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주인공인 김탁구보다 구마준에게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구마준이라는 캐릭터가 참 매력적인 것 같은데요. 동시간대 SBS의 '나쁜 남자'에서 심건욱이 치명적이고 빨려들어가는듯 하면서도 완벽한 매력의 나쁜 남자로 열연하고 있지만, '제빵왕 김탁구'에서 구마준의 나쁜 남자 스타일은 자신의 속마음이 훤히 보이는 허술한 것이 참 매력인 것 같습니다.

일단 나쁜 남자라고 하면 공통적으로, 겉으로는 차가워 보이고 싸가지 없어 보이지만 속은 누구보다도 여리고 동정심 혹은 모성애를 자극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요. 구마준 역시 겉으로는 미워하는 척 싫어하는 척 저렇게 싸가지가 없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삐딱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속이 너무도 훤히 다 보이다 보니까 순간은 그의 말에 상처를 받고 오해할지 몰라도 왠지 미워할 수만은 없는 그런 캐릭터인 것 같습니다.

이제야 겨우 솔직해질 수 있었는데...

지난주 한바탕 소란 뒤에 구마준은 김탁구에게 겨우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 솔직해질 수 있었는데요. 구마준은 겉으로 김탁구를 미워하고 무지 싫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정말 미워서 보기도 싫다"가 아니라 "밉지만 이상하게도 싫지는 않다"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구마준이 김탁구를 그토록 미워하는 것은, 거성가의 후계자로서 우월의식을 가지고 있는 구마준이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 기대 등을 김탁구가 빼앗아 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요. 누구보다도 아버지께 인정받고 따뜻한 말 한마디 듣고 싶어 하는 구마준은, 어릴 적 자신에게는 그토록 자상하게 대해준 적이 없는 아버지가 김탁구에게는 유독 자상하게 대해주는 것을 보고 질투를 하면서 김탁구를 미워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어릴 때 함께 지내면서 김탁구 특유의 친화력으로 구마준도 어느새 김탁구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을 뺏겼다는 열등감과 피해의식 속에서 그런 마음을 굳게 닫아버리고 차갑게만 대하게 됩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팔봉빵집에서 같이 지내게 된 동료가 김탁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적대적으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구마준은 제빵 관련해서 유학도 다녀올 정도로 그 제빵 기술은 뛰어나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도 구마준은 김탁구로부터 어릴 적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에 대해 느낀 그 패배감과 피해의식을,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인 김탁구를 상대로 제빵 경합 참여까지 요구하고 이겨서 보상받으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겨도 치사하게 이기려고 하지는 않는데요. 신유경에게 홀려 있는 김탁구를 신유경과 서로 떼어내고, 경합을 위해서만 올인하고 노력할 수 있도록 2년 동안 그 둘을 만나지도 못하게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지난주 조폭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위해주는 김탁구에게 감동을 받고, 마음을 열게 되는데요. 분위기가 한창 좋을 때, 서인숙이 팔봉빵집으로 구마준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것을 김탁구에게 딱 걸리고 맙니다. 그렇게 결국 김탁구는 서태조가 구마준임을 알게 되는데요.

김탁구는 처음에는 놀라긴 했지만, 이내 평정심을 찾고 구마준과의 대화를 시도해 보게 됩니다. 하지만 구마준은 자신에게 뭘 기대하고 있었냐며 싸가지 없게 독설을 내뱉는데요. 그렇게 자신이 서태조라고 거짓말 하고 속인 것이 왠지 큰 죄를 지은 것 마냥 얼굴이 화끈거리면서, 김탁구에게도 속마음과는 다른 말들을 해버리게 됩니다.

서태조는 되고 구마준은 안 되는 거냐?

뻑뻑했던 보리밥빵을 부드럽게 만들게 된 김탁구는 기쁜 마음에 구마준을 불러 한번 먹어보라고 하는데요. 구마준은 첨에 그렇게 볼품없는 빵을 만드는 김탁구를 보며 한심하기만 했지만, 실제로 김탁구가 만든 빵을 먹어보고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하지만 구마준은 그것을 숨긴 채 이제야 좀 빵 같아졌다며, 은근슬쩍 뭘 쓴 건지 물어보는데요. 보통 웬만하면 자신의 방법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데, 김탁구는 구마준이 물어보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줘 버립니다.

경쟁 상대인 자신에게 경합 전 자신이 만든 빵을 먹어보라고 하질 않나, 게다가 빵을 부드럽게 만드는 노하우까지 알려주질 않나, 구마준은 김탁구의 그런 모습을 이해할 수 없는데요. 그래서 왜 자신에게 그것을 먹어보라고 하고 그 비법을 알려주느냐고 물어보게 됩니다.

하지만 김탁구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은 더 기가 차는데요. 경쟁 상대이기 이전에 서로 도움을 주는 친구라는 말에, 구마준은 황당하기만 합니다. 사실 구마준 역시 김탁구와 친구로서 지내고 싶은데요. 그렇지만 자신이 누군지 밝혀져 버리게 됨으로서, 김탁구와의 관계도 이젠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에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김탁구는 그것을 신경쓰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친구라는 말을 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결국 구마준은 장난치냐며 어떻게 자신이 누군지 알면서도 그럴 수 있냐고 물어보는데요. 김탁구는 팔봉빵집에서는 경합 전까지 함께 자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싸우고 수업 받던 친구 서태조로 대하겠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구마준은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씁쓸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왜냐하면 김탁구는 자신이 구마준임을 알고 있지만 구마준으로서가 아닌 서태조로 대하겠다는 것은, 자신이 서태조의 이름을 사용할 때만 친구일 수 있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섭섭했던 구마준은 김탁구에게 서태조는 친구할 수 있으면서 구마준은 친구할 수 없는 거냐고 물어보는데요. 정말 솔직한 구마준입니다. 그렇게 싫어하는 척 하지만 결국 구마준은 김탁구와 친해지고 싶었던 것인데요. 하지만 끝내 그것에 대해서는 대답을 하지 않고 자신을 서태조라고 부르며 그냥 들어가버리는 김탁구를 보면서, 참 안타깝고 자신이 구마준이라는 것을 들켜버린 것이 한스럽기도 합니다.

왜 다들 김탁구만 좋아하는 거야

드디어 경합이 시작되고, 각자가 만든 빵을 팔봉 선생은 맛을 보고 심사를 하게 되는데요. 양미순은 통과를 하고 고재복은 탈락하게 됩니다. 그리고 팔봉선생은 구마준에 대해서는 상급의 기술이라며 창의성도 있고 맛도 좋아 나무랄 데 없는 솜씨라며 극찬을 하는데요.

하지만 팔봉선생은 맛이나 외형은 괜찮은데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기운이 느껴진다고, 차가운 기운은 먹는 사람에게 포만감을 주기 힘들다며 통과를 시킬 지 탈락을 시킬 지 고민을 하게 됩니다. 일단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겠다고 하면서 다음번에도 찬 기운이 느껴지면 탈락될 것이라고 경고하는데요. 도무지 그 찬기운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는 구마준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이어 팔봉선생은 김탁구의 볼품없고 못 생긴 빵에 대해 심사평을 이야기 하는데요. 모양새도 그렇고 기술적으로 그렇고 가장 뒤쳐지고 재료에 대한 계산도 부족하지만, 여기있는 빵 중에서 가장 좋은 향이 난다고 칭찬을 해주게 됩니다. 그리고 재료의 선택 역시 배고플 때 사람들이 굶주린 배를 잡고 보릿고개에서 먹던 보리와 옥수수라는 것 역시 좋았다고 하는데요. 보리와 옥수수의 거친 맛을 부드럽게 잘 표현했다고 통과하게 됩니다.

유독 구마준에게는 냉정하고 김탁구에게는 칭찬을 해주는 팔봉선생인데요. 구마준은 자존심이 상해 견딜 수가 없습니다. 또 아버지도 그렇고 팔봉선생까지 모두가 김탁구만 싸고도는 것 같아서, 구마준은 서럽기만 한데요. 결국 홧김에 자신이 만든 빵은 쓰레기통에 버려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사실 팔봉선생은 구마준은 이미 최고의 경지에 다달아 있고 뛰어나기 때문에, 상급에서 장인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그 누구보다도 깐깐하게 평가를 해서 그 미묘한 차이를 지적해주고 있는 것인데요. 그런 팔봉선생의 깊은 뜻을 알지 못하는 구마준은 김탁구만 이뻐하는 팔봉선생을 원망하게 됩니다.

신유경은 결국 나쁜 남자 구마준에게 넘어갈까?

사실 구마준은 경합에서 김탁구와 제대로 붙어보기 위해 신유경과 김탁구를 갈라놓은 것만은 아닌데요. 신유경을 좋아하고 있는 구마준의 질투심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자신에게서 아버지의 사랑을 뺏어간 김탁구에게 신유경을 뺏어 보겠다고 시작하긴 했지만, 어느새 신유경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었는데요.

경합이 끝나고 집에 간 구마준은 신유경이 집에 와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것은 어머니 서인숙이 신유경에게 구마준은 너가 넘볼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골탕 먹이려 한다는 것을 눈치채게 됩니다. 괜히 나섰다가 신유경이 곤란해질 것 같아서 참고 있다가, 식사를 하고 잡담을 나누며 몇 시간째 계속되자 결국 폭발하고 마는데요.

손님이 있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며 신유경에게 배알도 없냐며 왜 참고 있냐고 그냥 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 성깔 하는 신유경은 물러서지 않는데요. 어디 끝까지 가보자는 것처럼 자신은 서인숙이 불러서 왔으니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합니다. 그런 신유경이 안쓰럽고 미안해 견딜 수가 없는 구마준은 결국 신유경을 강제로 데리고 집을 나가버리는데요. 예고를 보니 구마준은 신유경을 끌어안고 눈물 흘리며 "널 이렇게 끌어들 그 사람들 절대 용서하지 말자. 우리"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신유경도 그렇게 조금씩 구마준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신유경 역시 서인숙에 대한 반발심으로 구마준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이용하려고 한 것이 없지는 않은데요. 처음에는 자신과 김탁구 사이를 갈라놓은 구마준이 그렇게 싫었지만, 힘없는 자의 설움을 겪을 때 구마준이 챙겨줌으로서 이대로 구마준을 꼬셔서 힘을 가져볼까 고민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신유경도 구마준도 시작은 서로를 이용하려던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새 슬픔을 공유하는 사이가 되어버린듯 한데요. 신유경은 구마준과 그렇게 자꾸 엮이게 되면서 김탁구는 추억을 떠올리며 감성에 젖어들듯 머리로 좋아하고, 구마준은 조금씩 나쁜 남자의 매력에 빠져 마음으로 좋아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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