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섹션 TV 연예통신'에서 리포터가 캘빈클라인 화보 촬영 현장에서 f(x)의 크리스탈에게 "남들 방송 준비할 때 혼자 거울을 보나?"라고 지적하자, 설리가 정색하며 "거울 보는 것도 방송준비다"라며 크리스탈을 감쌌는데요. 이것이 며칠 전 있었던 CF 촬영 현장의 크리스탈, 설리 태도논란과 오버랩되면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습니다.

사실 그렇게 발끈해서 예민하게 반응하는 설리를 보고 저도 깜짝 놀라긴 했는데요. 하지만 그것을 보면서 제가 드는 생각은 10대 아이돌에 대한 안쓰러움이었습니다. 얼마 전에 있었던 태도논란은 분명 설리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면이 없지 않은데요. 설리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프로의식의 부족함 정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태도논란으로 불거지면서 많은 질타를 받고, 자신의 실수 그 이상으로 너무도 큰 죄를 지은 것인 마냥 죽일 놈이 되어 있었는데요. 일반적으로 그런 질타는 성인이 받아도 감당하기 힘들었을텐데, 정신적으로 사춘기 시절인 17세의 설리에게는 더욱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더군다나 같은 멤버인 빅토리아와 루나에게 비교 당하며 비난을 받는 것은 참 견디기 힘들지 않았을까 하는데요. 이번 일을 계기로 f(x) 내부에서 알게 모르게 편이 나누어져 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걱정들을 뒤로하고, 분명한 것은 그들은 그런 연예계 활동을 하며 돈을 버는 프로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보다 냉정한 잣대를 들이댈 수밖에 없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참고 견뎌내야 하는 것이죠.

화려해 보이는 10대 아이돌 뒤에 감춰진 그들의 고뇌

10대는 심신 양면으로 사춘기를 겪으면서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외형적인 사춘기는 일찍 시작되는 반면, 정신적인 사춘기는 상대적으로 늦게까지 진행되기도 하는데요. 몸은 어른 못지않게 성숙해보이지만 감수성은 한창 예민할 때이고, 작은 것 하나에도 큰 영향을 받으며 정신적으로 성장을 하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10대가 아이돌이 되려고 하면서 일찍부터 연습생 시절을 거치며 친구들과 떨어져 지내고, 친구들과 다른 생활 다른 고민을 가지고 거리감을 느끼며 외로움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학창시절 뚜렷한 추억거리 하나 없이 오직 가수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트레이닝을 받고 연습만 하게 됩니다.

또한 남들은 다들 공부를 할 때 상대적으로 공부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이후 아이돌 가수로 데뷔를 하더라도 인기를 얻지 못하면 막막할 수밖에 없는데요. 뒤늦게 대학을 가기에는 기초가 부족하고, 바로 취업하기에는 또 기술이나 노하우를 가진 것이 없어 결국 노래, 춤 빼고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는 것이죠. 그렇게 그들은 학창시절과 공부를 포기하면서까지 가수라는 꿈을 위해서 올인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연예계라는 곳이 실력도 운도 모두 받쳐줘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고, 인기를 얻기도 힘들지만 행여 인기를 얻더라도 연예계는 그것이 언제 다시 없어질지 모르는 살벌한 전쟁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10대 아이돌들은 매번 불안감 속에서 지낼 수밖에 없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 앞에서는 웃고 즐거운 척, 피곤해도 피곤하지 않은 척, 싫어도 좋은 척 등의 가식과 자신의 사생활 따위는 전혀 없는 항상 조심해야 하는 숨 막히는 생활이, 애초에 자신이 생각했던 화려해 보이는 모습들과는 달라 뒤로 많은 고민들을 안고 있겠지요.

소속사는 사춘기 10대 아이돌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

그런 가수가 되고 싶어 하는 10대들을 아이돌로 데뷔시켜 꿈을 팔고 있는 각각의 소속사들은, 과연 사춘기 10대 아이돌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말 궁금한데요. 요즘처럼 자꾸만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 속에서 그만큼 소속사가 단순히 상품을 포장해서 물건 팔듯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를 해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10대들을 데리고 상업적으로 활용한다면 단순히 그들을 노래와 춤으로 트레이닝 시키고 데뷔시켜 투자한 만큼 뽑아내려는 마인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미성숙한 10대들의 인성교육, 예절교육에서부터 연습생 혹은 연예인 생활을 하면서 사춘기 시절 겪을 수 있는 정신적인 문제들까지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미성년자는 아르바이트를 해도 연소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하지만 현재 10대 아이돌의 연예계 활동은 대중을 상대하다 보니까, 고용인과 피고용인에 대한 법의 적용만으로 보호받기는 어려운 면들이 있는데요. 그런 부분은 소속사에서 보다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요즘 10대 아이돌들을 보면 섹시 컨셉의 남발 등 10대에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 소비가 심하고, 일찍 데뷔한 만큼 그 수명이 줄어들어 성인이 되고나면 과연 지속적인 연예계 활동이 가능할지도 의문인데요. 소속된 10대 아이돌들에 대해서 장기적으로 보고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단기간 뽑아 먹을 수 있는 만큼 뽑아 먹고, 소속사에서는 성인 이후 알아서 각자가 아이돌 이미지를 벗고 이미지 변신을 하기 바라는 듯한 느낌도 받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과연 10대 아이돌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을지 의문인데요. 그렇게 문제가 생기면 그저 무시하거나 언플 등을 통해서 막으면 되고, 그렇게 활동하다가 수명이 다하면 자연스럽게 토사구팽시키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듭니다.

물론 소속사에서는 "우리는 가수를 키우는 곳인데 노래와 춤을 트레이닝 시키고, 스케줄 관리만 하면 되지 않느냐. 그런 것들까지 책임질 의무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성인 가수가 아니라 10대의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하는 것이라면, 그런 체계적인 관리는 소속사에서 당연히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닐까요?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