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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만 절박한가정부 여당 규제완화 여론조성에 올인… 단기적 성과 아닌 구조변화 모색해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8.07.13 09:12

정부의 경제정책은 후퇴 중인가? 연일 나오는 신호가 심상치 않다. 그러나 ‘후퇴’라기보다는 제 갈 길을 가고 있는 중이라고 해석하는 게 더 정확할지 모른다. 문제는 그 ‘갈 길’의 방향이 걱정스럽다는 거다.

일단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다. 김상조 위원장은 지난 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시민단체 등의 조급증과 이상주의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11일 조선일보 인터뷰에선 대기업들을 향해 미묘한 신호를 보냈다. 한 마디로 하자면 규제완화 등을 추진할 테니 지배구조 개선 등 재벌개혁 관련 문제는 알아서 모범을 보이라는 거다.

김상조 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지방선거 이후 도드라진 정부의 태도와 궤를 같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대기업들을 향한 ‘신호’로 볼 수 있다. 김상조 위원장은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시민단체의 고집이 규제 완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것처럼 언급했다. 앞서 한겨레 인터뷰에도 비슷한 얘기가 들어있다. 김상조 위원장이 말하는 ‘규제 완화’란 무엇인가?

지난달 27일 문재인 대통령은 규제혁신점검회의를 개최 3시간 전에 연기했다. 관료들이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문화일보는 29일 신문에 청와대의 결정 이유 중 하나가 참여연대의 반대일 수 있다고 썼다. 출범 이후 보수언론이 집요하게 디밀어 온 참여연대 프레임이 재생산된 것이다.

그런데 김상조 위원장은 앞의 두 신문 인터뷰를 통해 정부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걸림돌 중 하나가 참여연대라는 뉘앙스로 말했다. 참여연대에 친화적인 인사의 한 명으로 볼 수 있는 전성인 교수가 한겨레를 통해 반론에 나서면서 청와대와 참여연대 갈등설은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돼버렸다. 이런 전제를 놓고 김상조 위원장 인터뷰와 문화일보 보도 등을 종합하면 이 갈등 구도의 핵심에 인터넷 전문은행 문제가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인터넷 전문은행에 이렇게 절박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꼭 인터넷 전문은행이 문제라기보다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자는 차원일 것이다. 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앞세우고 있지만 산업정책이라는 측면에선 대안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혁신성장은 이에 대한 알리바이다.

그런데 지방선거를 전후해 소득주도성장의 개념을 넘는 성과를 이뤄야 할 필요성이 생겼다. 김상조 위원장은 정부가 성과를 낼 수 있는 시간이 6개월에서 1년 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대략 두 가지 차원의 문제를 짚은 걸로 이해된다. 첫 번째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들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게 될 거라는 현실적 문제다. 특히 2019년은 다음해 총선을 앞두고 있는 해라 차기 대권을 꿈꾸는 인사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때가 될 것이다. 지금이야 청와대로 모든 역량이 집중돼 있지만 이런 상황이 영원히 이어지진 않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4일 인천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열린 '아우스빌둥 모델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는 대외환경 등의 변수가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양적완화로 경기를 떠받치는 시대는 서서히, 하지만 확실히 마무리 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최근 부쩍 금리인상을 연상케 하는 신호를 내보내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 1.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는데 8인의 금통위원 중 1인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소수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는 한국은행 추천 몫 금통위원으로 추정되고 있어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많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미 지난달 12일 한국은행 창립 68주년 기념식에서 통화완화를 유지할 뜻을 밝히면서도 “금융불균형이 커질 수 있는 점과 긴 안목에서 경기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운용여력을 늘려나갈 필요가 있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 여당은 내년 예산에 깜짝 놀랄 규모의 대대적 재정 투입을 반영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폴리시-믹스’란 차원에서 재정 정책의 효용은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은 쉽지 않지만 대외조건의 변화와 통화정책에 불개입하고자 하는 이 정권의 성향을 고려하면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도 문제다. 불은 곧 유럽연합으로 옮겨 붙을 전망이다. 여전히 수출지향적 구조의 경제를 유지하는 한국으로서는 증대되는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게 쉽지 않다. 더군다나 ‘중국제조2025’와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으로 볼 수 있는 중국의 성장과 미국의 제조업 회귀는 국제적 분업체제에서 한국이 가졌던 경쟁력을 상실하도록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반도체 부문 외에는 기대를 걸 만한 분야가 없는데 산업의 특성상 여기서도 장기간의 안정적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이런 환경을 고려하면 김상조 위원장이 말하는 “6개월에서 1년 내”의 기간에 뭔가 ‘대못’을 뽑아 놓지 않으면 경제 정책의 성과를 낼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정부 여당에 존재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심증을 굳히게 된다. 하반기 국회 원구성 결과를 봐도 그런 흔적이 있다.

자유한국당은 예결특위와 함께 국토교통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외교통일위 등을 확보했다. 이른바 ‘알짜’이거나 정부의 분배정책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상임위다. 더불어민주당은 운영위 등과 함께 기획재정위, 정무위 등을 사수했다. 어차피 8대 7의 구도에서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면 경제 관련 상임위를 고르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런 맥락을 종합하면 인터넷 전문은행은 현재 조건에서 당장 성과를 내기 좋은 소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IT인프라 등 기본적 환경이 이미 국내에 충분히 조성돼있고, 중국의 금융시장은 개방을 모색하고 있지만 준관치금융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라 한국이 상대적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분야다. 물론 인터넷 전문은행의 현재까지 성과가 다소 의문이라는 것과 은산분리에 대한 고전적 비판 논리를 볼 때, 의도한 효과가 실제로 날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정치적으로도 또 경제적으로도 단기처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장기적 변화를 가져올 개혁의 고삐를 늦춰서는 곤란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12일에도 “일부 업종 연령층의 고용 부진에는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폭을 신축적으로 결정할 필요를 언급했다. 일부 소상공인 및 편의점주 등 단체는 최저임금제 불복종 투쟁에 나서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권 입장에선 부담을 느끼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경기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공약의 후퇴를 대신할 개혁은 무엇인지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만들기 위해선 사회적 대화틀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현재 상태로는 쉽지 않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이 여러 측면에서 난감한 국면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 지면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했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회장을 만나 쌍용차 해고자 문제에 대한 관심을 당부한 것은 비교적 긍정적 신호다. 소득분배 정책의 후퇴가 불가피하다면 당사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논리와 형식을 갖추고 경제주체들 간의 대화와 양보라는 정치적 과정을 실질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0일 전경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에 관심이 있는 노동자 대표나 지역사회대표를 이사로 참여시키고 1원1표의 주주자본주의 원리의 관철이 아니라 아니라, 주식 장기보유자들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 위원장이나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제민주화론과는 각론에서 유사한 점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결을 달리하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의 재벌개혁정책은 비유컨대 이재용을 피하면 엘리엇을 만나고, 엘리엇을 극복하면 다시 이재용이 부활하는 악순환 속에 빠진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도 이런 현상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 상황을 탈피하려면 노동자, 특히 노동조합이 경제정책의 한 축으로서 논의에 실효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지금 시점에서 규제완화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다뤄져야 하지 않는가? 청와대가 자영업자 소상공인 전담 비서관과 규제혁신 총괄할 비서관 자리를 새로 만든다는 소식은 있지만 정부 여당이 들러리성 회의가 아닌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를 가능케 하기 위한 어떤 고민을 한다는 말은 아직까지 들어본 일이 없다. 그래서 걱정스럽다는 것이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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