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한수원의 '전력 피크에 따른 원전 재가동' 보도자료 논란에 백운규 산업자원부 장관이 해명에 나섰다. 백운규 장관은 “원전을 포함한 모든 발전기의 정비 일정은 이미 지난 4월에 마련된 것"이라면서 "최근의 전력수급 상황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진화에 나섰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에서 후퇴했다는 언론보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한수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욕이 부른 오해"라는 지적이다.

조선·중앙·동아 등의 언론은 23일 ‘날이 더워지니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포기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쏟아냈다. 문제의 발단은 22일 배포된 한수원의 보도자료였다. 한수원은 여름철 전력공급을 위한 총력대응을 하겠다며 “현재 정지 중인 한빛 3호기, 한울 2호기 등 2개 호기를 전력피크 기간(8월2~3주차)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22일 한수원의 보도자료와 관련한 조선, 중앙, 동아의 기사 (네이버 뉴스 화면 캡쳐)

이를 두고 조선·중앙·동아는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정책이 어긋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원전을 주장하다가 날이 더워지니 원전을 돌리겠다는 건가”라는 비판이었다. 보도가 나간 후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국무회의에서 “왜 이런 보도가 계속되느냐”며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 수급계획과 전망, 그리고 대책에 대해 소상히 국민께 밝혀드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자원부 장관은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언론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백운규 장관은 “모든 과정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 규정에 따라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산업자원부가 이것을 임의적으로 조정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수원의 보도자료에 대해선 “좀 안타깝게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아마 최선을 다해 정비하겠다라는 뜻인데 많은 언론이 오해한 것”이라고 밝혔다.

전력 예비율 문제에 대해선 “폭염이 일찍 시작하여 어제 기준으로 전력 피크 수요가 올라간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금주 금요일(27일)부터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므로 전체적인 전력 수요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전력을 생산해 예비율을 늘리면 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선 “예상하지 못했던 계산까지 생각해서 예비율을 만들게 되면 전체적으로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백운규 장관은 “1994년도는 최고로 더웠던 해”라며 “그때 공급 예비율이 2.8%대까지 떨어졌던 그좋지 않은 경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기에 비하면 예비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국민께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강조했다. 백 장관은 “위기 단계별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면서 “(사안이) 심각할 때는 장관이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이 돼서 전력수급 위기 대응 표준 매뉴얼에 따라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24일자 '원전 5기 재가동이 폭염 때문...한수원 과욕이 부른 오해' 보도. 미디어스 기사에 인용된 기사는 한겨레의 네이버 송고용 기사로, 한겨레 지면 기사와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탈원전 후퇴 논란에 대해 한겨레는 ‘한수원의 과욕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원전 5기 재가동이 폭염 때문? 한수원 과욕이 부른 ‘오해’ (24일)> 보도에서 “(사태의)빌미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제공했다”며 “원전 정비·재가동 일정이 ‘탈원전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로 둔갑한 것은, 한수원이 21일 느닷없이 낸 보도자료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해 전력수급이 빠듯해 보이니 멈춰 있는 원전 5기를 신속히 추가 투입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 실수가 아니라, 정재훈 사장이 키를 쥔 한수원의 의욕이 빚은 혼선'이란 지적이 나온다"며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이런 오보성 기사가 쏟아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그것 자체로 큰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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