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장해랑 EBS 사장이 UHD 송신설비 구축과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가 제시한 '수도권 지상파 UHD 송신지원에 관한 합의 각서'에 서명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사퇴압박에 직면했다.

전국언론노조 EBS지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각서에는 송신설비 구축비용을 KBS와 EBS가 분담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행 방송법은 EBS가 행하는 방송의 송신 지원을 KBS의 업무로 규정하고 있어 장 사장에게는 배임 의혹, 각서를 제시한 방통위는 직권남용 의혹이 EBS지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장해랑 사장은 "노조가 문건에 서명을 했다고 해 사인한 것으로 착각했었는데,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사인한 적도 없고, 문건도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장해랑 EBS 사장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EBS 신년 기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언론노조 EBS지부는 27일 성명을 내어 "2017년 12월 14일, 장해랑 사장은 방송통신위원회 허욱 부위원장이 들고 온 '수도권 지상파 UHD 송신 지원에 관한 합의 각서'를 밀실에서 단독으로 서명했다"며 "EBS의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송신설비 구축 비용의 1/4을 EBS가 분담한다는 내용"이라고 폭로했다.

EBS지부가 장해랑 사장으로부터 확인한 각서 내용에는 "KBS와 EBS는 UHD 송신 및 제반 관련 업무분담에 대해 아래와 같이 서약한다. KBS는 EBS의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을 위한 송신설비 구축 비용의 3/4을, EBS는 1/4을 부담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각서에는 KBS와 EBS의 비용 분담 조항과 관련해 수도권 지역 UHD 보조국 3개국에 한정한다는 내용과 함께 수도권을 제외한 타지역 UHD 방송 송신 지원에 대한 사항은 관련 법령 개정 이후 해결토록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명시됐다.

EBS지부는 성명에서 "방송법 제54조는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의한 한국교육방송공사가 행하는 방송의 송신 지원’을 KBS가 이행해야 할 업무로 명시하고 있다. 2017년 감사원마저도 방통위에 'KBS가 UHD 교육방송의 송신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한 사안"이라며 "장 사장이 밀실 서명한 각서는 현행 방송법과 감사원 조치사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BS지부는 "장해랑 사장에게 묻는다. 당신은 EBS의 사장인가, 아니면 KBS 직원인가"라며 "장 사장은 EBS 사장임에도 오히려 EBS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 KBS의 이익에 부합하는 배임을 기도했다"고 규탄했다. EBS지부는 장 사장이 KBS PD 출신이라는 점을 해당 각서에 서명하게 된 이유로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EBS지부는 "가히 EBS판 '트로이 목마'요, '을사늑약'"이라며 "더욱 놀라운 것은 밀실 각서에 서명한 시점이다. 2017년 12월은 EBS가 사상 초유의 대규모 적자예산을 편성하던 시기"라고 지적했다.

EBS지부는 해당 각서를 제시한 방통위도 '직권남용'을 한 것이라며 방통위에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공공기관인 방통위가 방송법에 위배되는 각서를 EBS에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EBS지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은 해당 각서를 장 사장에게 제시하기 전인 2017년 11월, KBS와 EBS의 부사장단과의 오찬에서 한 차례 각서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EBS부사장단이 서명을 거부하자 장 사장에게 해당 각서가 넘어왔다는 것이 EBS 지부의 설명이다.

유규오 언론노조 EBS지부장은 27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이 부분은 허욱 방통위 부위원장의 직권남용에 해당되는 주요한 팩트"라며 "허욱 부위원장은 정무직 공무원이다. 일종의 위법한 부분을 1차 강요했고, 안되니까 장해랑 사장에게 서명을 받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지금 유효하다고 하는 것인데 유효하지도 않고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EBS지부의 입장은 장해랑 사장과 허욱 부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EBS 지부는 장해랑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허욱 부위원장에게는 법적 책임을 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장해랑 EBS 사장은 해당 각서에 사인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장 사장은 "노조가 찾아와 문건에 사인을 했다고 하니 내가 사인을 했다고 착각하였으나 사실관계를 확인해보니 사인을 한 적도 없고 문건도 없다"고 해명했다. 장 사장은 "허욱 부위원장과 통화를 했는데 팩트가 (노조 주장과)다르다. (허욱 부위원장이)상의를 한 적은 있지만 사인한 적도 없고 문건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각서의 내용에 대해서도 장 사장은 "노조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설사 사인을 했다 하더라도 송신소의 1/4 정도, 10~20억밖에 안되는 규모라 CEO가 협상력으로 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설명한 것"이라면서 "법령 개정 부분도 방통위가 EBS의 분담 부분을 확장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중재를 해보니 잘 안되어서 EBS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법에 명확히 해 해결하려고 한 것이었다는게 허욱 부위원장에게 전달받은 내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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