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인터넷 사이트 워마드의 ‘성체 훼손' 파문이 반발을 사고 있다. 10일 워마드의 한 회원이 ‘예수 XXX 불태웠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해당 글에는 성당에서 받아온 성체에 빨간 펜으로 예수를 모욕하는 욕설을 쓰고, 이를 불태워 훼손하는 사진이 있었다. 천주교에서는 여자가 사제가 될 수 없고 낙태죄 폐지를 안 된다고 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천주교계는 "묵과할 수 없다"며 "바티칸 교황청에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한국천주교주교회 안봉환 신부는 1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엽기적인 행동을 보고 너무 경악해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안 신부는 “천주교에서 성체는 예수님의 몸과 피를 빵과 포도의 형상으로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리스도 신앙의 가장 중요한 계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렇게 중대한 범죄는 지체없이 바티칸 교황청에 보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봉환 신부는 “(낙태죄 폐지와 사제 문제는) 성체 훼손 사건과 별개의 문제”라며 “교리의 문제이지 인간의 권리나 남자와 여자의 성 평등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천주교는 인간의 존엄성과 종교적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다”며 “(워마드처럼)보편적인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심각하고 중대한 문제는 마땅히 비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같은 방송에서 서울시립대학교 이현재 교수는 “(페미니스트로서)워마드의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현재 교수는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차별에 대한 반대”라면서 “차별의 경험을 여성으로서 했기 때문에 다른 차별 받는 소수자들과 연대하는, 연대의 정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구분의 정치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이현재 교수는 “워마드의 행위에 흠집을 내는 것을 집중해서 말하는 방식이 성 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인가라는 의심을 둔다”면서 “(워마드의) 흠에만 집중하는 방식은 악순환을 만드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워마드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다”라며 “잘못을 지적한다고 해서 지금 문제가 되는 상황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현재 교수는 “문제가 되는 상황을 없애야 한다”며 “성 평등을 위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었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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