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헤럴드경제가 관계사인 베타뉴스의 실시간검색어 어뷰징 기사를 게재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 베타뉴스에서 어뷰징 기사를 포털에 송출하면 헤럴드경제가 동일 기사를 자사 이름으로 포털에 송출하는 '2중 어뷰징' 방식이다. 또한 포털 송출을 통한 조회수 늘리기가 핵심인 해당 방식을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제재할 근거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털 뉴스 서비스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바로 뉴스 어뷰징이다.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실시간 검색어를 악용하는 방식, 같은 내용의 기사를 말만 바꿔 내보내는 방식, 광고를 기사인 것처럼 위장해 작성하고 돈을 받는 방식 등 어뷰징의 종류도 다양하다. 이러한 어뷰징은 주요일간지부터 경제지, 중소 인터넷매체까지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어뷰징은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의 주요 제재 대상이다. 뉴스제휴평가위는 어뷰징을 막기 위해 광고기사, 제3자 전송, 중복송출 등에 대해 엄격한 벌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포털 네이버의 경우 실검을 이용해 어뷰징을 벌이는 경우 검색 순위에서 불이익을 주는 등의 방안을 마련 중이다.

이러한 어뷰징 근절 노력과 관계없이 새로운 형태의 어뷰징이 성행하고 있다. 관계사의 어뷰징 기사를 중복 송출하는 이른바 '2중 어뷰징'이다. 헤럴드경제, 전자신문 등 일부 경제지가 이 같은 방식으로 어뷰징 행각을 벌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헤럴드경제는 관계사인 베타뉴스의 실검 검색어를 이용해 어뷰징 기사를 작성하고 이를 다시 헤럴드경제 스타&컬처팀 명의로 본지 기사로 포털에 내보내고 있다. 미디어스는 앞서 취재과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포착한 바 있다. 지난 5월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 성폭행 의혹 당시 헤럴드경제와 베타뉴스는 나란히 선수의 아내를 들먹이며 어뷰징 기사를 작성했다. 당시 기사 작성의 경위를 묻자 헤럴드경제 관계자는 "우리가 쓴 게 아니라 자회사(베타뉴스)에서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베타뉴스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 제휴사 관계라서 당직 제도를 운용 중이라 똑같은 기사가 나간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상 2중 어뷰징을 실토한 셈이다.

▲지난달 21일 오후 5시경 반려견 훈련사 강형욱 씨의 이름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약 13분 후 베타뉴스와 헤럴드경제의 실검 어뷰징 기사가 등장했다. 기사는 사실상 대동소이하며, 기사 송고 시간도 거의 차이가 없다. 베타뉴스 기사(왼쪽)와 헤럴드경제 기사(오른쪽). 당시 실검 현황(아래). (사진=베타뉴스, 네이버 화면 캡처)

미디어스가 헤럴드경제와 베타뉴스의 유사 기사 송출 수를 분석한 결과, 6월 한 달동안 헤럴드경제와 베타뉴스의 유사 기사는 4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는 문장의 어미만 약간 다르거나 문장의 배열만 조금 다를 뿐 대동소이한 기사를 그대로 송출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 기사들은 대부분 실검 키워드를 이용해 클릭수를 올리는 어뷰징 기사들이었다.

그러나 헤럴드경제의 이러한 행태를 포털뉴스제휴평가위가 제재할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같은 기사를 복수로 송출함에도 '중복송출'로 제재를 가할 수 없다. 뉴스제휴평가위가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중복송출은 '한 회사에서 중복된 기사가 송출된 경우'에 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헤럴드경제와 베타뉴스는 다른 법인이기 때문에 제재할 방법이 없다.

제3자 송출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뉴스제휴평가위가 지정한 3자 송출 제재 대상은 포털과 제휴를 맺지 않은 언론사의 기사를 송출했을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두 회사는 자신들의 관계를 제휴사 관계로 설정하고 있어, 헤럴드경제가 베타뉴스의 기사를 사오는 식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전자신문도 헤럴드경제와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전자신문은 전자신문인터넷(RPM9)을 통해 어뷰징 기사를 내보내고, 전자신문에 또 다시 같은 기사를 내보내는 식으로 2중 어뷰징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전혀 다른 기사도 아니고 같은 기사를 거의 똑같이 복수의 매체를 활용했다고 하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작은 언론사를 만들거나 큰 회사에서 투자해 작은 언론사를 인수해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쓰면 어뷰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어뷰징의 가장 큰 폐해 중 하나가 독자들에게 필요없는 같은 내용을 계속해서 읽게 하는 것"이라며 "이런 식의 행동을 관계사를 통해서 하는 것은 언론사로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최진봉 교수는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며 "어뷰징을 할수록 클릭수가 늘어나고 광고는 더 많이 붙게 된다. 뉴스를 가지고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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