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가 윤동열 전 MBC 미주법인 사장으로부터 과거 수차례 접대를 받았다는 MBC 감사 결과가 나왔다. MBC 감사국은 김 이사가 윤 전 사장으로부터 야구경기 관람, 유니버셜 스튜디오 관람 등의 접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유흥주점에서 새누리당 모 국회의원과 함께 '여성도우미 접대'를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제기했다.

김 이사는 일부 접대를 받은 것을 인정하면서도 주점에서 국회의원과 함께 여성도우미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강하게 부인했다.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로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의 이사가 MBC 자회사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감사 결과로 제기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방송문화진흥회(사진=연합뉴스)

21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정기이사회에서 MBC 감사국은 상반기 특별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박영춘 MBC 감사는 과거 일부 방문진 이사가 2014년 NCTA 케이블쇼(김문환 이사장, 김광동, 박천일 이사)와 2016년 NAB 전시회(김광동, 김원배 이사) 행사에 참가하였는데, 출장자들은 모두 행사 기간 내 미주법인으로부터 의전과 접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한 2014년 4월 4일 당시 윤동열 미주법인 사장이 김광동 이사와 새누리당 모 의원에게 단란주점에서 여성 도우미 3명을 불러 접대했다는 제보를 받았고 조사 결과 사실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MBC 감사국의 결과 보고에 따르면 2014년 4월 27일부터 5월 2일까지 NCTA 케이블쇼 행사 참가를 위해 LA에 체류한 김문환 이사장과 김광동, 박천일 이사는 윤동열 미주법인 사장으로부터 LA다저스 야구 경기 관람, 유니버셜 스튜디오 견학, 저녁 만찬 2회, 골프 라운딩 등의 접대를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NCTA 케이블쇼를 참관한 것은 4월 28일 단 하루다.

당시 방문진 이사들이 미주법인으로부터 받은 접대는 호화스러웠다. MBC 감사국은 당시 미주법인이 이사들의 접대를 위해 다저스 스타디움 최고등급의 좌석을 제공했으며, 유니버셜 스튜디오 최고등급 VIP 투어 티켓을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광동, 박천일 이사는 NCTA 쇼 셋째 날인 4월 30일에도 쇼에 참가하지 않고 윤동열 사장과 골프에 나섰다. 이에 대해 MBC 감사국은 "당시는 세월호 참사(2014년 4월 16일) 직후로서 한국은 공직자, 재계 중심으로 전국적인 골프, 음주 및 행사 자제령이 있는 추모 분위기였다"고 지적했다. 감사국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실제로 김문환 이사장은 이 같은 이유로 골프를 치러 가지 않았다.

2016년 NAB 전시회 행사 참석차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한 김광동, 김원배 이사에게도 미주법인의 의전과 접대는 이어졌다. MBC 감사국은 "(미주법인이)NAB 참관 후 미주법인 업무보고 차 방문한 방문진 이사들을 위해서 골프 및 유흥주점 접대, 공연티켓 구입, 관광 등을 위해서 비용을 지출하고 와인 등을 선물했다"며 "과도한 의전으로 부적절한 접대"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MBC 감사국은 2014년 4월 4일 당시 윤동열 미주법인 사장이 미국을 방문한 김광동 이사와 새누리당 모 의원에게 미주법인 근처 모 단란주점에서 여성 도우미 3명을 불러 접대했다는 감사 결과를 보고했다. MBC 감사국은 "제보자는 모 의원이 소주를 원해 단란주점 아래층에 있는 모 마트에서 소주를 사왔으며, 모 의원과 김광동 이사가 제보자 때문에 여성 도우미와 노는 것을 불편하게 여겨 자기는 자리를 비워줬다는 내용 등을 증언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감사국은 제보자가 당시 모 의원, 김 이사로부터 받았던 명함과 단란주점 결제 영수증을 공개했다.

김광동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사진=연합뉴스)

이같은 감사결과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김광동 현 방문진 이사다. 김광동 이사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방문진 이사라는 중책을 맡고 있다. 김 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감사국 보고가 끝난 후 "일단 문서상으로 감사 자료를 받아볼 수 있게 해주시길 바란다. 문서상으로 봐야 정확한 맥락을 알 수 있고 사실관계 확인도 가능하다"며 "도우미를 불렀다든지, 모 의원과 함께 했다든지 있지도 않은 사실에 대해 소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김 이사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골프를 몇 회 친 적은 있다. 2016년 9월(김영란법 시행) 이전이기 때문에 미주법인에 갔을 때 칠 수 있다"고 일부 감사 내용을 시인했다. 하지만 "나는 모 의원을 모른다. 만난 적 없다. 20년 내로 만난 적은 없는 것 같다. 노래방은 간 기억이 있는데 도우미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당시 미주법인 회식자리에 참석한 경우였고, 그곳에는 여직원·남직원들도 다 있었다"고 관련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오는 25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진상조사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유기철 이사는 "방문진 일부 이사들이 그동안 부적절한 향응을 받고 있다는 의혹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는데 결정적 증거가 없었다"며 "대단히 부적절하다. 진상조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진순 이사는 "방문진 임기가 얼마 안남았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문제"라며 "이 오명을 뒤집어 쓴 채로 문제를 다음 방문진 이사들에게 넘길 수는 없다. 조속히 임시이사회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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