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6·13 지방선거 참패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자유한국당을 추스를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가 확정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자유한국당을 제대로 추스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혁신의 핵심인 인적청산에 물음표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17일 자유한국당 전국위원회는 참석위원 만장일치로 김병준 위원장을 혁신비대위원장으로 추인했다. 김 위원장은 "현실정치를 인정한다는 미명 하에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인정하고 적당히 넘어가지 않겠다"며 "잘못된 계파 논쟁과 진영 논리 속에서 그것과 싸우다 죽어 거름이 되면 큰 영광"이라고 계파정치 청산 의지를 드러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지 약 1년 5개월이 됐지만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친박과 비박이 당내 기득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이 있는 친박 세력이 당내 기득권 세력화 돼있는 상황이다.

결국 친박에 대한 인적청산이 자유한국당 혁신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병준 위원장이 제대로 계파정치를 타파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인적청산에 대해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중요한 것은 정치를 가치논쟁과 정책논쟁으로 바꾸는 것"이라며 "(인적청산은) 비대위 구성 후 말해야 할 사안"이라고 즉답을 회피했다. 벌써부터 김병준 위원장이 인적청산 의지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국면에서 출범했던 인명진 비대위 체제 수준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016년 12월 새누리당은 인명진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 당명을 자유한국당으로 바꾸는 등 탈바꿈을 시도한 바 있다.

인명진 비대위 출범 당시 당 안팎에서는 임시방편으로 국민 이목을 돌려 위기를 벗어나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인 전 위원장이 목사 출신으로 정치 경험이 적어 정치적 결단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실제로 인명진 비대위는 당시 혁신의 핵심으로 떠올랐던 인적청산 과정에서 친박 핵심들에게 가벼운 징계를 내리는 데 그쳤다. 결국 자유한국당은 인적청산을 중심으로 하는 체질개선에 실패했고, 2017년 5·9대선, 2018년 6·13 지방선거까지 참패했다. 제대로 된 인적청산을 하지 않은 결과다.

현실적으로 인적청산을 할 여건도 되지 않는다. 정당의 인적청산은 통상 선거 공천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2020년 총선까지 남은 기간은 1년 9개월여에 이른다. 당 내부에서는 김병준 비대위의 활동기한을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김진태 의원 등 친박계를 중심으로 "활동기한을 3개월 이내로 해야 한다"고 선을 긋고 나섰다. 선거가 임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논리다.

결국 김병준 비대위도 특별한 인적청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쥐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전 계파도 없고 공천권도 없다"고 밝혔다. 인명진 비대위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김병준 위원장은 정체성에서 중도에 가깝고, 노무현 정부에서 정책실장까지 한 정책통이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다만 정치경험이 풍부하지 않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자유한국당 혁신의 핵심은 인적청산"이라며 "곪은 상태를 도려내고 근본적 치료를 해야 하는데, 정치 경험이 적은 김 위원장이 이를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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