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언론노조 KBS본부)가 이번 KBS 이사 공모에 지원한 김대회 전 KBS 전략기획실장을 횡령·배임 의혹으로 감사청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김 전 실장이 KBS 재팬 사장 시절 '주식회사 IBS'라는 실체가 불분명한 컨설팅 업체와 3천 만원의 공식 컨설팅 계약을 맺었으나,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고 관련 보고서도 매우 미흡하게 작성된 점을 들어 업무상 배임이 의심된다며 김 전 실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4일 서울 KBS 본관에서 'KBS이사 부적격 지원자 감사청구'기자회견을 열고 김대회 전 KBS 전략기획실장을 KBS 감사실에 감사청구했다. KBS본부는 김 전 실장이 자진사퇴를 하지 않거나, 김 전 실장이 퇴직했다는 이유로 감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직접 고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대회 전 KBS 전략기획실장 (KBS 창원 뉴스 화면 갈무리 )

이날 기자회견에서 KBS본부가 공개한 당시 컨설팅 비용 견적서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KBS재팬 사장 재직시절인 2013년 11월 'NTT(일본통신회사) 신규방송플랫폼 론칭을 위한 컨설팅'을 추진하며 '주식회사 IBS'라는 회사에 스마트TV 서비스 관련 일반 조사업무를 의뢰, 262만 5천 엔(한화 약 3,00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KBS본부는 "공식컨설팅 계약임에도 계약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컨설팅을 의뢰한 '주식회사 IBS'는 실체가 불분명했으며 3천 만원의 컨설팅 보고서가 A4 5쪽에 불과했다"며 김 전 실장에 대한 배임 의혹을 제기했다.

이경호 언론노조 KBS본부장은 "계약서가 존재하지 않고, 뜬금없이 견적서만 나타난다. 견적서에는 무슨 조사를 하겠다는건지, 무엇을 컨설팅하겠다는 건지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IBS라는 회사를 찾아가 봤다. 가정집이었다"며 "그렇게 3천 만원이 지출됐다. 초안으로만 남아있는 컨설팅 보고서는 인터넷을 검색해 만든 계약서로 추정된다. KBS재팬의 총책임자라는 기회를 이용해 부실 또는 허위의 컨설팅 업체를 선정하여 본인 또는 제 3자에게 재산상 이득을 취하게 하고 회사자금 손실을 가져왔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24일 서울 KBS 본관에서 'KBS이사 부적격 지원자 감사청구'기자회견을 열고 김대회 전 KBS 전략기획실장을 배임 의혹으로 KBS 감사실에 감사청구했다. (미디어스)

KBS본부는 김 전 실장과 관련해 허위출장비 수령의혹, 개인품목 발송비 회사공금처리 의혹 등도 추가로 제기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KBS 재팬 사장 재직 시절인 2012년 6월 25~26일, 가족과 함게 일본 아타미 방면으로 여행을 가기 위해 회사 차량을 임의로 사용하였고, 29일 여행을 다녀와서는 가족들과 식사비용으로 추정되는 3건의 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처리하도록 지시했다. KBS본부가 공개한 회사공금처리 영수증에 따르면 당시 담당 실무자는 영수증 밑에 '김대회 사장. 가족여행시 사용 가능성 많아, 업무추진비'라고 검토 흔적을 남겼다. 또한 김 전 실장은 2012년 6월 13일 개인용 물품인 양복을 한국 자택에 발송하고도 영수증을 제시하며 발송비를 회사 공금으로 처리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KBS 재팬과 '주식회사 IBS'간 컨설팅 계약 견적서 (제공=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이경호 본부장은 "해당 의혹들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사로 선임되더라도 이사직을 박탈당하게 된다"며 "방송통신위원회가 김대회 후보자를 부적격 후보로 걸러내길 강력히 촉구한다. 감사실은 빠르게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본부장은 "직접고발을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고발 소장까지 만들어놨지만 스스로 사퇴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김대회 후보자가 야권의 강력 추천 인사라는 얘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공영방송 이사로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결격사유가 있다"고 답했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KBS 정상화 과정에서 KBS이사들이 법인카드를 업무 외 목적으로 사용한 것에 대한 감사원 지적을 기억하고 있다"며 "국민세금이나 다름없는 돈으로 운영되는 KBS의 근무자들은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는다. 김대회 후보자는 KBS 임직원으로서 이미 중징계를 받았어야 한다. KBS를 관리감독하는 이사회 멤버로는 정말 부적절"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스는 관련 의혹에 대해 입장을 물었으나 김 후보자는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파악되는대로 입장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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