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잠깐이라도 K리그를 보러 경기장을 나서야 했던 건 사실 순전히 K리그를 담당하는 지역의 스포츠 PD란 책임감 탓이다.

지역의 스포츠PD에게 가장 잦은, 흔한 콘텐츠는 K리그, 그것도 지역구단에 대한 중계방송, 뭐 자랑할 것도 그렇다고 부끄러울 것도 없는 그저 일일뿐,
지역의 스포츠를 말하고, 지역방송의 스포츠PD, 그 처지를 말하는데 있어 가장 좋은 대상은 K리그, 그리고 그 리그의 지역구단이라 할 수 있다.

때론 몇몇 경기에 감동하고, 또 어떤 어떤 일들을 겪으며 절망하는 K리그, 그 중계와 스포츠PD.

지역 지상파, 스포츠PD가 다루는 종목들을 한번 다시 돌이켜 보면 명확하다.
프로야구는 이미 지역구단이라 언급하기엔 너무 크다는 생각이 들만큼 전국적이며,
지역의 여러 아마추어 스포츠들도 커버하지만, 그것들을 메인이라 하기엔 그래도 공중파 PD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가?
가끔 만나게 되는 대규모 스포츠 이벤트가 있지만, 이것만으로 이야기하기엔 너무나 드문 경험이기에... 아마도 프로축구 중계가 가장 적절한 상대인 듯.
-뭐, K리그 중계방송의 대부분이 지역 MBC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미 그것은 숙명인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지역 스포츠PD로 근무한다는 건, 가끔씩 정체성에 대한 혼돈과 스스로에 대한 엄청난 고민, 일에 대한 당위성을 돌이켜보기 쉬운 일이다.
분명히 공중파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역방송이란 부분이 공존하기에 더욱 더 그렇다.-

왜 하필이면 K리그냐고?
K리그의 경우를 보자. 몇몇 수도권 인기구단을 제외하곤 프로리그지만, 프로리그라 하기엔 몇몇 가지 부족함도 많다.
가능성도 많지만, 반면에 무관심과 여러 어려움들이 늘 함께하며 앞날에 대한 고민이 항상 가운데 자리 잡고 있다.

돈부터 시작해 여러 가지 여건들은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사람들의 호응이나 반응도 싸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이런 여건들은 지역방송의 현실과 다름 아닌가?

직접적으로 닿아 느끼는 스포츠PD로서 때로는 K리그에 너무나 집중하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되는 이유가 다 있는 법이다.
그래서인지 K리그 중계에 가장 애착을 느끼게 되고, 리그 자체에 대한 애정과 관심도 깊어진다.
하지만. 그런 애정이나 노력들이 중계의 품질에 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란 참 쉽지 않다. 이게 가장 큰 패배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더욱 놀라운 건, 돌파구조차 K리그의 지역구단이나 지역방송, 모두가 비슷하다.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팬들에게, 혹은 시청자들에게 어필하고 다가서서 스스로의 힘을 만들어 가는 것, 그래서 사람들이 저절로 찾게 만드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목표이자, 지향점이 된다.
가깝게는 작은 부분부터 지역사회에 함께하고, 지역의 작은 요구와 역할을 고민하며, 수익성을 좀 더 창조적으로 구축해야 된다는 거.
뭐, 그러면서 사람들의 반응과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겠지. 역시나 비슷하다.

그런 노력, 대부분의 경우 잘 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꾸준하게 시도되고 펼쳐지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지역방송이나 지역구단-K리그의 지역구단-, 모두가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고, 수도권과 지역의 격차를 느끼게 한다는 거.

세계적인 시대에 전국적이지도 못한 소재라는 한계를 말할수도 있고, 그 수준을 스스로 부끄러워 할 수도 있겠지만...
경쟁이 치열한 이 시대에 독자적이고 의미 있으며 나름의 가치를 지닌 콘텐츠를 책임지고 만들어간다는 책임감과 자존감도 함께한다.
무엇보다, 앞으로 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앞으로 잘하면 더 좋은 내일이 있을 것이란 희망이 있다는 거. 그것이 중요하다.

아주 작은 지역이기에 오히려 국제적인 꿈도 쉽게 품어볼 수 있는 것, 지역방송이나 지역의 K리그 구단들.. 모두가 비슷하다.

지금, 대구에서 K리그로 AFC를 희망하면 너무 무리일까?

스포츠PD라곤 하지만, 저녁시간의 경기들을, 그리고 주요한 경기들을, 직접 TV로 중계하기란 매우 쉽지 않은 처지이기도 한 지역 MBC의 종사자,
하지만 서울의 공중파보다 잦은 경기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스포츠 채널보다 오히려 자유롭게 다양한 구상을 할 수 있는 처지,
모든 것이 공존하는 대구, MBC의 스포츠PD가 나의 처지이고, 내가 담당하는 구단이 바로 대구FC다.

하계종목, 프로리그의 대부분이 순위싸움이 치열한 여름의 한가운데,
오히려, 더운 여름이라 스포츠가 잠시 주춤할 수 있는 건 어찌보면 지역방송에 근무하는 스포츠PD만의 특권일지도 모른다.
올 여름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많다고 하지만, 그래도 여느 해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 일이 없어짐에 대해 오히려 가슴아프고 서러운 것이 바로 지역의 스포츠PD, 그리고 그런 우리가 필요한 공간이 바로 K리그,

항상 언급하지만.. 난 지역에서 근무하는 스포츠PD다.
그렇기에 지역방송의 내일을 고민하고 지역의 발전을 기대한다. 또 그렇기에 우리지역의 구단을 지지하며, K리그 자체의 밝은 내일은 꿈꾼다.

너무나 비슷하기에, 너무 쉬이 동질감을 느끼는 지역구단과 지역방송의 스포츠, 회사의 창사기념일을 맞아 다시금 생각해본다.
어찌됐던. 난 지역MBC 최초의 공채 스포츠PD니깐. 하하,
흠! 회사의 창사기념일, 문득 나 스스로 나에 대해,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되짚어 본다. 그리고 다시금 초심이란 말을 떠올린다.

스포츠PD, 블로그 http://blog.naver.com/acchaa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PD라고는 하지만, 늘 현장에서 가장 현장감 없는 공간에서 스포츠를 본다는 아쉬움을 말한다.
현장에서 느끼는 다른 생각들, 그리고 방송을 제작하며 느끼는 독특한 스포츠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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