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KBS 시청자위원회에 대한 선정위원회를 별도로 두고, 인선 과정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한 형태로 구성된다. KBS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에 따라 KBS 프로그램을 비평·견제하는 기구로 과거 뉴라이트·친박·전경련·KBS 사우회 관련 인사들로 구성돼 공정성 논란이 인 바 있다.

KBS 이사회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시청자위원회 운영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번 개정안에는 ▲KBS 시청자위원 선정위원회 구성 ▲시청자위원 임기 현행 1년, 2회까지 연임가능→임기 2년에 1회까지 연임가능▲시청자위원 추천 가능 단체 10개→12개로 확대 ▲지역 시청자위원회 근거조항 신설 ▲시청자위원 위촉 시 성별·연령별 균형 등 개혁적인 조항 개정이 적용됐다.

KBS 사옥 (KBS)

특히 별도의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KBS 시청자위원을 선발하는 방식은 과거와 큰 차이점을 보인다. 박재홍 KBS 시청자본부장은 "시청자 위원을 선발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한다"며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구성하기 위함"이라고 선정위원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KBS 프로그램을 비평·견제하는 시청자위원회는 '방송법 시행에 관한 방송통신위원회규칙' 24조에 따라 학부모, 소비자보호, 여성, 청소년, 변호사, 언론관련 시민·학술, 장애인 및 소외계층, 노동, 경제, 과학기술 분야의 단체들이 추천한 인사들 가운데 KBS 사장이 위촉하는 방식으로 구성돼왔다. 그러나 그동안 KBS시청자위원회는 보수시민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 뉴라이트, 친박인사, KBS사우회 등 편파적인 위원 구성으로 수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선정위원회 위원장은 정필모 KBS 부사장이 맡게 되며 방송본부장, 시청자본부장, 실무진 등으로 선정위원회가 구성된다. 정필모 부사장은 지난달 26일 한국언론정보학회 정기학술대회에서 시청자위원회 구성에 대해 "흔히 말하는 잘나가는 단체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생각이다. 10대의 참여도 고민하고 있다"고 개혁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양승동 KBS 사장도 사장후보자 시절부터 시청자위원회 정상화를 강조했었다.

'본사 시청자위원회 규정을 참고하되 지역 특성에 따라 운영한다'는 내용의 지역 시청자위원회에 대한 근거조항이 신설된 점도 눈에 띈다. 지역 시청자위원회는 위원 선임 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선임된 위원 대부분이 지역유지나 경영인들로 이뤄져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왔다.

이에 대해 장주영 이사는 "지역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지역국 운영을 위해 필요하다는 취지가 좋다"면서도 "그런데 실제 그렇게 운영되고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지역 유지들의 친목모임, 로비통로 등으로 변질되면 안될 것이다. 시청자위원회를 둔 방송국 취지에 맞게 내실있게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영일 이사 역시 "지역 시청자 위원 선정은 엉터리였다. 이번에 본사 규정에 준해 하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KBS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 회의 공개 규칙도 개정해 투명성을 높였다. KBS 이사회는 기존 회의 내용이 간략히 정리된 의사록만을 공개하던 방식에서 속기록 전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회의 방청과 관련해 이사장 승인 조건을 삭제하고, 신청마감시간도 회의 1일 전에서 2시간 전까지로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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