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매니저 캐릭터 발굴에 탁월! <전참시> (7월 21일 방송)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그동안 이영자-손성호 매니저 편이 큰 화제가 됐고 사실상 두 사람의 콤비에 의존했던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고정 멤버 외에 김수용, 신현준, 박성광 등 특별 게스트가 출연하는데 그들의 매니저 캐릭터 발굴에 굉장히 공을 들이고 있다. 이영자-손성호 편이 이영자의 ‘영자미식회’ 캐릭터에 기대서 매니저의 리액션을 살펴보는 경우였다면, 지난 21일 방송된 박성광-매니저 편은 그렇지 않았다. 기존 연예인 캐릭터에 기대서 매니저의 일상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매니저가 주인공이고 연예인은 그 매니저의 모습을 끄집어내기 위한 보조 장치에 머물렀다.

사실 삼겹살 마니아이자 편의점 핫도그 먹방을 선보인 신현준 매니저는 이영자의 그것과 연장선상이라 그다지 새롭지는 않았다. 신현준 편 방송 후 편의점 핫도그가 동나는 현상이 발생했지만, 그것은 ‘먹방’이라는 요소 때문이지 매니저 캐릭터가 흥미로워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그러나 박성광-임송 매니저는 두 사람 모두에게 윈윈이 되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 여자들을 잘 놀리고 짓궂은 이미지로 통했던 박성광은 사회초년생 매니저를 무뚝뚝하지만 세심하게 챙겨주는 소년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이제 박성광 매니저가 된 지 한 달밖에 안 된 23살 매니저의 짠한 모습을 따뜻하게 잘 담아냈다.

임송 매니저는 혹시나 실수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메모하고, 그것마저 남들에게 들키기 싫어서 일부러 작은 수첩을 구입했다. 사투리를 고치기 위해 일부러 ‘습니다’ 말투를 사용하고, 작은 식당을 운영하는 어머니가 “남의 돈 허투루 쓰지 말라”며 챙겨주신 업소용 생수를 박성광에게 매일 가져다줬다. 박성광은 생수 한 병에 담긴 어머니의 살뜰한 정성을 알기에 물을 절대 못 남기겠다고 털어놨다.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

주차에 서툰 매니저를 위해 직접 차에서 내려 뒤를 봐주는 모습이라든가, 초보 운전이라 길을 잘못 들어서 점심 시기를 놓친 매니저가 미안해하지 않게 김밥 사서 먹으면 된다고 다독이는 모습이라든가, 운전 중에 김밥을 떨어뜨려서 스스로를 자책하는 매니저를 위해 “떨어진 건 먹지 말자 둘 다”라고 무심하게 챙겨주는 말이라든가. 방송 내내 박성광은 스스로는 쑥스러워서 대놓고 챙겨주진 못했지만, 매니저가 최대한 자책하지 않도록 툭툭 위로의 말을 내뱉었다.

박성광은 <전지적 참견 시점> 오프닝에서 “찍다 보니 어느 순간 나를 안 찍고 있는 것 같았다”면서 온전히 매니저가 주인공임을 귀엽게 투정했다. 정말 그랬다. 박성광보다 매니저에게 더 초점을 맞춘, 어찌 보면 <전지적 참견 시점>이 매니저의 제보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이기에 당연한 것이지만 연예인이 아닌 매니저를 온전히 주인공으로 담아낸다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박성광의 츤데레 같은 모습과 매니저의 고군분투가 잘 어우러져서 마치 한 편의 따뜻한 단막극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이 주의 Worst: 사골처럼 우려먹는 함소원 러브스토리 <해피투게더3> (7월 26일 방송)

KBS <해피투게더3>는 ‘결혼은 잘한 짓이다’ 특집으로 박준형, 심진화, 함소원, 김진수를 섭외했다. 사실 김진수를 제외하고는 ‘결혼’ 키워드로 이미 많은 토크쇼에서 소비된 예능인들이었다.

KBS 2TV <해피투게더3> '결혼은 잘한 짓이다' 특집

박준형은 수많은 토크쇼에서 매번 등장했던 아내 김지혜의 성형에 대해 ‘노력형 미인’이라고 폭로하면서 양악수술 과정까지 상세히 얘기했다. 심진화-김원효 부부의 신혼 같은 생활은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를 비롯해 7년 내내 회자되는 이야기였지만, 심진화는 <해피투게더3>에서 너무나 친절하게 요약해서 반복 설명했다.

특히 함소원은 최근 MBC every1 <비디오스타> ‘폭주결혼자’ 특집에서 18살 연하 남편과의 러브스토리를 털어놓았고, TV조선 <아내의 맛>에 고정출연해 결혼부터 임신 과정까지 모든 일상을 공개했다. 불과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비디오스타> 출연,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아내의 맛>. 물론 최근에 한 토크쇼에 출연했다고 해서 다른 토크쇼에 출연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적어도 ‘복붙’ 스토리는 피해야 된다는 말이다.

KBS 2TV <해피투게더3> '결혼은 잘한 짓이다' 특집

예상은 비껴가지 않았다. 이날도 남편과의 첫 만남부터 초고속 결혼 진행, 냉동난자, 나이차 극복, 남편 집안의 부유함 등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18세 연하남과의 러브스토리가 이어졌다. ‘남편이 연하라서 좋은 점’이라는 식상하다는 말조차 식상한 전현무의 질문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질문이었다.

물론 하늘 아래 새로운 콘셉트, 신선한 게스트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 게스트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제작진의 역량 문제다. <해피투게더3>는 게스트의 안일한 재활용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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