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같은 내용을 보도했지만 심의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25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으로 가자’ 발언을 보도한 TV조선에는 법정제재인 주의가, KBS는 행정지도 권고가 결정됐다. 영상편집의 의도성이 심의 결과를 갈랐다.

TV조선과 KBS는 4월 17일과 19일 각각 김정숙 여사의 ‘경인선으로 가자’ 발언을 보도했다. TV조선은 이 보도에서 광주 경선장 유세 현장 장면과 서울 고척 유세 현장 장면을 임의대로 편집해 보도했다. 광주 경선장에서 김경수 의원(현 경남도지사 당선인)이 김정숙 여사를 안내하는 장면과 고척 경선장에서 “경인선으로 가자”고 말한 장면을 한 개로 묶은 것이다. 마치 김경수 의원이 김정숙 여사를 경인선으로 이끄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8일 방송소위에서 의견진술에 참석한 이재홍 TV조선 사회부장은 “저 같으면 한 번 더 확인했을 텐데 어린 기자들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미디어스)

방통심의위는 해당 보도가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고 판단했다. 심영섭 위원은 “서로 다른 두 장면을 함께 쓰면서 동일한 장면처럼 한 것이 문제”라면서 “사건을 정치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주장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영상도 진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TV조선이 편집된 영상을 사용한 이유는)김경수 의원의 이름을 끌어오기 위한 것”이라며 “실수했다고 하고 끝이 날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 자유의 이면에는 진실을 시청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엄정한 과정을 밟아야 하는 측면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해당 안건은 법정제재인 주의 6명(강상현 위원장·허미숙 부위원장·박상수 위원·심영섭 위원·김재영 위원·이소영 위원)과 행정지도인 권고 2명(전광삼 상임위원·이상로 위원)으로 갈렸으나 다수결로 주의가 결정됐다.

같은 내용의 보도를 한 KBS는 행정지도인 권고가 결정됐다. 앞서 4월 19일 KBS는 김정숙 여사의 광주 경선장 유세 장면과 서울 고척 경선장 유세 장면을 편집해 사용했다. 영상을 유튜브에서 가져왔지만,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앞서 8일 진행된 방송소위에서 법정제재인 주의가 건의됐고, 영상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5조 제1항 출처명시’ 조항이 추가됐다. 이에 방송사의 방어권을 위해 2차 의견진술이 25일 진행됐고, KBS는 “불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서 방송소위 소속의 허미숙 부위원장과 심영섭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 결정을 유지했다. 강상현 위원장도 주의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박상수 위원은 방송소위에서 내린 주의 결정을 바꿔 행정지도인 권고 결정을 내렸다. 박상수 위원은 “(8일 열린 의견진술에서 KBS 관계자는)자사가 출처명시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면서 “당시 의견진술서가 격식이 없었다. KBS 사장 명의로 진술서를 보내는데 이는 방통심의위를 모독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상수 위원은 “악의가 없었다고 하지만 화가 나 주의 건의를 했다”며 “(2차 의견진술을)진정성 있게 하니까 주의에서 권고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방송소위에서 심의 규정에 기반을 두지 않고 감정적인 이유로 법정제재를 내렸다는 것이다.

이소영 위원은 “전달하고자 하는 주장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내용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김재영 위원도 “(영상편집이)대단한 오인을 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악의적인 편집이라고 볼만한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전광삼 상임위원·박상수 위원·이상로 위원·김재영 위원·이소영 위원은 권고로 의견을 모았다. 윤정주 위원이 불참한 가운데 위원 8명 중 5명이 권고에 동의해 해당 안건은 행정지도인 권고로 결정됐다.

한편 이상로 위원은 TV조선 심의와 관련해 권고 의견을 밝히며 스스로 셀프 민원을 넣었다고 시인했다. 이상로 위원은 “대통령의 부인이기에 엄정한 심의를 하냐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면서 “개인적으로 4월 2일에 JTBC 위수령 보도와 KBS의 천안함 보도 민원을 넣었다”고 밝혔다. 이어 “공정하게 일을 하고 있나 보기 위해 민원을 넣었다”며 “아직도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로 위원은 “순서상으로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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