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국군 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과 관련, 독립수사단을 구성해 특별수사하도록 지시했다. 이 독립수사단은 비육군, 비기무사 출신의 검사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기무사 차원에서 개혁TF가 셀프개혁이라는 비판 앞에 놓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독립수사단에 싣는 무게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셀프조사도, 제 식구 감싸기 식인 흐지부지 수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가 분명하다.

촛불집회는 세계가 놀라고, 칭찬한 직접민주주의의 실현이었다. 촛불집회 초기에는 곳곳에서 폭력을 부추기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럴 때마다 시민들은 입을 모아 비폭력, 평화를 외쳤고 아주 빠른 시간에 촛불집회는 그 엄청난 규모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폭력도, 연행도 없는 유례없는 평화시위의 진용을 갖췄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인 2017년 2월 2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촉구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록 실행되지 않은 미완의 계획이라 할지라도 시민들의 평화로운 시위를 군대로 진압할 의도를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엄하게 다룰 수밖에는 없다. 기무사가 그 계획을 세웠다지만 결코 기무사 독단으로 결정하고, 실행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도 상식이다. 군 독립수사단의 수사가 끝이 아니라 진상규명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미이다. 군 독립수사단의 수사는 장차 국회차원의 국정조사 및 청문회로 이어질 것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지는 않다. 당연히 당시 계엄령 발동 시나리오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자유한국당의 몽니가 시작됐다. 기무사의 계엄령 계획 그 자체보다는 기무사의 기밀 문건이 어떻게 유출되었냐가 중요하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이 현재 국면에 시도하는 물타기의 본질이다. 분노하기에 앞서 안타까움이 크다. 자유한국당은 당시 박근혜 청와대의 프레임 전략을 그대로 따라준 언론이 아무도 없음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사리분별이 안 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어쩌면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문건의 진실을 ‘유출’로 프레임을 바꾼 데서 시작됐을지 모른다. 그때 소위 비선권력을 바로잡았다면 최순실 게이트는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본질을 피하고 모면하는 데 급급해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곪아 터지게 할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자유한국당이 처절하게 겪었던 것이다. 그러고도 또 유출프레임을 가동하려는 것은 보면 자유한국당은 학습이 되지 않는 집단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오른쪽)이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지방선거 후 자유한국당은 국회 중앙홀에서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걸고 무릎을 꿇었다. 방법도 식상했지만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의 사과를 여전한 의심의 눈으로 보는 시민들이 많았다. 그러고 얼마나 지났다고 다시 과거와 똑같은 방법으로 프레임 전략을 들고 나오는지 이해할 수가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이미 들통 난 전략으로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도 없을뿐더러 시민들로부터 분노와 조롱을 자초하고 있음도 모르는 것 같다.

지방선거 결과를 놓고 누군가는 대통령 탄핵 때 빠져있던 자유한국당에 대한 국민의 이차 심판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진단이라 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직접 부딪혀 해결하기보다는 시선을 돌리려는 못된 버릇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