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결 대본이 있다 없다’를 두고 참 말들이 많은데요. 대본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가이드라인은 있다는 것입니다. 그 가이드라인이 얼마나 디테일하느냐에 따라, 그것을 그냥 대본을 읽는 연기로 봐야할지 리얼로 봐야 할지 구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일단 우결은 맨처음 가상부부의 섭외 과정에서 각각의 캐릭터를 선정하고, 앞으로 진행할 가상결혼생활의 스토리를 그려보겠지요. 그리고 중간중간 미션을 통해서 그들이 무엇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낼 지 놀거리와 방향을 잡아주는데요. 거기에 맞춰 출연자들은 가상결혼생활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닉쿤과 빅토리아 역시 다르지 않을텐데요. 둘다 외국인이라 오히려 기존 다른 출연자들보다 더 디테일하게 가이드라인을 잡아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현재 닉쿤과 빅토리아는 둘다 컨셉과 캐릭터에 대하여 어느정도 윤곽이 드러난 상태인데요.

일단 제작진은 둘다 외국인인 점을 들어 외국인 부부가 국내에서 가상결혼생활을 하는 컨셉을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캐릭터의 경우 닉쿤은 완벽해 보이는 매너남이지만 자꾸 빅토리아 앞에서 실수를 하는 안타까운 동정남으로, 빅토리아는 그런 닉쿤을 많이 사랑하지만 닉쿤의 사소한 실수들에 울고 웃는 순정녀로 잡힌 듯 한데요.

그들은 그렇게 첫만남부터 거짓말과 질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앞으로의 진행방식을 예감하게 하고, 이번 신혼여행에서도 닉쿤이 사진일기를 가져오지 않은 것처럼 거짓말을 해서 빅토리아를 들었다 놨다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닉쿤과 빅토리아는 앞으로도 그런 거짓말, 질투, 사소한 실수 등을 갈등요인으로, 알콩달콩한 밀고 당기기를 해나가겠지요.

7월 31일 방영분에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나는데요. 닉쿤은 빅토리아를 부를 때 빅토리아가 아닌 크리스탈이라고 부르게 되면서, 닉쿤의 사진일기로 좋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싸늘하게 만들어 버리고 맙니다. 사실 남자가 자기 여자의 이름을 다른 여자 이름으로 잘못 부른다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인데요. 닉쿤의 경우는 아니겠지만, 남자가 이름을 잘못 부름으로서 바람피거나 맘 속에는 다른 여자가 자리 잡고 있다고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는 그래도 행복하다고 그냥 상처만 받고 크게 문제 삼지 않은 채 넘어갔지만, 여자가 예민하게 반응할 경우 나를 앞에 두고 다른 여자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 여자 이름 부르는 것 아니냐고 추궁당할 수 있겠지요. 솔직히 닉쿤이니까 여자가 참으며 넘어갈 수 있는 것이지, 일반 커플들 사이에 그런 일이 생겼다면 정말 난리가 났겠죠. 만약 제가 여자친구 앞에서 그런 실수를 했다면 이후 상황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앞으로도 닉쿤과 빅토리아가 계속 그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경우 아무리 닉쿤이라고 해도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닉쿤은 매너남에 바르고 깨끗한 이미지로 흠 잡을 때 하나 없는 완벽한 남자인데요. 그런 닉쿤이 우결에서 시종일관 자기가 하던 대로 매너있고 여자를 떠받들고 그러다 보면, 시청자들이 처음에야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겠지만 점점 식상해져가고 무엇보다도 재미가 없게 됩니다. 그냥 출연하는 그 둘만 행복할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제작진은 닉쿤과 빅토리아에게 계속 갈등을 만들어 나가고 그런 상황에 따른 대처를 보여주면서 재미를 느끼게 만들텐데요. 자꾸 그런 식으로 가게 되면 시청자들은 닉쿤이 너무도 완벽해서 정말 닉쿤의 여자가 되면 매일 행복하기만 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닉쿤이 여자에게 자꾸만 실수를 하고 의외로 잘 못하는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여자가 울고 웃는 것을 보면서 닉쿤에 대한 환상은 깨어져 가게 됩니다. 물론 그런 실수 이후 대처가 완벽하면서 다시 환상이 덧씌워지긴 하겠지만 말이죠.

빅토리아 역시 다르지 않은데요. 빅토리아는 애교도 많고 요리도 직접 준비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호감을 받고 있지만, 자꾸 이런 식의 전개는 빅토리아를 맨날 삐지기만 하는 소심녀로 만들어 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이번 신혼여행 방영분에서는 닉쿤이 사진일기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거짓말함에 따라 빅토리아는 상처받지만 티를 안내려고 노력하는데도, 계속 삐졌냐고 물어보고 빅토리아가 삐졌는냐 안 삐졌느냐가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닉쿤이 빅토리아를 크리스탈로 잘못 불렀을 때도 마찬가지구요. 솔직히 아무리 삐졌더라도 자신은 티를 안 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옆에서 자꾸 삐졌냐고 그러면 자존심이 상하면서 화만 더 나게 되는데, 빅토리아는 참 성격 좋더군요.

과연 그런 사진일기를 통한 깜짝 이벤트를 닉쿤이 직접 준비했는지 제작진의 가이드라인인지 알 수는 없지만, 갑자기 그렇게 속일 경우 빅토리아가 어떻게 나올지 궁금했다는 닉쿤의 말이 웬지 어색하기는 한데요. 또한 빅토리아는 그래도 흥을 깨기 싫어 기차에서 재밌게 보내려고 노력하는데 닉쿤은 잠이나 자자고 피곤해하는 것 역시, 아무리 감동의 크기를 더 크게 만들기 위해 일부러 실망하게 만들었다고 하지만 닉쿤답지 않고 닉쿤의 생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게 닉쿤이 거짓말을 하고 실수를 하는 것은 왠지 어색하고 억지스러운 것 같은데요. 너무 어설프기도 하구요.

암튼 그렇게 닉쿤과 빅토리아의 캐릭터 때문에 제작진은 재미를 위해서라도, 닉쿤이 실수하고 빅토리아는 삐지고 또 그것을 닉쿤은 풀어주고 빅토리아는 그것에 또 행복해하고 하는 패턴의 가이드라인을 잡아나갈 것 같은데요. 물론 닉쿤이라서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들도 많겠지만, 제작진이 재미와 시청률을 위해 자꾸만 억지 실수를 유발하다가는 닉쿤을 점점 비호감으로 만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skagns.tistory.com 을 운영하고 있다. 3차원적인 시선으로 문화연예 전반에 담긴 그 의미를 분석하고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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