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법원과 법조기자단이 1박2일 일정의 심포지움을 진행한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고,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논란이 있는 시점에서 굳이 이러한 일정을 강행했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법원 깃발.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2일 2년에 한 번 법원 관계자와 법조기자단이 만나 토론과 만찬을 나누는 <2018년 언론과 사법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 행사에는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사법정책연구원, 법원도서관, 서울고법, 대구고법, 특허법원, 서울중앙지법, 서울가정법원, 서울행정법원, 서울회생법원 등과 각 지방법원들의 공보관, 판사 등이 참여했고, 수십 명의 법조기자들이 자리했다.

일정표를 살펴보면 이들은 22일 오전 10시 30분까지 대법원에 집결해 출발, 12시 경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비발디파크 메이플동에 도착했다.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메이플동 지하 1층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한 후 오후 1시 20분부터 오후 5시 50분까지 메이플동 에메랄드홀에서 토론회를 진행했다. 토론이 끝난 후 6시부터 6시 40분까지 비발디파크 메이플동에 위치한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숙소는 3인 1실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후 오후 6시 40분부터는 메이플동 에메랄드홀에서 법원행정처 차장이 주최하는 만찬이 이어졌다. 만찬 메뉴는 뷔페였으며, 소주와 맥주 등 주류는 비발디파크 직원들이 계속해서 채워 넣어줬다고 한다. 오후 9시 30분까지 진행된 만찬이 끝난 후 법원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메이플동 지하에 위치한 치킨집에서 '치맥'을 즐겼다고 한다.

23일에는 메이플동에서 뷔페로 조찬을 한 후 로비에 집결해 홍천의 명승지인 수타사로 이동했다. 오전 10시 20분부터 11시 40분까지 수타사 옆에 위치한 공작산 생태숲을 체험한 법원 관계자들과 기자들은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 후 해산했다.

결국 1박2일에 걸친 '언론과 사법 심포지엄' 일정에서 토론회 시간은 달랑 4시간에 불과했다. 법원은 기자들에게 기념품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한 개씩 선물했다고 한다. 참고로 기자들은 이번 행사에서 단 한 푼의 공식경비도 내지 않았다.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김영란법에서 규정 금지하고 있는 식사대접 상한 3만 원은 가볍게 넘어서는 것으로 판단된다. 김영란법은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상한을 각각 3만, 5만, 10만 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행사에 참여한 법원과 기자들이 김영란법에 저촉될 가능성은 낮다. 김영란법 제8조 3항 6호는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된 공식적인 행사에서 주최자가 참석자에게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교통, 숙박, 음식물 등의 금품등"은 수수를 금지하는 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난 2016년 11월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이 가진 취지와 양승태 대법원 재판거래 의혹 등이 제기되는 시점을 감안하면, 이 행사를 강행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심포지엄을 할 것이었다면 토론회 후 식사 정도로 행사를 간소화했어도 됐을 것이다. 굳이 강원도 홍천까지 가서 콘도를 잡아 숙박을 하고 술판을 벌이지 않았어도 됐단 얘기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법원이 여러 사건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 취재기자들과 행사를 한 것 자체가 문제"라며 "법원과 기자들이 이런 식으로 하면 견제와 감시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 교수는 "세미나를 했으면 세미나로 끝내야 한다"며 "세미나 후 식사까지는 할 수 있다고 쳐도, 1박2일에 걸쳐 일정을 잡고 음주를 하는 등의 모습은 누가봐도 친목의 목적이 강해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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