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민간기업 최초 정규직 전환 사례로 꼽히는 SK홈앤서비스가 출범 1년 만에 파업 사태를 맞았다. SK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만 됐을 뿐 달라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이 파업에 나선 배경에는 협력사 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SK홈앤서비스의 임금체계가 깔려 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과 '포인트제'로 대표되는 실적급의 비율이 5:5인 임금체계가 정규직인 지금에도 고스란히 적용돼 노동자들이 실적에 목매 초과근무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주최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이후 노동실태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전화·인터넷·IPTV 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7월 자사 협력업체 기사들을 자회사 'SK홈앤서비스'로 직접고용했다. 103개 협력업체 센터 중 현재까지 100곳이 '홈앤서비스'로 전환됐다. 그러나 해당 노동자들의 임금 처우는 개선되지 않았다. 기본급은 낮고 실적급이 높은 임금체계가 정규직 전환에도 유지됐기 때문이다.

26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는 추혜선 정의당 의원 주최로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자회사 전환 이후 노동실태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개선방안이 논의됐다.(미디어스)

정희태·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박사는 SK홈앤서비스 직원 66명의 임금 명세서를 분석해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 구성 비율, 즉 홈앤서비스의 임금체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고정급(기본급) 비율은 유일한 복리후생비인 식비를 포함해 54.3%, 초과노동수당 24.7%, 실적급 21.1%였다. 또한 초과노동 시 추가 할증이 실적을 통해 지급되는 구조로 밝혀졌다. SK홈앤서비스의 임금 산정은 '포인트제'로 평일 연장포인트와 주말포인트에 할증을 붙이는 방식이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추가노동에 따른 실적 추가로 전체 임금 절반을 채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김성희 교수는 이와 같은 임금체계가 '초과노동 상시화 노동체제'를 동반한다며 고정급 비중을 70~80%로 안정화 해 미래지향적인 임금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실적급에 초과노동을 얽혀놓고, 초과노동시간에 할증율 개념을 실적과 연계시키는 방식"이라며 "근무를 평일 야근이나 주말로 옮겨서 하는 것은 회사 입장에서도 누수 현상이 생기는 것이다. 기본급 체제로 가는 게 경영성과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희태 교수는 SK브로드밴드가 안정적인 재무성과를 내고 있고, 특히 홈앤서비스 설립 후 외주의 내주화에 대한 재무적 영향이 없다고 판단된다며 홈앤서비스 노조가 고용 보장, 임금 보장, 경력 개발 등의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현재 임금체계는 고정급 50%, 실적급과 초과급이 50%인 5:5 구조다. 이런 구조는 기사들이 특수고용노동자일 때 가지고 있던 임금체계"라며 "변동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월급제로 바꾸는 것이 정규직 전환이다. 고정급 80%, 변동급 20% 방향으로 가야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은 SK홈앤서비스가 기사들로부터 책정하는 실적의 종류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 정책위원은 가구 방문 수 등 단순 양적 수치를 실질적인 실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임금체계가 안정된 상태에서 서비스 품질 향상에 따른 실적 확인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는 지난 25일 서울 SK서린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9~30일 파업을 선언, 농성에 돌입했다. (미디어스)

김 정책위원은 "유료방송 노동자의 임금조건 개선은 실질적으로 이용자들의 편의, 미디어 리터러시 상승에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체 유료방송시장은 IPTV가 주도하는데 가입자 증가는 정체를 보이고 있지만 ARPU(가입자당 평균수익)는 높아지고 있다"며 "이것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매출 상승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입자 1인에 대한 매출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정책위원은 "문제는 개별 가입자들로부터 수익을 올리는 구조에도 불구하고 가입자를 대면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홈앤서비스 직원들의 노동 조건과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실적 위주의 초과 근무를 해야하는 구조는 가입자와 대면하여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보장하기 힘들 뿐 아니라 가입자들에게 충분한 서비스 교육과 현장 불만 접수를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들에 최봉길 SK홈앤서비스 경영지원실장은 "노동자와 고객의 균형적 서비스 공급체계를 만들어야 된다는 점이 와닿았다. 노조에서 제시한 임금체계 개선 방향성도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점진적 개선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8:2(기본급:실적급)는 저희의 목표이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서비스 특성상 고객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평일 야간과 주말 서비스양이 30%에 달한다.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동종업계가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700명의 임금체계를 하나로 맞추는 것도 현재상황에서는 어렵다. 동종업계 관계자들과 고객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에 홈앤서비스, LG, KT와 연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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