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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빛법' 제정 추진한다 "Join! Drama Safe!"[인터뷰] 제작발표회 1인 시위 나선 탁종렬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소장
송창한 기자 | 승인 2018.07.03 08:30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하루에 20시간이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2~3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 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 떠밀고..." - 고 이한빛 PD 유서 내용 중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로 고강도 노동, 언어폭력, 업무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이한빛 PD,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일년 반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고 이한빛 PD는 유서에서 대부분이 하청 노동자인 방송 스태프들에게 과도한 업무를 부과해야 했던 관리자로서의 자괴감을 토로했다. 그러나 최근 SBS '시크릿마더', MBC '검법남녀'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최근까지도 방송 스태프들의 초장시간 노동은 지속되고 있다. 

고 이한빛 PD를 유지를 이어 방송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의 탁종렬 소장은 지난달 21일 MBC '비밀과 거짓말', 26일 tvN '미스터 선샤인'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제작 환경 개선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해당 시위는 한빛센터가 진행중인 '조인! 드라마 세이프! (Join! Drama Safe!)' 캠페인의 일환이다. 드라마 제작환경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감독, 작가, 주연배우들이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 개선에 앞장서 달라는 외침이다.

지난달 28일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한빛센터에서 탁종렬 소장을 만났다.

탁종렬 한빛센터 소장은 방송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방송사와 제작사는 물론 PD, 작가, 주연배우, 정부 부처 등 관련 모든 주체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스)

Q.  'Join! Drama Safe!' 캠페인에 대해 소개해 달라. 방송 스태프의 노동환경 개선 문제는 방송사·제작사의 정책 개선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인데 현장의 PD, 작가, 주연배우들에게 캠페인 동참을 호소한 이유는 무엇인가

"뉴질랜드에 'Screen Safe'라는 운동이 있었다고 한다. 그 운동을 통해 뉴질랜드에서는 영화·드라마 등 영상산업 제작환경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정됐고, 그 결과 산업의 발전도 많이 이뤄졌다고 한다. 여기에서 이름을 땄다.

한빛센터는 이한빛 PD의 죽음으로부터 드라마 제작 스태프의 처우 개선을 목표로 출발했다. 부분적인 개선들은 방송사가 나서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주 2회 정기휴식, 하루 7~8시간의 수면·휴식시간 보장 등은 방송사의 노력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상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되려면 방송사나 제작사만의 역할로는 어렵다. 제작에 관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때문에 인권이 있는 제작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모든 사람들의 역할을 촉구하는 'Drama Safe' 같은 오랜 기간 동안의 캠페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중 제작 스케줄을 조정하는 감독의 권한이 가장 쎄다. 감독이 얼마만큼 인권의식을 갖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최근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의 안판석 감독의 사례에서 실제로 드러나기도 했다. 작가와 주연배우들의 사회적 책임도 크다. 모 방송사의 경우 평균 제작비의 70%가 작가와 주연배우에게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세 주체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계기는 SBS '시크릿마더' 사례였다. 스태프들이 초장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제보를 받고 SBS에 개선을 촉구했다. SBS는 개선조치를 약속했고 실제로 개선 효과가 있다는 스태프들의 연락을 받았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다시 악화됐다. 악화된 원인을 보니 '쪽대본', 편집이 늦어져서, 감독 사정 등의 이유였다. 또 감독이 스태프들의 인권을 무시하는 행동들을 많이 했다고 제보를 받았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을 드러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만약 SBS가 공문으로 주5일 촬영, 8시간 수면보장이라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제작 현장을 찾아가 감독 교체를 촉구했을 것이다. 이후 어떤 드라마의 감독이든 인권을 무시하는 감독들의 행태가 구체적인 증거로 입수되면 그게 누구라도 감독 퇴출 싸움에 나설 것이다."

Q. 1인 시위는 'Join! Drama Safe!'의 일환인데, 향후 캠페인의 구체적인 방향은 무엇인가

"한빛센터는 오는 10월 고 이한빛 PD추모제 이전까지는 이 활동에 집중할 생각이다. 제작발표회 1인 시위는 7월까지 이어나갈 것이고 그 이후에는 제작 현장에 찾아갈 계획을 갖고 있다. 제작 현장에는 감독, 작가, 배우, 스태프들이 있다. 그 현장에서 'Drama Safe'에 대해 얘기할 것이다. 

9월부터는 국정감사가 열리고, 고 이한빛 PD의 추모제도 10월이기 때문에 'Drama Safe'의 실질적인 내용을 담아 제도개선을 촉구할 것이다. 드라마 제작환경의 변화와 과제를 주로 토론회를 추진하고, '이한빛법' 제정 운동을 하려고 한다.  

일례로 '건설'과 '영화'의 경우 특별법 제정을 들 수 있다. 영화계는 최고은 작가의 죽음으로 관련 특별법들이 만들어지는데 노-사-정 대화 협의를 규정, 각 주체의 역할들을 규정했다. 건설의 경우 오랫동안 이어져 왔던 다단계 하청으로 인한 노동자들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산업 안전에 관한 특례법이 만들어졌다. '방송'도 마찬가지다. 하나의 법으로 해소되기는 어렵다. 근로기준법 적용도 중요하지만 근로기준법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범위도 많다. 종합적인 방송 산업의 인권을 담을 수 있는 '이한빛법'을 추진할 것이다. 

12월이면 정부 5개 부처가 개선조치를 발표한 지 1년이 된다. 정부가 발표한 개선조치에 대한 평가를 기초로 전체적으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려고 한다. 거기에는 방송사·외주제작사의 역할, 특히 문체부와 방통위 등 정부의 역할이 들어갈 것이다. 방송 산업과 관련한 정부 부처를 살펴보면 방통위, 과기정통부, 문체부 등 규제·진흥 역할이 나뉘어져 있다. 이런 부분들을 기존과 달리 해야 한다는 내용도 '이한빛법'에 포함될 것이다."

Q. 21일 MBC '비밀과 거짓말' 제작발표회에서 'Join! Drama Safe!' 캠페인을 처음 시작했는데 MBC는 이를 거부했다

"제작발표회 현장 1인 시위는 방송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려고 일부러 간 측면이 있다. 그래야 PD들도 더 긴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사전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MBC를 찾아갔다. '검법남녀' 장시간 촬영과 관련해 MBC와 얘기하는 과정에서 캠페인에 대한 설명도 했었다. 안내데스크에 신분을 밝히고 취지를 설명한 뒤 MBC와 캠페인 장소 등을 협의해 1인 시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다른 직원이 와서 "업무방해"라며 "남의 잔치집에 와서 이게 무슨 짓이냐. 경비원 부르고 파출소에 신고해라"고 말했다. 경비원 10명 정도가 팔을 꺾었고, 결국 끌려 나갔다.

기습적으로 하지 않았고 사전에 공개적으로 알렸던 상황이었지만, 당일 그리고 그 이후에 MBC로부터 간부진은 캠페인을 하는 것을 알고 협조하려 했는데 실무자들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였다는 해명을 들었다. 이후 제작발표회에서 이뤄지는 캠페인에 대해서도 MBC가 협조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하나의 해프닝이었다고 생각한다."

고 이한빛 PD를 유지를 이어 방송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설립된 한빛센터는 최근 '조인! 드라마 세이프! (Join! Drama Safe!)'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탁종렬 한빛센터 소장이 지난달 26일 열린 tvN'미스터선샤인' 제작발표회에서 방송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 감독, 작가, 주연배우들이 앞장서달라는 취지의 1인 시위를 하는 모습. (사진=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Q. tvN '나의 아저씨'의 경우 한빛센터와 협의해 결방을 결정하기도 했다

"tvN '나의 아저씨'는 한빛센터가 대책을 마련한 첫 사례이자 성과와 한계가 함께 존재하는 사례다. 성과라고 하면 어쨌든 CJ E&M에 문제제기를 했고 제작사와 직접 협상해 개선조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CJ E&M은 결방까지 고려해 스태프들의 휴식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tvN은 결방을 결정했다. 제작사에게 책임을 미루지 않고 편성권한이 있는 방송사가 결방 결정을 한 것이다. 

그러나 한계도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스태프들에게 동일한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촬영·조명·오디오 부문은 CJ E&M측 얘기에 따르면 촬영도중 인력 충원이 여의치 않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Q. '나의 아저씨'를 제작한 스튜디오 드래곤은 제작사이긴 하지만 CJ E&M의 자회사다. 또한 tvN은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로 편성에 있어 공영방송, 지상파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고 보여지는데

"오히려 공영방송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CJ E&M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다. 공영방송은 이윤 추구가 주 목적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이 강하다. 오히려 KBS·MBC가 앞장서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게 맞다. 

다만 문제를 방송사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조심스러운 부분들이 있다. 지난 10년 간 공영방송·외주제작 시장에 대해서 정부는 어떠한 사회적 책임도 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망가지는 것을 지켜봐왔다. 자유롭게 놔뒀다.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정부가 방치했던 시장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외주제작사에 대해서도 '3진 아웃제'든 '허가제'든 규제를 통해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KBS 구성작가협회를 보면 모 제작사가 이름만 바꿔가며 스태프들 급여 지급을 안 하고 있다는 사례가 나온다.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이유는 정부가 방치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정부 역할이 분명히 있다."

Q. 근로기준법 개정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방송사들은 계약직·파견직 채용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MBC의 경우 최근 제작부서 AD를 계약직·파견직으로 대규모 모집한다는 공고를 내기도 했는데

"현재 방송사는 어렵더라도 자사 인력구조에 대해 전면적인 조사를 해야할 필요가 있다. 정규직, 비정규직, 프리랜서, 파견 등 어떤 형태든 인력구조 전반에 대해 조사해 이를 바탕으로 인력 운용에 대한 원칙과 문제 해결을 위한 장단기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관행적으로 수월하니까, 비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 이런 방식으로 비정규직을 계속 양산하면 갈수록 해결할 수 없게 된다. '늪'이다. 한 번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단계적으로라도 정규직화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보통 2년 파견직이 끝나면 정규직 전환을 피하기 위해 계약직으로 계약한다. 그 기간 동안 업무 경험이 생기고, 이 사람들은 그게 자산이다. 이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정규직 전환 절차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늦출수록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이 어려울 것이다. 

MBC 계약직 아나운서 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전체 인력구조에 대한 단계적 대책이 없는 상태에서 '신규채용방식'이라는 즉흥적인 방법을 썼던 것이다. 처음부터 각 부문별로 인력충원 계획을 수립하고 신규채용과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를 결정했어야 한다. 그리고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 규모와 절차, 기준에 대해  충분하게 검토해서 추진해야 한다. 이번에 정규직 전환하지 못한 계약직에 대한 보호 방안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Q. 방송사 스태프들에게 가장 시급한 처우개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수면시간 보장이다. 사람이 죽지 않을 정도는 돼야 하지 않나. 근로시간 단축과 무관하게 주5일 근무-2일 휴식과 1일 8시간의 휴식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다. 방송사가 의지만 가지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무조건 해야 한다. 그리고 스태프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직접 근로계약을 맺어야 한다."

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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