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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지가 성희롱은 ‘황당 미투’?[도우리의 미러볼] 구지가 성희롱 논란과 학교 내 ‘맨스플레인’
도우리 객원기자 | 승인 2018.07.20 17:30

[미디어스=도우리 객원기자] 때아닌 고대 가요 ‘구지가’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 한 여고의 남교사가 수업 중 구지가의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는 구절에서 거북이 머리에 대한 해석으로 ‘남근’을 제시했고, 이를 학생들이 성희롱으로 항의해 해당 교사가 징계 절차를 밟은 사건 때문이다. 많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문학적 해석 대 성희롱’의 구도로 보도했고, 대다수 여론은 성적 수치심을 과하게 적용한 ‘황당 미투’라며 우려를 표하거나 비난을 가했다.

하지만 반 전체 학생들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남근이라는 해석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구체적으로 밝힌 맥락은 교사의 증언과 달랐다. 해당 교사는 남근 언급 뒤 ‘거북이 머리를 물에 넣었다 뺐다’까지 말하곤 ‘여기까지는 알 필요 없다’고 하거나, ‘춘향이가 기생이라 속옷을 안 입었을 것’이라는 등 불필요한 설명을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소에 ‘한국 여자들은 가슴을 너무 내놓고 다닌다’거나 ‘룸살롱에서 과거 제자를 만난 적이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고, 불쾌한 신체 접촉도 있었지만 이에 대한 학생들의 시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SBS 구지가 성희롱 논란 뉴스 보도(SBS 캡쳐)

주목할 것은, 많은 여성이 이번 사건에 ‘학생 때 비슷한 일을 겪은 적 있다’며 공감,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들은 남교사들에게 설명을 빙자한 과도한 성적 발언이나, 성차별적 발언을 들어 불쾌감을 느꼈던 기억들을 고백하고 있다. 동시에 지금까지 이번 여고생들처럼 문제를 제기할 엄두를 못 냈던 점에 개탄하고 있다. 여성들이 그동안 침묵한 것은 과거 학교마다 ‘변태 선생’으로 불리던 남교사들이 당연스레 한두 명씩 존재하며, 그저 피하는 것이 상책이거나 희화화 소재로 삼았던 분위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교사라는 권위와 남성이라는 젠더 권력이 겹쳐 학생들이 이의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가 큰 몫을 했다. 

이번 사건처럼 정보 전달을 가장한 성희롱은 언어적 노출증이자 일종의 ‘맨스플레인(mansplain)’이다. <남자들은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저자 리베카 솔닛은 ‘맨스플레인’이 단순 잘난 체가 아닌, ‘남성들이 여성을 지적으로 부족한 존재임을 전제하며 늘어놓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구지가 사건에 대한 논란도 여학생들은 학설과 성희롱을 제대로 구별 못 할 것이라는 시각, 교사 본인은 잘못할 리 없다는 과잉 확신과 합리화가 있었다는 점에서 ‘맨스플레인’과 상통한다. 이는 최근 ‘문단 내 성폭력’ 사건들의 핵심이기도 하다. 동덕여대 하일지 교수가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김지은 씨의 폭로에 대해 ‘질투심’ 운운한 것, “여자애들은 (성적인) 경험이 없을수록 글이 별로다”라고 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학교 내 ‘맨스플레인’은 성희롱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성 평등 관념까지 포함한다. 많은 교사들이 여학생들에게 ‘여자들은 수학에 약하다’거나 ‘여자들이 중상위권까지는 성적이 좋을지 몰라도 최상위권에선 남성에게 밀린다’는 발언, ‘여자는 대학 간판보다 예쁘면 장땡이다’는 등의 말을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최근 논란이 된 여학생 숏컷 금지 지시, 브래지어 색 제한, 연애 금지 학칙 사례들 역시 학교 내 성인지 수준이 한참 미달임을 드러냈다. 이러한 ‘맨스플레인’은 학생들의 성인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다.

구지가 성희롱 문제를 제기한 학생들의 SNS 계정

구지가 성희롱 사건 남교사의 변명대로, “30년간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해당 교사가 “업무실에 올 때도 혼자 오지 말고 친구와 함께 오라고 했다”던가 “나도 딸이 있는 사람인데”라는 변명은, 오히려 학생들을 성적으로 대한다는 자기 고백이자 성폭력을 성적 자기 결정권의 문제로 보지 못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30년간 문제가 없던 것이 아니라, 30년간 문제가 ‘없을 수 있던’ 것이다. 체벌도 과거엔 ‘사랑의 매’로 불리지 않았는가.

이번 사건에 공감하는 여성들은 성적 해석을 교육 과정에서 빼자고 하거나, 성 보수주의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여성들은 누구보다 성 보수주의의 속박으로 고통받는 당사자이자, 누구보다 정보 전달과 성희롱을 혼동하지 않으려 자기 검열하기 때문이다. 대신 달라진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교사와 학교는 학생들의 말에 귀 기울이라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공교육뿐 아니라 교사들의 임용 과정에 진보된 성인지·페미니즘 교육도 이뤄져야 한다.

교육의 본령은 바람직한 삶을 위한 “끊임없는 반성과 배움”이다. 미투 고발이 그랬듯,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가부장제의 ‘사각지대’들이 점점 밝혀질 것이다. 이번 구지가 성희롱으로 불거진 ‘교육을 빙자한 성희롱’이나 ‘변태 교사’도 그중 하나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않으려 한다면? ‘때아닌 구지가 타령’이 다음과 같이 반복될 것이다. 

‘남성들아 남성들아/ 머리를 내어라/ 내놓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

도우리 객원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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