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습니다. 꽤 비중있는 축구 경기이기는 했지만 이런 경기를 TV로도 보지 않은 것도 아마 거의 처음이었을 것입니다. 그저 이 경기를 추진했던 K-리그 연맹이 한심하기만 했고, 단 3일동안 많은 일을 '저지르고' 간 바르셀로나가 섭섭하기만 했습니다. 그동안 각 구단별로 노력해 온 것들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됐을 정도로 올해 K-리그 올스타전은 전혀 유쾌하지도, 재미있지도 않게 끝을 맺으면서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경기를 끝내자마자 '야반도주'하듯이 한국을 떠났고, 대단히 씁쓸한 뒷맛을 남기며 이번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쳤습니다.

이번 올스타전은 한 마디로 '대실패', '흥행 참패' 등 온갖 부정적인 단어를 다 갖다붙여도 모자를 경기였습니다. 어떤 명분이 있는 뚜렷한 목적도 없이 그저 유명 팀을 불러 관심 끌기용이었던 것 외에는 팬들과 선수가 하나 된 올스타전이라는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티켓은 터무니없이 비싸기만 했고, 그나마 구매한 티켓 역시 잇따른 구설수와 낮아진 권위 때문에 환불을 요청한 팬이 잇따르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한 마디로 '팬 없는 올스타전'이라는 이상한 경기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졌습니다. 가뜩이나 날도 더운데 참 짜증나는 경기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 K-리그 올스타전에서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가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자축하며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초청받은 유명 팀, 바르셀로나는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를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기이한 행보로 수많은 안티팬들을 양산했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졸립다'는 이유로 성의없는 자세를 보였는가 하면 팬들과의 만남 또한 잇따라 취소하는 등 최소한의 예의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3일동안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습니다. 특히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물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선수 구성 문제로 기존에 했던 약속들을 무참히 깼고 그나마 한국에 들어온 메시, 즐라탄, 아우베스 등 스타급 선수들도 많은 시간을 뛰지 않으면서 아쉬움을 샀습니다. 경기 하루 전에는 메시를 데려오고도 아예 내보내지 않겠다는 감독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이번 경기 자체를 들었다놨다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총체적인 악재들이 한꺼번에 터지면서 올스타전은 축제의 장이 아닌 씁쓸한 분위기를 연출해내며 '재미없는 경기'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경기장에 울러 퍼져야 할 함성 소리는 들리지 않았고, 자리는 절반 이상이 비었습니다. 선수들이 골을 넣었을 때도 유쾌한 골 뒷풀이는 찾아볼 수 없었고, 대단히 어색한 분위기에서 경기가 치러지며 그나마 기대했던 팬들조차도 실망하게 했습니다. 결국 연맹이 뒤늦게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다 끝나고 나서 이제서야 발표했느냐고 생각할 만큼 전혀 가슴에 와 닿지도 않았습니다.

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있었던 이번 K-리그 올스타전과 관련한 문제점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팬을 생각하는 행위'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기존 리그 경기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선수들이 자신을 응원한 팬들과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됐던 올스타전은 언제나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훈훈한 장면들을 연출하면서 한여름 밤을 시원하게 만드는 장이 됐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팬과 하나되는 올스타전이라기보다 1980-90년대 발상의 국가대항전을, 그것도 '팬이 원한다는 이유'를 들면서 올스타전에도 '경쟁'의 논리를 집어넣는 성격을 보였습니다. 기존 경기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올스타전에서 보다 재미있게 보여줄 수도 있었겠지만 경기 자체가 '상대를 이겨야 하는 성격'이 강하다보니 팬들 입장에서는 색다른 볼거리를 놓치는 셈이 됐고, 결과적으로 만족감을 얻지 못하는 올스타전이 되고야 말았습니다.

K-리그가 발전하려면 팬들을 더 끌어 모아야 한다고 많이들 말합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리그를, 그것도 아시아 대륙 최고 리그를 자부하면서 운영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많은 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기회를 전혀 살리지 못하며 망신을 샀습니다. 그저 경기를 뛰는 선수, 감독들이 더 애처롭게 보일 정도가 됐습니다. 내년 올스타전이 이번처럼 졸속으로, 흥행 참패로 이어지지 않게끔 지금부터라도 K-리그는 사고 방식을 달리 해서 준비를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올스타전 뿐 아니라 리그 전체를 운영하면서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각 구단들이 경기장 주변에 풀장도 만들고 다양한 공연도 펼치고 하는 독특한 마케팅을 연맹이 보고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쨌든 팬과 함께 손잡고 운동장을 뛰어다니고 경기장 주변에서 팬사인회도 하고 다채로운 행사를 벌이는 모습을 K-리그 올스타전에서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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