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검토 문건이 공개됐다. 계엄령 검토 문건은 군사 2급 비밀문서였는데 국방부가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총 67쪽으로 이뤄진 ‘대비계획 세부자료’ 문건은 위수령·계엄선포·계엄 시행 등의 단계와 군의 조치를 세부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신문·방송·인터넷·외신 언론 검열 및 통제 계획과 관련한 내용으로 언론·출판의 자유를 정면에서 부정하고 있다.

해당 문건에 따르면 기무사령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판결 직후 청와대 및 일부 지역에 치안 위협이 있을 시 위수령을 발령한다고 했다. 이 경우 국방부, 국회, KBS 등에 병력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이어 폭력시위로 서울·경기지역 일대에 치안이 마비된다면 경비계엄을, 전국적인 폭력시위 확산으로 정부 기능이 마비된다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계엄 선포 문건 중 일부(미디어스)

비상계엄 선포 시 계엄사령부는 “언론 통제를 위해 계엄사 보도 검열단(48명) 및 합수본부 언론대책반(9명) 편성·운영”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 작전 저해 및 공공질서 침해 보도를 금지하는 검열지침 하달”을 한다고 전했다.

언론인을 계엄 과정에 참여시키는 계획도 세웠다. 계엄사령부는 계엄위원회를 설치하고 사령부와 정부 부처 간 업무 및 이견 사항을 조율한다고 적시했다. 계엄위원회 위원에는 학계 인사(대학 부총장 및 교육감)과 국장급 언론인도 포함된다.

또한 계엄사령부가 작성한 ‘포고문’에 따르면 언론, 인터넷, 통신, 출판, 보도는 사전 검열을 받아야 한다. 검열은 프레스센터에서 이뤄진다. 조간신문은 정오에서 밤 10시, 석간신문은 오전 5시에서 정오까지 보도 검열단의 검열을 받아야 한다. 방송 및 통신, 인터넷은 수시로 검열을 받으며 주·월간지는 매일 오후 1시에서 3시까지 검열을 받아야 한다.

보도 검열단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할 시 출판이 불가능하다. 또 언론인이 이를 위반할 시 계엄사령부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군은 총 57명의 보도 검열단과 언론대책반을 통해 언론계를 좌지우지하는 상황을 계획한 것이다.

비상계엄 상황에서 언론은 ▲계엄에 유해 ▲군의 사기를 저하 ▲군사기 및 저촉 등의 내용을 보도해선 안 된다. 또 ▲정부·군 발표 ▲반정부 의식 불식 ▲시위대 사기 저하 내용 등은 확대 보도를 하도록 못박았다. 이 기준을 한번 어길 시 경고 조치, 두 번 어길 시 기자실 출입금지·보도증 회수·현장취재 금지·출국 조치(외신 매체) 등의 제재가 벌어진다. 세 번 어긴다면 형사처벌이 이뤄진다. 검열지침을 지속해서 위반하는 언론사는 등록 취소 및 보도정지 조치를 당할 수 있다. 또 보도는 정부 발표와 계엄 상황 브리핑으로 단일화된다.

계엄 선포 문건 중 일부(미디어스)

통제 요원이 언론사에 편성될 계획도 있었다. 계엄 문건이 통제 요원을 편성할 계획이었던 언론사는 중앙언론 53개, 지역방송 매체 32개, 지역신문 매체 14개 등이다. KBS·기독교방송·YTN·유원미디어·조선일보·매일경제·포커스·연합뉴스·동아닷컴·경인방송·강원일보 등은 이름이 밝혀졌으며, 나머지 언론사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민의 온라인 활동 제약도 모의됐다. 계엄사령부는 “사이버 유언비어 차단을 위해 방통위 주관 ‘유언비어 대응반’ 운영”을 하며 “시위선동 등 포고령 위반자 가입 포털사이트·SNS 계정 폐쇄 및 검거·사법 처리”를 한다고 밝혔다. 일상에선 보도 지침을 따르지 않는 언론사를 제재하고, 시민을 사법처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기무사는 이 모든 것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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