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독식은 살풍경이다. 이 권위의 패권은 다양한 소수를 옥죄고, 새로운 실험을 용납하지 않는다. 정치 논리에나 적합한 이 단어가 한 방송사의 연기대상 시상식을 함의하는 말이 됐다.

▲ 2007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배용준씨. ⓒMBC
지난 12월30일 밤 MBC '연기대상'은 '태왕사신기'가 독식했다. 그 행사의 패권은 배용준의 몫이었다. 방송사는 연기 대상 시상식 이전부터 그의 참여를 독려(?)했다. 지원군도 든든했다. '태왕'의 격에 어울리는 100만 대군 이상의 네티즌 파워가 배용준에게 집중됐다. 방송사 연기대상 네티즌 투표에 120만여 네티즌(정확하게는 iMBC ID)이 참여했다는 사실도 초유의 일이었다. 이 중 '대상'으로 배용준을 지목한 숫자가 90%를 넘었다고 한다. 절대적인 승자다. 그리고 이 시상식은 이런 거대 샘플링에 힘입은 바, 8개 부문상을 '태왕사신기'가 싹쓸이할 수 있게 했다. 대상·베스트커플상·남자 인기상·올해의 드라마상·여자 인기상·여자 신인상·공로상·사극부문 황금연기상 등.

혹자, 이런 분위기를 '황우석 신드롬' '디워 열풍'에 빗대며 혀를 끌끌 찬다. 패자 측에 선 사람은 '유구무언' 해야지만, 입을 닫고만 있기엔 분위기가 너무 경도된 모양새다. '120만'이란 참여 네티즌의 수가 너무 '무지막지' 하다 보니 그에 대해 구시렁거리는 소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각설하고, 배용준이 '대상'감은 맞다. 그러나 그 경쟁력 있는 감은, 다른 감과의 쟁패를 통했을 때 빛이 나는 법이다. 과정이 없이 결과에 승복하라는 모양새는 '태왕사신기'의 '말발' 군주인 '쥬신의 왕'을 빼다 박았다. 배용준은 공교롭게도 드라마에서나 시상식에서 투쟁없이 영광을 안았다.

또한 이번 시상식은 막판 뒤집기라는 반칙만이 인정된 측면이 있다. '하얀거탑' 등 화제 속에 방송된 연초 작품들은 시상식에서 푸대접을 받았다. 어떤 이유에선지 그 드라마의 주인공 김명민은 돌연 시상식에 불참했다. 앞서 언급했듯, 당초 불참 예정이던 배용준의 시상식 참여가 그들만의 밑그림을 그린 꼴이 됐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시상식 진행은 배용준에 대한 오마주 그 자체였다. '태왕사신기'에 보기좋게 패한 SBS '로비스트'의 주인공 송일국이 배용준의 대상 시상자로 나온 것은 물론, '이산'에 추월당한 SBS '왕과 나'의 전광렬이 '이산'의 이서진에게 시상하는 불편한 장면이 연출됐다. 물론 직전해에 '주몽' 출연자로 상을 타서 나선 시상자라지만, 아름다운 시상식에 아이러니한 광경을 만든 꼴이 됐다.

다른 상도 마찬가지였다. 중복 수상으로 상은 변별력을 잃었고, 권위는 둘로 셋으로 쪼개지고 갈라졌다. 그러다보니 시상식은 팬클럽 창단식을 방불케 했고, 배용준 역시 '가족'(배용준의 팬들을 지칭하는 말)에 대한 예의를 잊지 않았다. 데뷔 13년만에 수상한 '연기대상'에 대한 감사는 그 가족에게만 리미트 됐다. 이제 배용준은 '신드롬'과 '열풍'을 넘어 결국엔 '신화'로 진화 중이다. MBC가 신화 창조에 일등공신이다. 이래서 시상식이 아니라 팬클럽 창단식이요, 나아가 옹립식이다.

‘리포터’보다는 ‘포터’가 더 많아 보이는 세상, ‘날나리’라는 조사가 붙더라도 ‘리포트’하려고 노력하는 연예기자 강석봉입니다. 조국통일에 이바지 하지는 못하더라도, 거짓말 하는 일부 연예인의 못된 버릇은 끝까지 물고 늘어져 보렵니다. 한가지 변명 … 댓글 중 ‘기사를 발로 쓰냐’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 데, 저 기사 손으로 씁니다.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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