 금연을 하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오십을 바라보는 그에게 강제적으로 금연을 강요하지는 못하고 24시간 동안 금연을 시도해보는 것을 조정을 했습니다. 남격 밴드를 통해 할마에로 올라선 김태원은 노래로 골치를 썩이던 김성민을 자극하기 위해 내기를 걸었었죠.

김성민은 기억도 안 나던 그 약속은 바로 대회에서 입상을 하면 놀이공원에서 퍼레이드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결코 직장인밴드 대회에서 수상을 할 것이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할마에로서는 당연한 약속이었지만 4등을 차지한 그들의 성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퍼레이드를 해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한없이 힘겨워하던 이경규는 1년 만에 다시 찾은 학원에서 레벨 테스트를 받으며 여전히 힘겨운 영어의 세계에서 길을 잃고 있었습니다. 도무지 끝나지 않는 레벨 테스트에 지겨워진 경규로서는 뭔가 대책이 있어야 하겠고 그렇다고 자신의 의견을 영어로 개진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무리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6개월 후에 다시 레벨 테스트를 받겠다는 그의 발언으로 힘겨운 테스트는 마무리 되었지만 유예기간만 가진 그의 '남아일언중천금'은 이후 영어학원에 등록하며 6개월 후에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기대하게 했습니다.

24시간의 금연이 무척이나 힘겨울 수밖에 없는 것은 담배를 피워본 사람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겁니다. 일을 하며 시간이 없어 피우지 못하는 것과 피울 수 없다는 전혀 다른 개념이기에 금연은 다양한 금단현상을 불러올 뿐입니다. 어렵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금연 테스트기를 통해 확인 결과 하루 동안의 금연만으로도 월등한 차이를 보일 수 있음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가장 어려운 고비는 집에서의 나머지 시간들이었는데 국진은 담배 생각에 일찍 잠이 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푹 잘 수 있어 좋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국진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금연을 언제 끝낼지는 모르지만 할 수 있는 한 지속하겠다는 또 다른 약속을 남겼습니다.

할마에가 요정으로 변신하는 상상은 본인은 물론이고 시청자들 역시 아무도 상상도 하지 못했을 듯합니다. 그들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놀이공원에 갔고 말도 안 되는 분장으로 할마에는 차도녀로 대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요정이 된 할마에는 여전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선글라스를 끼고 퍼레이드를 진행했습니다.

그런 할마에와 신난 김성민의 퍼레이드는 놀이공원을 찾은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전해주었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변신이었지만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할마에의 모습은 참 보기 좋았습니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는 어떤 변화를 주더라도 망가짐이 아닌 새로운 변신임을 할마에 김태원을 통해 알 수 있었지요.

이 나이든 남격 멤버들은 자신이 쉽게 건넨 말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결코 쉽지 않았던 도전들을 모두 수행하며 많은 것들을 느끼고 깨닫게 했습니다. 약속의 가치는 무엇이고 말의 중요성이 어느 정도의 가치를 지니는지 알게 해준 그들의 도전은 그 형식만큼이나 흥겹고 교훈적이었습니다.

타인에게는 냉철하고 자신에게는 관대하기만 한 권력자들의 말 성찬으로 인해 국민들은 한 없이 힘겨운 날들을 보낼 수밖에는 없습니다. 어쩌면 남격의 미션은 나이든 그들이 아닌 국회 의사당에서 실시해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무모하지만 의미 있었던 도전을 보면서 그동안 실없이 흘렸던 약속이나 말들이 어떤 것이 있었는지 고민해보게 됩니다. 나에게 아무 의미 없는 말들도 상황과 상대에 따라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것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허튼 소리로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남자의 자격-남아일언중천금>은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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