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법원은 KT에게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12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1민사부는 KT 이용자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참여연대는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시민들을 대리해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KT. (사진=연합뉴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이번 판결에 대해 "정보주체의 권리에 보다 충실한 판결"이라며 "수사기관의 무분별한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대해 정보주체의 감시와 통제수단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전기통신사업자는 법원, 검사 또는 수사관서의 장, 정보수사기관의 장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통신자료 제공을 요청하면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등 통신자료가 한 해 수백만 건 이상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있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010년부터 주요 포털과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통신자료제공 열람청구소송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통신자료를 가장 많이 수사기관에 제공하고 있는 이통 3사는 통신자료를 제공했다는 사실만 알려줄 뿐,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요청 사유나 요청한 자료의 범위 등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시민을 대리해 지난 2016년 5월 이동통신 3사를 상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받은 통신자료제공 요청서의 내용을 공개하라는 소를 제기했다. 구체적인 요청사유를 알아야 그것이 정당한 법집행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나 권리침해에 대한 법적 구제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는 "현재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에 대해서는 법률상 법원의 통제절차가 없다. 또한 대법원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인 통신자료를 요청만 있으면 손쉽게 내어준 통신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한 바 있고,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요청한 수사기관의 책임도 인정된 바가 없다"며 "한 해 수백만 건에 달하는 국민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법집행인지 누구도 알려주지도, 통제하지도, 책임 지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은 적어도 통신자료제공 요청이나 이에 응해 자료를 제공한 행위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초자료 열람을 할 수 있게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개인정보의 처리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는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실현을 위한 핵심적 권리"라며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제공의 모든 과정에서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하려는 정보통신망법상 여러 규정 취지에 비춰볼 때,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요청이라 해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충실한 행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보인 '요청사유', '필요한 자료의 범위' 등을 공개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게 판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현재 SKT와 LG유플러스를 상대로 한 통신자료제공요청서 공개청구소송은 대법원에 계속 중이다. 그 외에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가 이통3사를 상대로 기본적인 통신자료제공사실조차 알려주지 않은 것에 대해 제기한 열람청구 및 손배소송도 고등법원에서 승소한 뒤 수년째 대법원에 머물러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 동안 사법기관의 통제 없이 무분별한 수집으로 국민의 통신비밀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돼 온 통신자료에 대해 감정이나 통신사실확인자료처럼 법원의 사전통제를 거치도록하는 입법 개정안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이 수사기관의 통신자료제공 요청에 대한 대법원의 올바른 사법적 판단과 국회의 법률개정에 유의미한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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