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전>의 유시민 작가가 요즘 가장 뜨거운 논란의 주인공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에 대해 독설을 퍼부었다. 유시민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논란이 되었던 인터뷰 논란에 대해서는 “수양이 부족하면 그럴 수 있어요”라고 가볍게 취급했다. 그러나 유시민 작가가 “조금 실망했어요. 많이 실망했어요. 아주 크게 실망했어요”라고 이례적인 강조 화법까지 동원해야 했던 것은 이재명 당선인이 생각하는 당선요인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유 작가는 경기도지사 선거결과 21% 표차의 결과에 대해서 “정치인 이재명이, 정치인 남경필을 이긴 건가?”라는 의문을 던졌다. 그리고 제시한 데이터는 경기도 광역의원 비례대표 및 경기지사 득표율이었다. 이재명 당선인은 정당지지율보다 2.6% 앞선 득표율을 보였고, 남경필 전 후보의 경우는 정당지지율보다 10%를 더 득표했다.

JTBC 시사 프로그램 <썰전>

어차피 결판이 난 선거에서 무슨 의미냐고 할지 모르지만 유시민 작가가 강조하고자 한 것은 아마도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방선거 후 “높은 지지에 등골이 서늘하다”는 표현을 썼다. 그리고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태도는 본질”이라면서 “도덕성과 겸손 그리고 유능함”을 요구했다. 이 부분들이 유시민 작가의 실망과 겹쳐지는 부분은 무엇일까? 이재명 당선인이 풀어야 할 숙제이다.

유 작가가 이재명 당선자에게 자기 힘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며, 겸손하라는 충고를 해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당선인의 당선 후 행보를 보면 여전히 겸손의 의지는 발견하기 어렵다. 대통령 인수위를 뛰어넘는 대규모 인수위와 임진각 취임식 등 뭔가 과시하고자 하는 의도가 읽힌다. 앞으로 4년 간 내내 비교가 될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의 낮은 행보가 오히려 주목받는 이유를 모르는 것 같다.

한편 지방선거 후 리서치뷰에서 조사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 차기 대통령 적합도’ 결과는 이재명 당선인에게 꽤나 큰 충격을 안겨줄 만한 내용이었다. 2017년 12월에는 24%로 단연 1위를 달렸던 이재명 당선인이 6개월 만에 10.4%로 폭락한 것이다. 대신 당시에는 대상에도 없었던 김경수 경남도지사 당선인이 21%로 1위로 깜짝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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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만에 큰 폭의 변화가 있었던 만큼 앞으로 4년 동안 이 결과는 얼마든지 변화하거나, 이재명 당선인이 지지와 신뢰를 회복할 가능성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벽을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차기가 됐든 아니든, 정치인들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비교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김경수 당선인이 지방선거를 통해 차기 주자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유사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에 있다.

유시민 작가가 말한 것처럼 이재명 당선인은 이번 승리를 자신의 것이 아니라 대통령과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국민의 마음이었음을 받아들이고, 낮은 자세로 도정에 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21일 경기도 인수위를 방문한 김진표 의원이 “아무리 겸손해도 점령군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인수위다. 항상 겸손한 자세로 일해주길 바란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은 인수위에 했지만 김 의원이 꼭 전하고자 한 사람은 이재명 당선인이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호불호를 떠나 이재명 당선인은 이제 국민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이다. 특히나 시장에서 도지사로 체급이 오른 만큼 그 관심은 더욱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좀 더 신중하고, 겸손한 행보가 요구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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