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윤정호 앵커가 방송에서 6·13지방선거 결과를 두고 “끔찍하다”고 발언해 TV조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부터 행정지도인 권고를 받게 됐다. 애초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 위원들은 의견제시로 의견을 모았지만 TV조선의 허위진술이 적발돼 제재 수위가 높아졌다.

앞서 TV조선 윤정호 앵커는 6.13 지방선거 직후 방송했던 <이것이 정치다(6.14)>에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결과표를 보고 “참 끔찍하죠? 어떤 의미에서는…”이라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모든 패널은 5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6월 14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화면 캡쳐. 위는 윤정호 앵커가 '끔찍합니다'라고 발언한 화면, 아래는 윤정호 앵커의 모습 (사진=TV조선)

그간 종편 시사토크프로그램에서 패널의 막말을 진행자가 수습하는 모양새였다면 <이것이 정치다>에서는 진행자가 패널의 입을 막은 것이나 다름없다. 현재 TV조선 홈페이지, 유튜브에는 해당 장면이 삭제된 상태다.

19일 열린 방통심의위 방송소위 의견진술에 윤정호 앵커가 직접 출석해 “끔찍하다고 한 건 내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을 시도했다. 윤정호 앵커는 “당시 방송에선 자유한국당의 궤멸을 계속해서 다뤘다”며 “끔찍하다는 말도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라는 게 전제되어 있다”고 말했다. “실수였고 내 개인적 입장은 절대 들어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윤정주 위원은 “재방송이나 인터넷에 올라온 방송분에는 해당 부분이 삭제됐냐”며 “만약 삭제됐다면 자신도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윤정호 앵커와 최금란 TV조선 담당PD는 “(끔찍하다고 말한)부분은 삭제하지 않았다. 5초간 침묵한 부분만 삭제했다”고 답변했다.

이에 방송소위 위원들은 윤정호 앵커의 의견 진술을 받아들여 행정지도 중 가장 약한 수준의 제재인 ‘의견제시’를 결정하려고 했다. 박상수 위원은 “실수이기에 제재를 내리는 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윤정주·심영섭 위원은 문제가 없는 건 아니라며 의견제시를, 허미숙 소위원장은 ‘권고’ 의견을 냈다. 과반이 넘는 의견이 나오지 않아 조율을 하던 중, 방통심의위 사무처에서 “TV조선은 해당 방송분을 삭제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윤정주 위원은 “TV조선이 해당 장면을 삭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의견제시를 결정했다”며 “앵커 본인이 떳떳하다고 믿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지금 윤정호 앵커와 최금란 PD가 허위로 진술한 것인가”라며 “몹시 당황스럽다”고 지적했다. 심영섭 위원은 “심의 위원의 질문에 대해 잘못된 진술했다”면서 “이 경우 가중사례한 경우가 없지 않다”고 밝혔다.

결국, 윤정주·심영섭 위원은 권고로 의견을 상향 조정했다. 박상수 위원도 문제없음에서 의견제시로 제재 수위를 올렸다. 행정지도 권고는 방송 재허가에는 영향이 없지만, 향후 같은 규정 위반으로 심의가 진행될 경우 가중 처벌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민주언론시민연합은 “TV조선이 본성을 드러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민언련은 12일 종편 모니터에서 “(이것이 정치다)는 그들 표현을 빌리자면 매우 ‘끔찍한’ 방송이었다”며 “시청자는 보도‧시사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국민의 선택을 ‘끔찍하다’고 폄훼하는 장면을 목도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이라고 말했지만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며 “이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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