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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합민주신당의 고질병, 또 시작되나[최성진의 정치현장] 시사주간지 '한겨레21' 기자
최성진 한겨레21 기자 | 승인 2008.01.01 16:46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나선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대선에서 530여만 표 차로 진 이유를 찾아보면, 대략 100가지 정도의 패인을 찾을 수 있다고, 얼마전 <한겨레21>에 썼다.

지면에서는 100가지 패인을 일일이 나열하지 못했는데, 사실 그 가운데 하나가 '당 출신 몸값 떨어뜨리기'였다. 이는 대통합민주신당뿐만 아니라 전신인 열린우리당 시절부터 고질병이었다.

마지막까지 잡히지도 않을 ‘닭’만 쫓았던 통합신당

지난 대선에서도 대통합민주신당(혹은 열린우리당)에서는 끊임없이 외부인사 영입 타령이 흘러나왔다. 결과적으로 영입에 성공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도 그랬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한때 진지하게 대선 참여를 고민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는 올초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하며 퇴장해버렸고, 문국현 창조한국당 공동대표는 대선출마를 선언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끝까지 '딴 살림'을 고집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입장에서는 문 대표의 출마로 이득을 얻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

   
  ▲ 한겨레 2008년 1월1일자 9면.  
 
간단히 말하면, 신당은 끝까지 '닭쫓던' 신세에 불과했다. 당 출신 후보의 경쟁력을 키우거나 선거이슈를 개발해야 할 시간을, 잡히지도 않을 닭 쫓으러 다니다 허비한 셈이다. 이는 당 출신 후보의 몸값만 더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신당의 고질병은 대선에서 530여만 표 차 대패를 겪고도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신당 일각에서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당을 이끌어줄 사람으로 또다시 외부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호명되는 이름도 어쩌면 그렇게 늘 똑같은지 모르겠다.

정운찬, 박원순, 백낙청. 사실 신당이 각종 선거 때만 되면 이들의 이름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하도 거론해댄 통에, 이제는 '신선함'도 상당히 떨어졌다. 과장 좀 섞어서 표현하면, 이미 5선 국회의원 정도는 충분히 지낸 듯한 느낌이다.

정운찬 전 총장, 박원순 상임이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신당으로 선뜻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 거의 없다. 신당 내부에도 그렇다. 이미 수 차례 신당 합류를 거절해온 분들이고, 정치에 뜻이 없다는 이야기도 귀에 못이 박히도록 해온 분들이다.

설령 정 전 총장 등이 신당 대표 자리를 맡는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단박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대선 패배의 원인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반성은 물론, 쇄신 방향과 로드맵에 대한 신당 내부의 합의조차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새 인물' 한 명 모셔온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지 궁금하다. 예컨대 박원순 상임이사나 백낙청 교수가 신당의 반성과 쇄신,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인물일까.

대선 패배 이후에도 전혀 ‘정신 못차리는’ 통합신당

아주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새 대표로 상징되는 인적 쇄신의 방향은 모두 대선 결과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평가에서 비롯된다.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면 파격적으로 젊은 대표를 찾아야 할 시점이다. 계파간 갈등과 반목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원만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념적으로 중도를 강화해야 한다든지, 좀더 선명한 개혁세력으로 가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진다면 그런 이미지에 부합하는 후보를 찾으면 된다. 이명박 당선자처럼 이른바 '경제 지도자'형 리더가 대세라면 CEO형 지도자를 찾아야 한다.

정운찬, 박원순, 백낙청. 모두 사회적 신망이 두터운 분들이지만 이 분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에서, 왜 신당의 대표로 거론돼야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또 '때'가 됐으니, 본인들 의사와는 무관하게, 평소 하던대로, 그냥 그렇게 거론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와 관련, 최근 만난 신당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개탄했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530여만 표 차라는 '엄청난' 차이로 졌으면 '엄청난' 쇄신을 해야 하는데, 쇄신을 하자면서 늘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동력이 없다, 인물이 없다' 그런 논리인데, 인물은 키우면 되는 것이고 동력은 만들면 되는 것이다. 찾아보면 우리 안에도 좋은 사람들은 많다. 초선이면 어떻고 재선이면 어떤가. 경험이 다소 부족하면 옆에서 조금씩 도와주면 되는데…."

   

최성진은 현재 한겨레21 정치팀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때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방송작가 생활을 경험 했다.

최성진 한겨레21 기자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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