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이진동 전 TV조선 부국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취재 당시 조직적 방해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앞서 뉴스타파는 정석영 TV조선 부국장(2016년 당시 경제부장)이 미르재단과 안종범 전 수석 사이에서 사건을 커지지 않게 하려고 수차례 조율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시사저널, 오마이뉴스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TV조선에서 벌어진 조직적 취재 방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 전 부국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당시 취재 내용이 새고 있다는 의심을 했느냐"는 질문에 "누군지는 몰라도 낌새는 채고 있었다"며 "국정농단 사건을 한참 취재할 때, 고영태가 취재 방향을 알고서 따지듯 물은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전 부국장은 "당시 취재 내용이 샌다는 느낌을 받고, 보도책임자인 본부장에게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최초 취재를 이끌었던 이진동 전 TV조선 기획취재부장(사진 출처 오마이뉴스)

이진동 전 부국장은 "미르재단 첫날 특종부터 제동을 걸었다"며 "7월 25일 본부장실에 가니 그 간부가 먼저 와 협찬 문제를 지적했다더라. 그때 미르재단 협찬을 받아선 안 된다고 내가 펄쩍 뛰었다"고 말했다. 이 전 부국장은 "그리고 나흘 뒤인 29일 보도본부장이 다시 불러 가니 '밖에서 이런 찌라시가 돈다'며 문자를 보여줬다"며 "거기에 '미르재단에서 3억 원을 받아야 하는데 관련 보도로 TV조선 주최 행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써 있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그 간부 스스로 만든 '셀프 찌라시'였다"고 밝혔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TV조선의 실체가 국정농단 특종을 했다는 찬사 속에 가려져 있었던 것"이라며 "상식적으로 이같은 특종을 내보낸 언론사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이라도 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부국장은 "기자 입장에서 이런저런 취재를 하다보면 영화 같은 일을 마주하는 일도 있다"며 "어떤 때는 현실이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고 말했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같은 조직에서 한쪽에선 최순실의 국정농단 행위들을 드러내기 위해 밤잠 안 자고 취재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 그걸 막으려고 국정농단 세력과 내통하면서 뒷거래 하는 일, 이것은 영화 같은 얘기다. 영화 내부자들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라고 꼬집었다.

▲뉴스타파 보도 화면.

이진동 전 부국장은 언급한 '뒷거래'에 대해 "검찰에 압수된 안종범의 휴대전화에서 이 간부가 보내준 녹음파일 3개가 나온다. 하나는 2016년 7월 28일 우리 펭귄팀이 '안종범이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의 사퇴요구를 했다'는 보도를 내보낸 직후, 이성한 전 총장과 대책을 협의하는 전화통화"라며 "또 하나는 8월 16일 미르·K스포츠재단 배후에 최순실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전화 통화 녹음 파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이들 통화시간이 각각 26분, 15분 정도 분량이니, 상당히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것"이라며 "이미 안종범에게 넘겨준 녹음 파일 내용이 전부 공개되면 더 심각한 사안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그리고 또 하나 8월 19일 파일도 있다"며 "최순실이 이성한을 한강으로 불러내 회유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리고 이성한이 안종범에게 사죄하고 더 이상 우리 펭귄팀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입 다물겠다는 각서를 썼는데, 이것도 안종범 휴대폰에 들어있다. 물론 사진을 찍어 안종범에게 보내준 사람도 TV조선 경제부장"이라고 밝혔다.

이진동 전 부국장은 "사실 이성한 전 총장과 그 간부를 통해 얼마나 많은 정보들이 청와대로 넘어갔을지 짐작이 잘 안 된다"며 "이건 엄밀히 말하면 TV조선 내부 펭귄팀의 취재 업무를 방해한 행위"라고 말했다. 이 전 부국장은 "청와대는 경제부장이 보내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농단 행위들이 드러나지 않도록 여러 대책들을 세우고, 실제로 실행에 옮긴 정황들이 나온다"며 "이제와서 돌아보면 참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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