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어제 경기 종료 후 오늘 선발 투수가 예고되었을 때, 의문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 선발이었고, 그제 1이닝 17개를 던진 박현준을 예고한 것입니다. 지난 주 금요일 선발이었던 강철민이 원래 오늘 등판해야 하지만, 경기 중 손가락 물집으로 강판된 뒤 오늘 등판할 수 없었던 것이 이유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애당초 오늘 선발로 등판이 예정된 박현준을 화요일 경기에서 등판시키지 말았어야 옳습니다. 아무리 불펜 투구를 대신한다고 하지만, 실전에서의 등판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박현준은 좌타자 최희섭에 맞춰 등판하는 납득할 수 없는 기용 끝에 홈런을 허용해 찜찜한 기분으로 마운드를 내려갔습니다. 오늘 박현준이 경기 초반 호투를 한다 해도 경기 중반이 넘어가면서 구위가 떨어져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할 것이 명약관화했습니다.

1회말 1사 1, 2루의 위기를 맞은 박현준은 최희섭을 병살 처리하며 간신히 위기를 넘겼지만 2회말 2개의 실책이 겹쳐 3실점하며 무너졌습니다. 오지환과 이진영의 실책은 쉬운 타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초보적인 실책이었습니다. 그에 앞서 2회초 1사 1, 3루의 선취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직후였기에 더욱 부담스런 실점이었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0:5로 밀리던 흐름을 종반 대역전극으로 뒤집었고, 2회초 상대의 실책과 다를 바 없는 야수 선택과 폭투, 몸에 맞는 공으로 기회를 얻었기에, 선취 득점할 경우 충분히 2연승을 노려볼 만 했습니다. 기아 선발 콜론의 투구수가 항상 90개 안쪽으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어제 두들긴 기아 계투진을 빨리 끌어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박현준은 박종훈 감독의 로테이션을 무시한 선발 기용과 야수들의 실책에 무너졌습니다. 가능성 있는 젊은 투수가 마음껏 자신의 실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기는커녕 감독과 동료들에게 발목을 잡힌 것입니다.

이진영이 굳이 1루수로 기용되었어야 하는지도 의문입니다. 초보적인 실책을 저지른 이진영에게 잘못이 있지만, 이진영이 전문 1루수가 아니며 종아리 부상 중이니 지명타자로 돌리고, 이택근을 1루수, 박용택을 좌익수로 기용하는 편이 나았습니다. 박병호가 두통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최동수도 트레이드되었으니 현재 1군에는 전문 1루수가 없는 셈입니다. 1루수 수비가 부담이 덜하다고는 하지만, 이병규와 박용택이 1루수로 나서지 못하는 것을 보면 결코 만만한 포지션이 아님이 분명한데, 전문 1루수가 1군에 없다는 것은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오늘도 4회말 무사 2, 3루에서 이용규의 타구가 교체된 1루수 이택근의 옆을 스쳐 지나며 우익수 쪽으로 빠져갔는데, 전문 1루수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 알 수 없습니다.

4회말 5:0으로 벌어진 가운데, 무사 1, 3루에서 등판한 오상민이 두 타자를 뜬공으로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막는 듯했지만, 최희섭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승부가 완전히 갈렸습니다. 어차피 1점이라도 더 내주면 경기가 어려워진다는 면에서 최희섭을 거르는 편이 나았는데, 볼카운트 0-3에서 1-3가 된 후 승부에 욕심을 부리다 던진 실투가 승부를 갈랐습니다. 지난 화요일에도 조인성이 바깥쪽으로 빠져 앉았지만 김광수와 박동욱이 한복판으로 실투를 던지는 바람에 적시타를 얻어맞으며 대패했는데, 왜 LG 투수들은 유독 이처럼 실투가 잦은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대형은 오늘도 5타수 무안타로 물러나며 35타수 무안타라는 어처구니없는 기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대형을 위한 최선의 선택은 1군 엔트리에서 제외하여 2군에서 정비할 시간을 주는 배려를 하는 것입니다. 엔트리 제외가 어렵다면 이대형을 선발 출장시키지 않고 승패가 갈린 후 대타로 투입하는 것이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입니다. 이대형 대신 작은 이병규가 선발 출장했다면 오늘 경기 초반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없습니다. 1군뿐만 아니라 2군에도 외야 자원이 차고 넘치는데 왜 부진한 이대형의 선발 출장을 고집하는지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무더위와 땡볕에 구리에서 낮 경기를 치르는 다른 외야수들이,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계속 기용되는 이대형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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