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최저임금 인상으로 알바생보다 수입이 적어질 것이라는 편의점주들의 불만과, '최저임금 1만 원'이라는 목표가 채 달성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산입범위 확대 등으로 최저임금 인상 취지가 무력화됐다는 노동자들의 입장이 충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가맹비·임대료 문제 등 구조적인 문제를 손보지 않고 최저임금을 인상함으로써 '을 대 을 싸움'을 촉발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은 이와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있을까. 일본 편의점 가맹본사들은 각 점포의 연 최저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으로 출점에 제한을 두고 있다. 본사와 가맹점 간 상생을 도모하는 방식으로 점포 수를 제한해 무분별한 '무한 경쟁'을 방지하는 방식이다. 한국의 경우는 이와 반대로 출점에 따라 본사가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다. 관련 규제 역시 박근혜 정부 시기 점포 간 거리제한이 폐지되면서 출점경쟁이 심화됐다.

15일 충남 당진시 한 편의점에서 점주가 상품을 운반하고 있다. '알바 문의 사절'이라는 문구가 편의점 입구에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연미 경제칼럼니스트는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한국과 일본의 편의점 시장 상황을 비교하며 "지대추구든 이해추구든 뭐든지 어지간히 해야 된다. 과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면 호되게 맞을 수 있다"면서 "구조적인 모순이 해결되지 않고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 칼럼니스트는 한국 편의점 시장의 문제 원인이 과도하게 많은 점포 수에 있다고 봤다. 박 칼럼니스트는 "일단 일본 인구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다. 그런데 일본 전체 편의점 숫자는 5만 5천 개, 우리는 4만 개를 넘었다"며 "시장·인구 규모 대비 굉장히 과밀하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시장이 조성된 배경에는 출점 점포수로 수익을 창출하는 편의점 가맹 본사와 이를 허용·방관하는 정부가 있다. 박 칼럼니스트는 "편의점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이 됐다. 점포가 포괄하는 상권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가맹본부가 모르지 않는다"며 "그런데 가맹본부는 기존 매출이 줄어들어도 출점 숫자가 늘어나면 어쨌든 매출 총이익에서 마치 선이자처럼 떼어 가기 때문에 출점을 많이 하면 할수록 돈을 버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2012년 동일 브랜드 편의점은 250m 이내에 추가로 못 들어온다는 규정이 생겼었는데 2년 뒤 사문화됐다"며 "그런데 이때도 타사끼리는 출점 거리 제한이 없었다.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박근혜 정부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 자율 경쟁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편의점 동일 브랜드 출점 거리 제한을 폐지한 바 있다. 2014년 공정위의 관련 규제 폐지 이후 편의점 출점경쟁이 본격화되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박 칼럼니스트는 임대료 문제도 편의점주들의 사정을 어렵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가맹본부는 뭔가를 하고 돈을 가져가는 구조인데 건물주는 그냥 자고 일어나면 돈이 들어와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편의점가맹협회는 전국 편의점 1만 개를 조사해 지출 평균을 낸 결과 가맹수수료는 31%, 임대료는 17.8%였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이익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치다.

또한 박 칼럼니스트는 '편의점 왕국'인 일본의 사례를 들어 한국 편의점 시장의 모순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 칼럼니스트는 "일본이 수수료율은 오히려 한국보다 높다. 그런데 적어도 편의점주들이 나가떨어지지 않게 수익이 한국 돈으로 2억 원은 되도록 보장하겠다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점주들의 최저 수익을 보장해 상생을 도모하고, 전체 시장을 보호하겠다는 전략이다.

박 칼럼니스트는 "2억 원을 보장해야 되는데 그러면 추가 출점을 막 할 수가 없다. 심지어 타브랜드라고 해도 어느 회사가 있으면 그곳에 추가 출점을 하면 돈을 못 번다. 추가 출점을 할 유인이 뚝 떨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른바 '갑질'로 불리는 점주에 대한 본사의 지시 관행도 문제 원인으로 지적된다. 박 칼럼니스트는 "주택가에는 야간 손님이 없는데도 (24시간 운영 때문에)그 시간에 1.5배 시급으로 사람을 써야 한다. 본사에서만 물건을 가져올 수 있어 선택권도 없다"며 "그러니 울며 겨자 먹기라며 편의점 점주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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