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인 블로거 '디제'님은 프로야구 LG트윈스 팬임을 밝혀둡니다.

고작 3일밖에 쉬지 않고 선발 등판한 기아 서재응을 상대로 6이닝 동안 2안타 무득점으로 묶이고, 선발 더마트레가 3회말부터 무너지며 손가락 부상으로 강판되어 5:0으로 밀린 LG가 6연패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어제 패전 투수 김광삼의 호투로 역전승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LG의 타순과 기아의 불펜을 감안하면 5점차는 큰 것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기아는 7회말까지 병살타, 주루사, 도루자를 각각 2개 씩 기록하는 등 경기 내용이 좋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허약한 LG의 불펜이 추가 실점하여 6점차 이상으로 벌어질 경우, 연패에 시달리는 LG 타선이 역전을 도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최근 LG 타자들은 아무리 점수를 뽑아내도 투수들이 지켜내지 못하자 의욕이 떨어진 분위기였습니다. 어제 경기에서는 이택근의 홈런 외에는 타점이 없었습니다.)했는데, 김광삼이 경기 중반 3.1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시즌 초 제5선발에서 제2선발까지 치고 올라올 정도로 호투하던 김광삼이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난타당하며 1군에서 제외되었는데, 오늘 경기는 1군에 복귀한 이후 가장 좋은 투구 내용이었습니다. TV 중계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김광삼이 선발에 대해 정신적 부담을 안고 있다면 롱 릴리프로 전환하여 가능성을 엿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듯합니다.

▲ 김광삼(사진-LG트윈스)
조인성은 오늘도 홈런으로 팀을 구했습니다. 5:0으로 뒤진 7회초 선두 타자 박용택이 안타로 출루했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아 잔루로 이닝이 무득점 종료될 뻔한 상황에서 귀중한 2점 홈런을 터뜨렸습니다. 만일 2사 3루에서 조인성의 단타가 나와 5:1이 되어도 후속 타자가 타격감이 좋지 않은 정성훈이라는 점에서 추가 득점과 후속 이닝에서의 역전을 장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부진한 정성훈의 선발 출장을 고집하기보다 3루수로 박용근을 선발 출장시키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홈런이 꼭 필요한 순간에 조인성이 터뜨려 준 것입니다. 지난 시즌 LG의 4강행이 일찌감치 좌절되면서 페타지니가 온전히 한 시즌을 LG에서 뛴 타자들 가운데 최초인 100타점 달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졌는데, 올 시즌도 LG의 4강행이 물 건너간 가운데 현재 82타점의 조인성이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포수 100타점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할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 포인트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 수요일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이래 어제까지 4타수 3안타의 호타를 기록 하던 윤상균이 5:5로 맞선 8회초 2사 만루에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이적 후 첫 타점이 첫 결승타가 되었습니다. 그에 앞서 1사 1, 3루의 역전 기회에서 이병규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타점을 기록하지 못한 가운데 나온 귀중한 역전타였습니다. 윤상균의 뛰어난 타격 능력이 포수로 자리 잡는데 도리어 장애물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고교 시절 공격형 포수였던 이성열과 박병호가 LG 입단 이후 포수로서 정착하지 못하고 외야수와 1루수로 포지션을 바꾸었지만 팀에는 전혀 보탬이 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대타 요원으로 썩힐 것이 아니라 훈련과 적절한 기용을 통해 윤상균을 장래 LG의 주전 포수로 키울 수 있는 방안도 검토해야 합니다. 올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는 조인성이지만 나이가 만 35세로 당장 내년부터 기량이 급격히 하락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합니다.

선수 교체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7:5로 역전한 8회초 1사 1, 2루의 위기에서 이동현이 등판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마무리한 후, 9회초에도 타선이 터져 11:5로 점수를 벌렸다면, 이동현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1주일 동안 휴식을 취한 오카모토를 등판시키는 것이 적절했습니다. 이동현을 강판시키면 그 어떤 투수도 세이브를 챙길 수 없고, 8회말 위기를 막은 이동현이 세이브를 챙길 수 있도록 하는 배려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9회말까지 올라와 36개를 던지는 바람에 내일 등판이 어려워졌으며 만일 등판한다면 혹사로 인한 구위 저하에서 헤매는 정재복과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6점차에서 1이닝을 믿고 맡길만한 중간 투수가 없다는 점도 답답하지만, 그렇다고 3번의 수술과 장기간 재활을 거친 투수를 굳이 큰 점수차에서 다시 올릴 필요는 만무했습니다.

9회초 9:5로 벌리는 적시타를 기록한 이진영을 교체하지 않고 주루와 9회말 수비까지 소화시킨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지난 일요일 롯데전에서 자신의 타구에 종아리를 강타당하는 부상을 입었지만, 팀 사정상 출전하며 주루 플레이에서 뛰지 못해 걷다 시피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9회초에 적시타를 터뜨린 이후라면 대주자와 9회말 수비를 위해 박병호로 교체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어제 부진으로 인해 박병호가 박종훈 감독의 눈 밖에 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정작 필요한 순간에 박병호를 기용하지 않고 이진영을 아끼지 않았는지 이해불가입니다.

오늘 승리했지만 LG의 4강행을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대신 선수들의 기록과 성장에 초점을 맞춰 관전할 수밖에 없는데, 박용택과 이택근이 시즌을 마칠 때 3할로 마무리할 수 있는지 여부도 관심사입니다. 시즌 초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지만 박용택은 어느덧 2할 8푼 대까지, 이택근은 2할 5푼 대까지 올라왔습니다. 박용택의 3할 달성 가능성은 매우 높으며, 이택근이 3할에 올라서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3할은 선수 개인의 FA 계약이나 연봉 협상에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팀 내의 위치, 그리고 타 팀에 주는 위압감이라는 측면에서 다릅니다. 박용택은 작년 타격왕으로서, 이택근은 5년 연속 3할 타자로서의 자존심이 있습니다. 한 시즌의 부진으로 인해 선수 개인의 이름값이 떨어져 팀 타선의 중량감마저 하락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박용택과 이택근의 분발을 기대합니다.

야구 평론가. 블로그 http://tomino.egloos.com/를 운영하고 있다. MBC 청룡의 푸른 유니폼을 잊지 못하고 있으며 적시타와 진루타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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