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오늘 경기는 왜 LG가 하위권에 처지고, 삼성이 2위를 달리는지 초반부터 입증되었습니다. 1회말 LG는 상대 실책으로 기회를 얻었지만 잔루로 남기며 득점에 실패했지만, 삼성은 실책을 파고들어 선취 득점에 성공하며 승기를 잡은 것입니다.

어제 경기에서 에이스 봉중근을 내고도 패한데다 삼성의 두터운 불펜을 감안하면, LG가 초반에 선취 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하지 않는 이상, 더마트레와 장원삼의 선발 맞대결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했습니다. 하지만 LG는 1회말 2사 1, 2루, 2회말 2사 만루의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했습니다. 반면 삼성은 실점 위기를 넘긴 후 2회초 3득점, 3회초 2득점하며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갔습니다.

LG의 공격이 아쉬운 것은 초반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4회말 선두 타자 오지환은 우전 안타를 기록한 후, 박한이가 타구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사이 2루를 파다 아웃되었는데, 6:1의 5점차를 감안하면 오지환이 굳이 2루까지 무리하게 갈 필요는 없었습니다. 경기 종반 적은 점수차라면 어떻게든 득점권에 주자를 보내는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가 필요하지만, 경기 초중반 큰 점수차에서는 주자를 모으는 것이 중요한데, 오지환의 무리한 주루는 이를 망각한 것이었습니다.

▲ 더마트레 ⓒLG트윈스
5회초 1사 만루의 위기에서 최형우의 타구를 박경수가 호수비로 병살 처리한 후, 5회말 무사 2, 3루 기회에서 1득점에 그친 것도 아쉬웠습니다. 2루 주자까지 불러들여 6:3이 되었다면 경기 중반 3점차라 타자들도 해볼만하다는 분위기가 될 수 있었을 텐데, 조인성의 희생 플라이 후 1사 3루에서 윤상균이 타점을 기록하지 못해 6:2에 묶인 것이 아쉬웠습니다.

더마트레는 오늘도 실망스러웠는데, 6실점 중 5실점을 2사 후에 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3회초 1사 만루에서 신명철의 바가지 안타성 타구를 오지환이 호수비로 아웃 처리한 후, 초구에 박한이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헌납한 순간입니다. 야수의 호수비로 실점 위기에서 아웃 카운트를 잡았으면 투수가 자력으로 이닝을 종료시키며 실점하지 않아야 수준급의 투수라 할 수 있는데, 더마트레가 박한이에게 안타를 허용해 3:0에서 5:0으로 벌어지면서 승부는 사실상 끝났습니다. 더마트레의 삼성전 등판은 오늘이 처음이었는데, 비록 국내 무대에 데뷔한 후 많은 경기를 치러 상대가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하지만, 투수와 타자의 직접적인 첫 대면이라면 투수가 응당 유리해야 하는데, 더마트레는 유리한 정황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난타 당했습니다.

4강 진출이 좌절된 현재 더 이상의 외국인 선수 교체가 없다고는 하지만, 더마트레가 남은 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재계약 여부가 달려 있는데, 이처럼 실망스러운 투구가 반복되면 더마트레의 재계약은 어려워 보입니다. 더마트레가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하면 내년 LG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원점에서 출발해 또다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마트레가 확실한 성장세를 보이며 재계약에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반대로 퇴출되어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데려온다 해도 어지간한 외국인 투수들은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타고투저의 국내 리그에서 시즌 초반 손해(즉 팀의 패배)를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LG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는 타 팀보다 성공보다 실패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따라서 더마트레의 불만스런 투구는 단순히 더마트레 개인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며 팀 전체에 그늘을 드리우고 있습니다.

오늘도 박종훈 감독의 선수기용은 석연치 않았습니다. 최근 6경기 0.381의 고타율을 보인 박용택을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라는 이유로 제외하며 타선의 약화를 자초했습니다. 박용택의 올 시즌 우투수 타율은 0.253, 좌투수 타율은 0.363인데, 박종훈 감독의 선수기용에는 데이터가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투수 교체 시기도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6:1로 승부가 갈린 4회초 2사 후 신정락이 두 번째 투수로 등판했는데, 와인드업하며 글러브로 건드려 모자가 벗겨지고 첫 타자 이영욱에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는 등 긴장한 빛이 역력했습니다. 이어 강봉규의 타구는 담장을 넘어갈 만한 큰 타구였습니다. 5월 15일 이후 2개월 23여일만의 1군 등판이라면 실전 감각을 찾을 수 있도록 1이닝 정도는 더 던지도록 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어차피 큰 점수 차로 승부가 갈린 상황에서는 중간 투수들이 이닝을 잘라 나눠 맡아야 하는데, 신정락이 0.1이닝만 투구하고 강판되면서 피로가 누적된 다른 투수들이 대신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문제였습니다.

결국 어제 1.2이닝을 투구한 오상민이 오늘도 1.2이닝을 투구할 수밖에 없었고, 이번 주 5경기 중 4경기에 등판한 김선규가 또 다시 등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8회초 오상민이 등판 직후 최형우에게 페이크 번트 자세에서 대형 홈런을 허용한 것을 보면 (페이크 번트에서 타격 자세 전환 후 홈런이 터진 것을 저는 이제껏 본 기억이 없습니다.) 노장 오상민의 공이 얼마나 밋밋했으며, 얼마나 피로가 누적되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오늘 경기의 유일한 수확은 박동욱이 가능성을 확인한 것입니다. 4월 초 1군에 등록된 뒤 난타당하며 2군에 내려간 뒤, 8월에야 다시 1군에 올라왔는데, 최근 두 번의 등판에서 3.1이닝 1실점, 3이닝 1실점으로 가능성을 보인 것입니다. 오늘은 비록 많은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여하튼 1실점으로 막았습니다. 무엇보다 LG에는 씨가 마른 140km 중반을 상회하는 구속이 인상적입니다. 올 시즌 2군에서 올라온 패전 처리 투수들 가운데 2경기 연속은커녕 1경기도 제대로 호투한 투수가 없었음을 감안하면 박동욱이 LG의 구멍인 롱 릴리프 보직을 메울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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