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상 받으려고 사흘 굶는다는 속담은 있어도 잔칫상 받아놓고 라면 끓이는 경우는 없는데 일밤 뜨거운 형제들이 딱 그 꼴이다. 뜨거운 형제들(아래 뜨형)은 일등공신 아바타 소개팅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의심을 안고 있다. 일밤의 부활을 강력하게 상징하는 계기로 뛰어오른 것은 누가 뭐래도 아바타 소개팅에 있다. 그러나 아바타 소개팅은 처음부터 만만찮은 비판여론이 존재했다. 그래도 시청률은 무럭무럭 올라갔다.

이것은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드라마의 공식이 아니라 오랫동안 시청자 관심 밖에 존재했던 일밤에 대한 애정의 표현이었다고 보인다. 또한 아바타 소개팅이라는 낯선 포맷에 대한 적응을 위한 성장통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거나 아바타 소개팅은 정말 오랜만에 일밤을 일요 예능의 이슈메이커로 등극시키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주었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유재석의 런닝맨을 따돌리는데도 성공했다.

아바타 소개팅에 대한 호불호는 뜨형 내부에도 존재했다. 지난 주 방송 내용을 보면 탁재훈, 박명수는 아바타 소개팅을 지지하고 김구라는 반대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일단은 좋은 현상이다. 뜨형을 실질적으로 끌어갈 3인방이 단기적인 반응에 고무되어 들떠 있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달리하는 침착한 태도는 발전을 위한 건강한 논쟁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호불호의 엇갈린 의견이 아바타 소개팅의 일단보류로 가는 현상이 꼭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 어렵다.

지난주 청문회 상황극은 이미 무한도전에서 모의법정을 경험했던 박명수의 리드가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검증된 시도였다. 그러나 이번 주 가상 바캉스는 많이 고민하고 노력한 흔적은 역력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산만함만 남기고 재미는 그다지 만들어내지 못하고 말았다는 결과가 주는 교훈이다. 가상 바캉스라는 주제 아래 가상현실과 상황극을 접목했지만 이 고민의 이종교배는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더 준비해서 다시 시도할 만한 가능성은 남겼다.

그중에서도 출연진이 일산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즉흥적으로 섭외해 스튜디오 안으로 끌어들인 것은 아주 참신한 시도였다. 러브 액추얼리를 패러디한 탁재훈의 스케치북 광고는 시민들 반응도 좋았고 애드리브 귀신 탁재훈이 애드리브를 억제한 역발상이 재미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곳은 분명 가상 바캉스 장소인 허운대이다. 그러나 그것에 들어온 시민들에게 가상을 설득하지 못했고, 참신했던 시도에도 불구하고 장소가 협소한 탓도 있지만 다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녹화를 하는데 두 시간은 결코 긴 시간도 아니었다. 게다가 준비도 안 된 일반시민들에게 가상 환경을 주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그러나 기왕에 시도한 것이라면 더 많은 준비와 상황의 대비를 통해 시민들의 가상 적응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면 의외의 웃음폭탄이 터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어렵다고 고작 인기투표나 하는 것 대신에 출연진과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장치라도 마련했어야 하는데, 방목하던 소를 몰아만 왔지 막상 목장에 도착해서는 손놓아버린 목동들 같았다.

분명 절반의 실패였던 시민들의 가상현실 투입이었지만 적어도 절반의 성공은 거뒀고 거기서 실패한 것보다 몇 배 더 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반면 해변 즉석헌팅은 가장 실망스러웠던 미션이었다. 아바타 조종사로 나선 탁재훈, 박명수가 예전 같지 않게 맥 빠진 애드리브로 결국 웃음을 낚는데 실패했지만 이들을 탓하기보다는 이렇게 끼워 넣기로 아바타 소개팅을 소모하는 것이 먼저 잘못이었다.

뜨형 제작진은 최근 몇 달을 꿈처럼 보내고 있을 것이다. 도무지 올 것 같지 않은 일밤의 부활이 코앞까지 다가서고 있는 이 기적 같은 일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바타 소개팅이건, 상황극이건 시청자의 호불호는 갈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소한 시청률은 나오는 반응이라는 점에서 단비에 대한 초기의 극찬과 달리 감동의 강요라는 어색한 이유로 외면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변화다.

이쯤에서 뜨형 제작진은 이제 외부로부터의 조언에 잠시 귀를 닫을 필요가 있다. 재미도 없고, 시청률도 나오지 않지만 런닝맨이 초기 포맷을 끌고 가는 것이 미련하고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거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차츰 익숙해지고 나면 유재석이라는 독보적 존재로 인한 시청률 유인에 자심감 혹은 희망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얼마나 적중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지금 뜨형에게도 조금은 필요한 뚝심이 아닐까 싶다.

워낙 아바타라는 개념이 영화로 인한 일시적인 콘셉트로만 알았던 것이 계속 확장되는 것에 대한 불안과 불만은 충분히 가능한 반응이다. 그런 탓인지 지금까지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뜨형은 뭔가 확고부동한 제작의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 주로 예고된 아바타주식회사가 그동안 방황의 종언을 고하는 제작진의 단호한 자세이기를 기대해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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