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중앙일보가 '경복궁역 사고, 미투'라는 제목의 한 커뮤니티 사이트 게시글을 사실처럼 기사로 옮겼다가 해당 글의 내용이 허위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중앙일보는 경복궁 역에 쓰러진 한 여성을 도우라는 현장 주변 요구에 한 남성이 "미투 당할까봐"라며 돕지 않았다는 모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의 내용을 기사로 옮겼다. 그러나 해당 기사의 댓글에 쓰러진 당사자로 추정되는 이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고, 해당 게시글의 최초 작성자가 본인의 글이 허위라고 밝혔다.

지난 16일 인터넷 모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경복궁역 사고, 미투'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여대생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14일 제가 본 일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 어떤 20대로 보이는 여자분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졌다"며 "에스컬레이터가 계속 작동하는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남녀 할 것 없이 모두 보기만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작성자는 한 할머니가 쓰러진 여성을 부축해 눕히려 했지만 힘이 부족했다며 할머니가 주변의 한 남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자 남학생이 "나 남잔데 어떡해? 미투 당할까봐"라고 말하며 쓰러진 여성을 돕지 않았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21일 해당 게시물의 내용을 <"미투 당할까봐" 역에서 쓰러진 여성 방치한 '펜스룰'>이라는 제목으로 기사화했다. 그리고 자사 페이스북에 해당 기사를 공유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남학생들이 중앙일보 기사를 반박하는 댓글을 달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한 남학생은 "신고하고 구급대원들이 올 때까지 옆에 있다가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기사를 왜 이렇게 썼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관련 게시물에서 남학생으로 지목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유저도 "빨리 가야하는데 지하철 3개 놓치고 구급차 올 때까지 기다렸다"고 댓글을 달았다. 여기에 당시 쓰러졌었던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성이 "남학생이 신고해주고 구급대원분들이 오셔서 병원 갈 때까지 같이 있어줬던 건 기억난다"며 "그 때 고마웠다. 저 일 기억도 잘 안나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데 이렇게 기사가 나니까 기분이 나쁘다"고 밝히기까지 해 오보 논란이 증폭됐다.

무엇보다 커뮤니티 게시글의 최초 작성자가 해당 내용이 허위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오보 논란은 짙어졌다. 작성자는 게시글의 내용이 중앙일보를 비롯한 일부 매체들의 기사로 번져나가자 원글을 수정했다. "주작으로 욕먹어서 속상했느냐"며 "발로 안뛰고 남의 글 복붙해서 편하게 날로 먹는 남기자들은 허위기사로 고소미나 먹고 군대나 가라"고 서술했다.

이에 중앙일보는 기사의 제목을 <'경복궁역 사고 미투'의 전말..."쓰러진 여성 옆에서 도왔다">로 바꾸고 기사의 내용을 수정했다.

중앙일보는 "전철역에서 여성이 쓰러진 응급상황에서 남성들이 '펜스룰'를 내세우며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아 논란이 된 사건에 전혀 다른 증언이 나왔다"며 "당초 사건의 발단은 한 여성이 경복궁역 승강장에서 머리에 두통을 느끼고 쓰러져 다쳤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오면서"라고 수정했다. 기존 보도에 대한 사과나 정정보도가 아니라 논란의 전말을 밝히는 내용으로 기사를 전면 수정한 것이다.

해당 기사에는 기사를 작성한 기자와 중앙일보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네티즌들은 "오보에 대한 사과는 없나", "기사 삭제하고 사죄했나 했더니 애초에 처음부터 아니었던 것처럼, 조사하고 쓴 것처럼 기사 바꿔놓고 태도도 바꿨다", "댓글 쓴 사람들만 바보됐다", "마치 남이 쓴 기사인양", "정정보도와 사과문 게시하시기 바란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