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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정부, 촛불시민 믿고 경제개혁으로 나아가야"지식인 선언, 경제 관료 경질 등 6개 권고안 제시..."이대로 가면 정의로운 사회 멀어진다"
전혁수 기자 | 승인 2018.07.18 14:10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개혁의 정도를 걸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계 지식인들은 "문재인 정부가 최근 사회경제개혁을 포기하고 과거 회귀적인 행보를 보여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18일 오전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개혁을 촉구하는 '촛불혁명의 완수를 기원하는 지식인 일동'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성명에서 "문재인 정부는 촛불시민의 힘으로 탄생한 '촛불정부'"라며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과거 적폐를 청산해 민주주의를 정상화하고 국민과 함께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한 것은 마땅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경의선 공유지 기린캐슬에서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 개혁 추진을 촉구하는 지식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미디어스

지식인들은 "하지만 무능하고 부패한 거악을 무너뜨린 감격도, 남북 정상의 두 차례 상봉 장면을 보는 감동도, 먹고사는 일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금세 기억에서 사라져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문제는 어떤 것이 국민들의 먹고사는 일을 편안하게 만드는 정의롭고 실용적인 정책인가 하는 점"이라며 "지난 9년의 수구정권 시절 실용적 경제정책이란 곧 규제완화였고, 정책의 목표는 '비즈니스 프렌들리'였다"고 말했다.

지식인들은 "그 결과는 참담했다"며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가 사회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고, 삶의 고단함에 지친 국민의 대다수는 절망에 빠졌다"고 전했다. 지식인들은 "촛불혁명 당시 많은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넘어서 재벌개혁, 부자 증세, 노동인권 보장, 주거·교육·의료 서비스 확충, 생명농업 육성, 지역균형 발전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구를 제기했던 것은 바로 그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식인들은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내용으로 하는 '세 바퀴 경제'를 경제정책의 기조로 내걸고, 그 첫걸음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을 때 큰 기대를 걸었다"며 "당연히 발본적 재벌개혁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지불능력을 키워줄 경제민주화 정책이 뒤따라서 최저임금 인상 정책과 결합될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식인들은 "하지만 이게 웬일이냐. 지금까지 겨우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갑질'을 시정하고, 납품단가 후려치기와 기술탈취를 방지할 정책에 손을 댔을 뿐, 재벌개혁 관련 핵심 법안의 제·개정에서는 거의 성과가 없고, 골목상권을 살리는 정책과 건물주의 '갑질'을 방지할 방안은 시행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벌 적폐를 청산하고 경제민주화를 정착시켜 '세 바퀴 경제'를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정부가 미적거리는 바람에, 마치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 부진과 일자리 소멸의 주범인 양 호도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약자들 간의 갈등이 부각됐다"고 비판했다.

지식인들은 증세 정책의 부재도 지적했다. 이들은 "재정개혁특위가 두 달 여의 논의 끝에 최종 발표한 권고안은 세수효과가 1.1조 원밖에 안 되는 '찔끔 증세'에 불과했다"며 "지난 1년 2개월 동안 복지 증세를 위해 소득세, 법인세를 일부 개편해 5.5조 원 증세를 하는 데 그쳤다. 이는 너무 미약해서 '핀셋증세'라는 비난을 들었다"고 지적했다.

지식인들은 "이대로 가면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했던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의 길은 한참 멀어진다"며 "구태에 찌든 경제정책은 결코 정의로운 나라도, 새로운 성장 동력도 가져다주지 못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촛불 시민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 때의 각오를 새롭게 회복하고 다시 한 번 사회경제개혁의 정도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지식인들은 문재인 정부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강수 교수는 "현 집권세력이 참여정부의 연장선"이라며 "그때는 소통이란 게 있었는데, 지금은 저희가 보기엔 불통까지는 아니지만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 교수는 "특히 경제개혁 문제와 관련해서는 청와대에서 참여정부 때 시민사회의 얘기를 듣다가 망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며 "일련의 사태는 상당히 걱정되는 일들이라 소통 회복의 바람이 있다"고 밝혔다.

전성인 교수는 "정부가 관료들의 사탕발림에 빠져 재벌이 주는 즉각적인 단기 효과가 나타나는 마약을 먹기 시작했다"며 "앞으로 더 나쁜 길로 빠지기 전에 한국사회에서 이렇게 경고하는 메시지가 있었다는 것을 역사에 남겨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식인들은 경제개혁 부진에 관료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병천 교수는 "새로운 구조개혁이 경제를 살리는 길인데, 굳이 타성에 젖은 경제관료들의 얘기를 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을 제1기조로 내세우고 혁신성장, 공정경제 세 바퀴가 균형이 맞아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 만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굴러가지 않는다"며 "스스로 함정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이병천 교수는 "이건 관료들의 무책임과 무능에 중대한 책임이 있다"며 "관료들의 입장에서 홍장표 수석을 경질한 건 용납할 수 없고, 주객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뿐만 아니라 임대료, 카드 수수료, 납품 단가 등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함께 갈 때 새 성장의 패러다임이 작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철규 교수는 시민들에게 문재인 정부가 사회경제개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유 교수는 "이번 기자회견은 집권세력에게 얘기하는 측면보다 시민들에게 얘기하는 것"이라며 "1년 전에 우리의 힘으로 큰 변화를 일으켰는데, 그게 실현이 안 될 수 있다는 방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시민들에게 다시 한 번 더 개혁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이날 성명에는 전국의 학계, 시민사회의 지식인 324명이 서명했으며, 33명의 시민도 자발적으로 서명에 동참했다.

지식인들이 권고한 6가지 방안은 다음과 같다.

▲특권과 반칙, 강자의 ‘갑질’을 저지하고 약자도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었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의 본래 정신을 새롭게 회복하고, 그 패러다임의 실현에 필요한 정책들을 과단성 있게 추진하여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할 것.

▲재벌에 넘겨준 권력을 즉각 회수하고 재벌체제의 적폐를 청산함으로써,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노동자, 농민 등 우리 사회의 ‘을’들과 대기업이 상생, 동반성장하는 경제 생태계를 조성할 것.

▲상시적 업무의 직접고용 정규직 채용 원칙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을 실현함과 동시에 여성, 청년, 노년, 장애인 등 노동시장 취약 집단의 노동권을 보호할 것.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과 지대추구 방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없는 기획재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을 즉시 폐기하고, ‘부동산공화국’을 해체할 수 있는 과감한 대책을 새로 마련할 것.

▲농촌붕괴와 지방소멸 시대가 운위될 정도로 심각한 지역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농정의 틀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지역재생 방안을 시급히 마련할 것.

▲타성에 젖은 경제 관료를 중용하다가 개혁이 물 건너간 과거의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고, 내각과 청와대에서 반개혁적 흐름을 주도하는 인물들을 개혁적인 인물들로 교체하여 담대한 사회경제개혁을 다시 추진할 것.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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