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는 YTN과 연합뉴스TV 등 종일 뉴스만 하는 채널이 2개 있다. 공식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종편방송들도 적어도 저녁 시간 이전까지는 뉴스 전문채널들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채널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자주 물의를 빚게 되지만 황당한 보도를 내보내는 배경이 되고 있다.

딱히 그들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결국 과도한 취재 경쟁은 물의를 빚게 된다. <저널리즘 토크쇼J>가 그런 한국 언론들, 특히 종편과 뉴스 전문채널들의 도를 넘은 비윤리적 보도 행태에 대해서 칼을 꺼내 들었다. 많은 시민들과 정치권에 충격을 가져다준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죽음에 싸구려 관심을 보인 언론들의 현주소를 들여다보았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

<저널리즘 토크쇼J>가 가장 먼저 문제로 지적한 것은 TV조선이 노회찬 의원 시신 이송 차량을 중계한 것이었다. TV조선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연합뉴스TV 또한 TV조선과 별다를 것 없는 중계 장면을 내보냈다. 도대체 고인이 구급차로 실려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이 시청자에게 어떤 뉴스가치를 갖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장면들을 생중계한 방송사들 역시도 아무런 의미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J> 패널 정준희 교수는 뉴스 채널들의 이와 같은 중계 행태는 채널을 유지시키기 위한 트릭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정말 위험한 것이 뉴스 생중계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을 생중계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어떤 말이 나오게 될지 알 수 없으며, 대부분은 할 말도 없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자극적 화면이 필요했던 것이고 신호정지를 한 구급차의 까맣게 가려진 차창까지 클로즈업하는 모습까지도 노출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지점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던 윤리의 마지막 잎새마저도 꺾이고 말았다. <저널리즘 토크쇼J> 송수진 기자의 고백은 이와 같은 보도행태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현장에서 기자로서 익힌 취재의 원칙은 “일단 취재해라, 일단 찍어와라. 판단은 나중에 우리(데스크)가 하겠다”라는 것이다. 다른 매체보다 다른 ‘하나 더’를 추구하다 보면 벌어지는 문제라는 것이다. 죽음도 팔고, 비극도 생중계하는 한국 언론의 현실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J

그리고 이번 노회찬 의원에 대한 보도에서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것은 조문 온 정치인 및 유명인 인터뷰 공세라고 할 것이다. <저널리즘 토크쇼J>가 선택한 장면은 조국 수석이 수많은 기자들에 둘러싸여 거듭 “삼가십시오. 사양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모습이었다. <저널리즘 토크쇼J>는 언론들이 노 전 의원의 장례식장에 죽치고 있었던 것은 고인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찾겠다는 것이 아니라 유명인들의 인터뷰를 따기 위한 것이었음을 지적했다.

사실 언론들의 이런 행태는 연예보도에서 이미 큰 물의를 일으켰던 전과가 있었다. 과거 원더걸스 멤버의 부친이 사망하자 연예매체들은 경쟁적으로 보도를 해 큰 논란이 되었고, 자중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다시 말하자면 연예보도의 행태가 그대로 정치로 옮아왔다. <저널리즘 토크쇼J>도 같은 지점을 놓치지 않았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이런 방송 행태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제대로 제재를 하지 않는 방통심의위에 대한 비판이 빠졌다는 사실이다.

약한 자들을 위해 일생을 보낸 흔치 않은 정치인을 떠나보낸 충격을 이용해 취재에 열을 올린 언론들의 선정적 보도행태는 분노를 유발했다. 그러나 그 현장을 담은 KBS 영상이 있었던 것은 아이러니였다. 앞서 송수진 기자의 말대로 누구도 이 선정적 보도 관행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이제는 기레기라는 말에도 충격을 받지 않는다는 한국 언론은 그만큼 <저널리즘 토크쇼J>에 끊임없는 소재를 제공하고 있다. 시쳇말로 웃픈 현실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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