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TV조선 시사 프로그램 '이것이 정치다'가 북미정상회담 관련 내용을 전하며 그 중 절반을 ▲북한 숙청·쿠데타·암살 가능성 ▲싱가포르 체류비 ▲정상회담 식사 메뉴 ▲김정은 닮은꼴 등 '가십'으로 채웠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관련 모니터링을 진행한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특히 북한 내부 숙청과 쿠데타, 김정은 암살 가능성을 암시한 사례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3일 발표한 종합편성채널 모니터 리포트에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북미정상회담 관련 방송을 분석했다. 민언련 조사에 따르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북미정상회담이 공식화된 지난 6월 2일부터 6월 11일까지 총 방영시간의 약 40%(215분)를 관련 이슈를 전하는데 할애했다. 민언련은 이 중 105분(40%)가 ▲북한 숙청·쿠데타·암살 가능성 ▲싱가포르 체류비 ▲정상회담 식사 메뉴 ▲경호 및 의전 ▲데니스 로드먼 방문 가능성 ▲김정은 닮은꼴 ▲북미회담 기념 메뉴 열풍 등 '가십'으로 채워졌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이 특히 문제적이라고 판단한 방송 내용은 숙청, 쿠데타, 김정은 암살 가능성을 암시한 사례들이다.

6월 4일 방송에서 김미선 TV조선 기자는 "리명수 총참모장이 참 걱정이 된다. 한 달 10일 전 꾸벅꾸벅 조는 모습이 포착됐고, 노동당의 조현준 검열위원장이 유심히 지켜보는 모습이 공개가 됐다"며 "저희가 저걸 방송을 하면 리명수가 그래도 숙청을 안 당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열심히 방송했는데, 한 달 10일 만에 숙청이 됐는지 어쨌든 사라졌다. 그렇다면 이것은 북한이 요즘 보여주고자 하는 정상 국가 모습과는 조금 다른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6월 4일 방송화면 캡쳐

이에 고성국 TV조선 객원해설위원은 '김정은 암살'가능성을 암시했다. 고 위원은 "독재자가 외국에 나갔을 때, 쿠데타가 됐건 정변이 됐건 해서 정권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며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이 모두 그렇다. 탈북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수많은 암살 시도가 계속된다고 한다. 확인할 수 없지만, 탈북자들이 소설처럼 지어낼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고 위원은 "졸아서 정리가 됐다면 그러겠는데, 안 졸아서 없어지는 경우에는 뭔가 심각한 여러 상황들을 상정하고 봐야 된다"고 '리명수 숙청'을 예단했다. 김미선 기자는 같은 날 방송에서 자신의 '숙청' 주장과 '쿠데타' 가능성을 연결짓기도 했다. 김 기자는 "김정은 위원이 지금 싱가포르로 여행을 떠나게 되잖나. 그러면 비웠을 때 쿠데타를 일으킬 만한 증거가 포착된 사람들을 숙청해 버린 건 아닐까"라고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6월 11일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김정은 위원장 배웅 영상'에서 리명수 총참모장은 차수 계급장을 달고 등장했다. 차수 계급은 북한군 최고 계급이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김정은 암살' 가능성 암시는 다음날에도 지속됐다. 5일 방송에서 김미선 기자는 "외교 전문가에 따르면 VIP가 탄 항공기는 공중에서 의전을 받게 된다. 에스코트 또는 전투기 의전을 받게 된다"며 "에스코트 하는 지역의 전투기가 VIP가 탄 항공기를 격추시키는 최악의 상황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에 중국에 들르는 것은 좀 피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7일 방송에서도 '김정은 암살' 가능성 암시는 반복됐다. 김미선 기자는 싱가포르 센토사 섬 케이블카 영상을 보며 "둘 만의 미팅 장소로 들어갈 수 있는 케이블카가 운영되고 있는 장면이다. 저기 스나이퍼가 탄다면 총으로 저격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물었다. 이상목 기자는 "싱가포르는 위치가 말레이시아 끝에 있는 섬나라지 않나. 말레이시아는 김정남이 암살된 곳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가)붙어 있다"고 말했다.

'이것이 정치다'는 아니지만 TV조선은 지방선거 개표방송 '결정 2018'에서도 '김정은 암살'을 언급했다. 김미선 기자는 6월 13일 개표방송 도중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 차량 '비스트'를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줬던 장면에 대해 "트럼프가 '당신 타봐'라고 했는데 탔을 때 폭탄이 터질 거를 우려했는지 (김정은 위원장은)결코 타지 않았다"며 "왜 안 타죠. 타보면 되는데, 무섭나요"라고 비꼬았다.

이에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이 "그 안에 독이라도 묻었을지"라고 답하자 김 기자는 "문 닫았을 때 터져버릴 거를 생각했을까"라고 물었고, 다시 신 센터장은 "설마 터트리기야 하겠습니다만, 독이라도 묻혀서 며칠 후에 자기가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민언련은 이와 같은 TV조선 방송에 대해 "북미회담이 전 세계적 대형 이슈였기 때문에 수많은 화제성 보도가 나올 수도 있으며 실제로 그랬다. 그러나 '트럼프 햄버거'와 같은 가십성 이슈로 '북미회담 관련 방송'의 절반을 채우면 안 된다"며 "심지어 '김정은 암살'을 거론한 방송이 대부분이라면 그 방송국은 스스로의 방향성을 진지하게 성찰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TV조선에게 과연 그러한 성찰의 의지가 있는지는 의문"이라며 "TV조선은 여전히 그런 방송을 하기 때문이다. 이런 보도는 시민들의 눈을 흐리고 남북관계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