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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섹슈얼리티를 해치는 ‘군대 위문공연’[도우리의 미러볼] 군대 위문공연 폐지 청원 논란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08.06 09:13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를 조장하는 군대 위문공연을 폐지해 주세요”

군대 위문공연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논란이다. 해당 게시물은 “군인들의 사기를 위해 왜 여자들이 필요한가”라며 “(군대 위문공연은)성적 대상화”라고 설명했다. 이에 청원 동의 댓글이나 SNS 여론은 ‘섹시 걸그룹 공연 위주의 위문 공연을 다양화하거나, 그 예산으로 군 복지를 확충하라’며 동조했다.

반면 남성들과 남초 커뮤니티에서는 이 청원에 대해 “위문공연은 군의 사기 진작뿐 아니라 단합에 도움이 되고,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데 대한 보상 성격”이라며 “성적 자유마저 억압된 상태에서 스트레스 해소 수단마저 없애겠다는 것이냐”고 항의하는 의견이 다수였다. 또 “걸그룹도 위문공연으로 홍보 효과를 본다”라거나 “여성도 군대 갔으면 남자 아이돌 보고 똑같이 좋아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군대 위문공연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

하지만 위문공연 폐지는 단순히 군의 사기 진작이 필요 없다거나 남성의 성욕을 차단해야 한다는 의견이 아니다. 오히려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남성 섹슈얼리티’를 위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남성, 특히 병역을 수행하는 군인의 섹슈얼리티는 ‘과잉 성욕화’ 돼 있다. 군대는 군인에게 교육이나 직업 활동 등 여타 욕구는 엄격히 제한하지만, 유독 성욕 해소는 적극적으로 독려한다. ‘군인한테는 그저 치마만 두르면 된다’는 인식이나 지독한 음담패설 문화, 한국 남성 성매매 첫 경험이 대부분 군 휴가 때 이뤄지는 실태 등은 ‘군인=성욕’이라는 이미지를 형성한다. 

따라서 통념대로 군인은 ‘모든 자유가 억압된 채 고된 업무로 성적 욕망만이 충만’하다기보다, 군대 문화 속에서 ‘과잉화·획일화된 성적 욕망’이 학습되는 것이다. 자유 억압이나 고된 활동은 오히려 성욕이 낮아지는 등 무조건 성욕 증대로 이어지지 않는데, 군대 공간에서는 그나마 마음껏 해소할 수 있는 것이 성욕이기 때문이다.

<플레이보이>, <맥심> 등 군인 전용 도색 잡지와 ‘핀업걸’, ‘군통령’의 존재는 이러한 군인의 섹슈얼리티를 둘러싸고 형성된 시장의 일종이다. 역사상 군 위안부도 ‘사기 진작을 위한 군인들의 성욕 해소’라는 명분으로 운영됐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문화의 중심에 ‘섹시 컨셉 걸그룹 위주의 위문공연’이 있다.

그런데 이 군인의 성욕은 무작정 독려 되지 않는다. ‘이성애 마초적 남성성’으로서 성욕으로 엄격히 제한되기 때문이다. 군대 내 음담패설이나 성매매에 동조하지 않을 경우 ‘게이 아니냐’라는 비난을 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군인의 성욕이 군대 내 ‘호모 소셜(homo social)’을 강하게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의 저자 우에노 치즈코는 ‘호모 소셜’이란 '서로에 대한 성적 끌림을 억압한 남성 간 유대'라고 설명했다. ‘호모 소셜’에서는 남성만이 '성적인 주체'로 인정되는 일이다. 그래서 서로가 '성적인 대상’이 되는 동성애는 금기가 되며, 남성의 주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여성의 객체화, 즉 여성 혐오가 장려된다. 

MBC 방송화면 캡처

군대는 이 ‘호모 소셜’의 최전방이다. 군대는 높은 수준의 계급 질서와 남성성을 유지해야 하는 집단이고, 여기서 발생하는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해 남성끼리의 친밀감, 즉 ‘호모 소셜’을 조성하기 위해 동성애와 여성에 대한 혐오가 더 강하게 일어난다. 군인의 성욕은 단순 쾌감이 아닌, 권력욕과 남성성 확인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역시 성욕 해소보다 ‘소속감, 동지애 다지기’ 일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위문공연은 군 사기 진작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은 진실이다. 다만 문제는 그 ‘사기 진작’의 실체가 ‘호모 소셜’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호모 소셜’을 유지하기 위해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는 여성성을 부정하고 착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성스럽거나 몸이 허약한 군인에 대해 ‘고문관’이라는 별명으로 폭력을 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리고 이렇게 ‘마초적 남성성’이 부족한 남성을 배제하는 것은 오히려 ‘진짜 사기’를 저하한다. 

위문 공연의 문제는 섹시 컨셉 자체가 아닌, 여성을 ‘성욕을 풀어주고 노고를 보상해주는 대상으로서 소비하는 방식’이다. 여성이 보이 그룹을 좋아하는 방식은 이와 같지 않다. 그래서 ‘여자도 군대 갔으면 남자 아이돌 똑같이 좋아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핀트가 어긋났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국가의 승인’이다. 국가가 나서서 여성의 대상화를 독려함으로써 남성 집단 일반이 여성혐오를 학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돌을 없애자는 거냐’라거나 ‘여성도 입대해라’는 주장도 핵심을 비껴간다.

위문 공연 규제 및 폐지는 남성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문제다. 즉물적 쾌락에 넘겨줄 문제가 아니다. 위문 공연에 맞물린 군인 성욕의 과잉화, 획일화 역시 ‘섹슈얼리티 억압’의 다른 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료 시민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는 남성 자신의 ‘인간성’에 손상을 입는 일이다. 섹슈얼리티가 인권의 문제인 이유다. ‘군대 다녀와서 사람 됐다’라는 의미를 바꿔야 한다.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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