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필패 음반의 정석 깨 보아

긴 병에 효자 없다고? 보아 팬들에게 5년은 결코 기다리기에 긴 시간이 아니었다. 요즘 솔로 가수들의 가장 큰 고민인 음반판매 걱정은 보아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보아가 “좋은 음질 CD로 사듣기”라는 애교 섞인 메시지를 보낼 정도였다. 올해 약속이나 한 듯이 컴백한 모든 솔로가수들이 그랬듯이 보아 역시 음반 판매는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든 예측을 무색케 만들었다.

보아의 전설은 아직도 진행형이며, 미래형이라는 확인을 할 수 있는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발매 이틀째인 8월 6일 상황을 보면 올해 컴백한 어떤 솔로가수도 넘보지 못한 막강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한터기준 2만8천장을 넘겼으며 핫트랙스 역시도 점유율 80%를 넘겨 현상유지만 하더라도 아이돌 그룹 아니면 안 된다는 가요계 징크스를 깰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아이돌 그룹 초동 상위 기록도 갈아치울 기세다.

MR 제거? 부질없는 짓인가 보아

영상 출처: 우리보아


가창력 논란은 한국 가요계의 묘한 대중 검증 시스템이다. 보통 가수들이 첫무대를 가진 후 곧바로 도는 MR제거는 악플보다 두려운 일이 되었다. 아무리 퍼포먼스형 가수가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가수에게 요구되는 가창력에 대한 대중적 검증은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MR제거에 대한 반응이 곧바로 언론에 기사화되는 추세라서 가수들은 MR 제거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아도 이 MR제거 검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러나 보아는 역시 달랐다. 뮤직뱅크 컴백무대가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아 누리집에 올라온 보아 MR 제거 영상을 대한 반응은 ‘보아에게는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보아는 아이돌 그룹 출신도 아니고, 비주얼을 강조해 벼락스타가 된 것이 아니다. 보아가 데뷔 10년차 가수인 것을 생각한다면 새삼 이제 와서 가창력을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예의 없는 것이다.

보아는 역시 보아

뮤직뱅크는 차트의 위력이 가장 막강해 가수들이 결코 등한시 할 수 없지만 영상과 음향적인 만족도는 3사 중 가장 떨어진다. 그런 측면에서 뮤직뱅크는 가수들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어쨌거나 보아는 뮤직뱅크를 첫 컴백무대로 선택했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선택하는 엠카운트다운은 SM엔터테인먼트가 눈길도 주지 않기 때문에 보아의 모습은 공중파에서만 볼 수 있다.

보아의 뮤직뱅크에 관심은 다른 누구보다 높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컴백 무대를 갖기 전에 발표되는 뮤직비디오를 어떤 사정인지 아직 선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선공개곡인 게임과 달리 타이틀곡 허리케인 비너스는 그래서 뮤직뱅크가 최초의 영상물이 되었다. 그래서 더 낯설거나 더 새롭거나 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보아는 역시 보아였다는 것이다.

물론 보아를 기억하게 하는 종전의 히트곡들 NO1, MY NAME 등의 느낌은 아니지만 데뷔 10년의 여유와 카리스마는 보아가 선 자리라면 숨길 수도, 가릴 수도 없는 아우라였다. 보아의 컴백은 많은 걸 그룹의 롤 모델다운 전설의 건재함을 확인시켜주었다. 보아는 역시 보아였다. 보아라는 말 외에 보아를 설명해줄 더 적절한 말은 없다. 그것이 보아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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